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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사역의 본질(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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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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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본 철(성결대학교 교수, 성령운동연구가)

 

언젠가 TV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사령(死靈) 카페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서울에서 한 대학생이 피살되었는데, 그 배후에는 사령 카페가 있었답니다. 사령 카페란 말 그대로 죽은 사람의 넋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또 실제로 귀신을 부르는 방법이나 그 경험 등을 공유하는 인터넷 모임을 말합니다. 놀랍게도 이러한 유사한 카페가 우리나라에 백여 개 이상이나 되고, 주로 초·중·고교생들을 중심으로 몇 년 전부터 회원이 급증하고 있지요.

또 한 가지 놀랄 만한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얼마 전에 매우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남편 속에 들어있는 귀신을 쫒아낸다고 해서 그의 아내를 포함한 몇 명의 여인들이 무리한 구타와 압박을 가하여 결국 남편이 숨지게 된 일입니다.

한 TV 방송국에서 이 일에 대한 평론을 필자에게 의뢰했는데, 이 사건의 전후과정을 지켜보면서 저를 더욱 경악케 만들었던 것은, 극단적인 가혹행위로 인해 사람이 숨지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가해자들은 큰 반성의 빛도 없이 당연히 할 바를 했다는 태도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자기들은 귀신을 쫒아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 것뿐이며, 그 과정에서 사람이 숨진 것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습니다.

이 사례나 아까 사령 카페의 일이나 그 가장 커다란 이유는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지니고 있는 재래적인 귀신 관념이 현대인들에게 별 여과 없이 통용되곤 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한번 눈을 감고 귀신에 대한 이미지를 마음에 떠올려보십시오. 아마 머리를 산발하고 입에 피를 머금은 처녀 귀신의 모습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한국인의 심성에 길들여진 귀신에 대한 관념은 억울하게 죽은 영혼, 제 명대로 살지 못한 영혼 등을 생각나게 해줍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민간에 통용되고 있던 여러 가지 귀신 퇴치법들을 실행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귀신은 괴롭게 해야만 떠나간다고 하면서 환자를 묶어 놓고 음식을 주지 않는다거나, 환자의 몸에 극단적인 가해행위를 한다거나, 심한 욕설로 귀신을 격동시켜 환자의 인격과 구분시키려 한다거나 하는 행위들은 모두 재래적 민간요법의 일종입니다.

*귀신의 정체

어떤 사람들은 귀신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합니다. 심지어는 교회에서도 귀신을 쫒는 기도를 한다고 하는데, 정말 귀신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믿어야 할까요?

가장 심각한 현상은 우리가 귀신의 존재를 두렵고도 무서운 영으로서 인식할 때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수년 전에 외국의 어느 상점 가판대에서 어떤 잡지의 흥미로운 표지사진에 저의 눈길이 끌렸습니다. 귀신에 들린 어느 소녀의 침실을 기도해 주러 방문한 천주교 교황이 귀신의 힘에 떠밀려 주춤하며 쓰러질 뻔 했다는 기사내용이 사진과 함께 실렸던 것입니다. 마치 ‘오맨’(O-Man)이나 ‘엑소시스트’(Exorcist)와 같은 무서운 영화를 떠올려주는 한 장면이었는데, 이 사진을 보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두려움에 젖게 될지도 모릅니다.

‘교황조차도 귀신을 당해낼 수 없다면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사령 카페의 경우는 이렇게 두려운 귀신보다는 그냥 수호신이나 정령(精靈) 신앙 정도의 이미지를 풍기기는 하지만, 이런 다양성은 각 지역이나 시대의 문화마다 귀신에 대한 이미지가 틀릴 수도 있으니까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귀신 의식이 본질로부터 매우 왜곡되어 우리 안에 심겨져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처녀 귀신, 강시, 드라큘라 등 무어라 표현하든 간에 이 모두 악한 영들이 각 나라의 정신문화에 친숙한 이미지로 변형된 것이며, 따라서 귀신의 본질에 접근하려면 이런 문화의 탈을 벗겨내야 합니다.

크리스천 중에도 ‘요즘 같은 세상에 귀신은 무슨 귀신’ 하면서 귀신의 존재에 대해 별로 긍정하지 않는 분도 많습니다. 성경에서 귀신에 대한 언급을 여러 차례 읽어 보긴 하지만, 인격적 실존이라기보다는 무언가 악한 영향력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을 귀신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지 의아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어쩌면 우리들의 의식 속에도 역시 우리나라의 재래적 귀신 관념이 어느 정도는 자리 잡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한국 기독교계 영성에 있어서의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재래적인 귀신 관념이 마치 성경에서 말하는 귀신 관념인 듯이 혼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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