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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오드라마 속에서 만난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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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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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여름 미국연합감리교회(The United Methodist Church) 소속 시카고 지역 목회자 수련회를 인도하였습니다. 성서의 내용을 가지고 집단이 함께 몸으로 접근하거나 극적 방식으로 접근하는 비블리오드라마는 기존의 언어 위주의 성경 접근법보다 활동적이고 신체적, 정서적 언어가 쏟아져 나오는 독특한 방법입니다. 이는 예전 생각 중심의 문화에서 정서와 신체 언어가 중요하다는 발견과 맥을 같이합니다.

모세의 어머니는 3개월밖에 안 된 모세를 강에 버리고자 합니다. 사람들은 어머니나 누이가 되어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바구니에 모세를 안고 강에 가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모세를 바구니에 넣지 못합니다. 그저 앉아서 울면서 한참을 바구니만 바라봅니다. 그런데 갑자기 관람하시던 머리카락이 하얀 목사님 한 분이 모세를 바구니에 넣고 강으로 띄워 보냅니다. 그리고 성큼 성큼 자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습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그 짧은 순간이 드라마를 망친 것 같기도 하고 울고 있는 목회자들을 무시한 행동 같기도 합니다. 이 과정을 끝난 후 모세가 든 바구니를 강으로 흘려보낸 목사님의 말이 이어집니다. 자신은 6·25 때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고 말합니다. 그런 아픔 속에서 살다가 어린 나이에 엄마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자식을 한 번 버렸기 때문에 다시 보고 살 수 없다고 다시 외면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평생 한 번도 꺼내 본 적 없는 이야기인데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모세를 강으로 보내야 하는 어머니 입장에서 행동하면서 그 생각이 불같이 떠올랐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그 목사님은 한국과 어머니가 싫어서 한국 사람이 살지 않는 미국 어느 시골에서 평생 미국인을 대상으로 목회를 하셨는지도 모릅니다.

이 출애굽기 2장의 작은 내용은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느 목사님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철없이 뛰어놀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고 하십니다. 또 한 제자는 슬피 우는 모세의 식구들의 목소리 속에서 대학 시절 사고로 죽었던 오빠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당시에 오빠의 상여가 떠나고 그 뒤를 따라가며 목 놓아 울었던 어머니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신앙인이면 천국을 가는 오빠를 그렇게 슬퍼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하면서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모세를 떠나보내는 가족들의 울음 속에서 어머니가 그 여름에 목 놓아 울부짖었던 그 외침이 자신의 가슴을 찢어 놓은 것 같았다고 합니다. 그 제자는 그 여름에 울지 못한 울음을 밤새 울면서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 갔습니다.

성서의 이야기는 우리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 기억과 감정으로 다시 성서를 알아 가게 합니다. 성서를 가르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너무 이해되고 너무 복받치고 너무 다이내믹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 되곤 합니다. 예전에 성서 교육이 오랜 전통과 교리적 해석을 가르치는 방식이었다면 현대는 자신들의 경험 속에서 성서의 가르침을 새롭게 이해하려는 운동이 조용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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