특별기고 분류

특별기고 | H의 간절한 소원은 과연 이루어질까?

작성자 정보

  • 김순도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 김순도 SBS프로덕션 부장"이벤트의 달인"의 저자 H의 간절한 소원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내 일을 삼년 째 도와주고 있는 H라는 대학생이 있다. 삼년 전 강의를 나가던 대학에서 만난 제자인데 그 반듯함과 선함이 유난히 빛이나 학교 교수님들은 물론 급우들의 사랑을 온 몸으로 받고 있는 귀한 아이다.

작년에는 약간의 경비만 들고 외국에 나가서 일 년간 아르바이트하며 어학연수를 마친 당참도 갖춘 재원인 H가 두 달 전, 긴히 상의할 일이 있다며 다가 왔다.

진로문제 라든가, 남자친구와의 고민과는 종류가 사뭇 다른 표정이어서 따로 시간을 정해 주말에 만났다. “부장님 제게는 열 살 즈음에 우리 곁을 떠난 엄마가 계시지요. 너무 그리워만 하다가 작년, 외국에서 생활하며 이혼을 쿨 하게 받아드리는 그들의 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어요. 아빠 앞에서 엄마 이야기하면 큰 일 날 일로 알고, 그래서 엄마를 찾는 것이 아빠에 대한 일종의 배신행위로 여겨오던 저로서는 큰 문화적 충격이었지요. 자유롭게 따로 떨어져 사는 부모와 편하게 왕래하며 사랑을 확인하며 별 문제 없이 지내는 외국인들을 보며, 아빠에겐 좀 미안하지만 십 수년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엄마를 한국에 가면 꼭 찾으리라 마음을 먹었어요.”

“귀국하여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엄마와 연락이 닿을 만한 친척을 찾고 그에게 엄마와 만나게 해 달라고 간절한 메일을 보냈지요.” 곧 연락이 온 바, 엄마가 간암 4기로 아주 위독하다는 거란다.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만나야 할 것 같아서 하나님께 간절한 기도의 시간을 바친 후 수원의 외곽 병원, 중환자실로 갔습니다.

“참 이상했어요. 그렇게 생사를 넘나들던 엄마가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멀리서 저를 알아보시고는 손을 흔드시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 딸 잘 컸다고 희미한 음성으로 말씀하시는 거예요.”

어색할 줄 알고 많이 두려워했는데, 십 수 년의 헤어짐이 무슨 소용이랴!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바로 어제 만난 이들처럼 모녀는 지난 세월을 넘기고 지난 별리를 넘기고, 생명이 위독하다던 엄마는 일주일 새 급격히 병세가 호전되어 일반실로 옮기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 날 H는 이런 말을 했다. “부장님! 어떡하면 우리 아빠, 우리 언니가 엄마의 병실에 문병을 오게 할 수 있을까요? 서로 용서 못하는 그 앙금을 다 털어내고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를 위로하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평소에 침착을 잃지 않고 의연하던 H가 눈에 가득 눈물을 머금고 간절한 꿈을 이야기했다. 가족이 서로 용서하는 화해의 기적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혹여 엄마가 하늘나라로 그냥 떠나신다고 해도 그래야 엄마도 남은 가족들도 여한이 없지 않겠냐고...

어른보다 훨씬 난 아이들이 우리 주변엔 너무도 많다.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 때문에 마음의 상체기가 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서로를 끝까지 원망하고 만나게도 못하는 그 어른들의 옹졸함 때문에 상흔이 생기는 것이다. 뒤돌아보면 이혼이 딱히 누구의 일방적인 과실이겠는가?

돈 계산이라고는 절대로 못하는 이를 은행 창구에 앉히면 늘 문제가 생기는 것과 같이 유전인자가 너무도 판이한 사람끼리 만나면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불화가 생기고 훨씬 고통스러울 수밖엔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해도 해도 안 되어서 이별을 할 수 밖에 없다면 그 다음 단계는 원망, 미움, 복수의 마음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위해서라도 치유하고 아이들이 부모를 만나고 싶어 할 때에 편하게 만나게 해 주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또한 교회 신도중에 이혼을 한 가정은 마치 하나님 말씀에 어긋난 행위를 한 양 문제 인간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개선해야 될 사안이다. 이혼이 문제가 아니라 이혼 후 행하는 처신, 사회의 시선이 잘 못 되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순도 SBS프로덕션 부장 “이벤트의 달인”의 저자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