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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어버린 명절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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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어버린 명절 풍속도

남상인(인천YWCA 사무총장)

 

설풍속도가 바뀌었다. 곱게 설빔을 차려입고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며 덕담을 듣는 시간을 통해 우리가 서로가족고 친척임을 더욱 느끼곤 했다. 청소년기에는 세배하는 것도 불편하고 일년에 두 어번씩 보는 친척들이 친근하기보다는 거북하기만 했으며 같이 따라오는 사촌, 오촌, 육촌들의 촌수 역시 거리감과 어색함으로 자리하긴 했으나 지나고 보니 우리네 설명절은 아이들에게는 어른들께 세배도장 찍고 세뱃돈 받는 재미로, 어른들에게는 자녀와 친척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자리에 모이는데 큰 비중이 있고 한 핏줄, 한 가족임을 확고히 하는 날이었다.

설장만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한 달전부터 멀리서 오는 친족들을 위해 이부자리와 청소가 시작되고 고춧가루와 깨소금 등 양념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두 주전부터 설음식 장만에 들어가기위한 장보기를 시작하고 한 주전부터는 먹거리준비에 착수하여 본격적인 설음식채비를 한다. 번거롭고 성가신 일들을 옛 어른들은 귀찮다고 거르는 일 없이 한결 같이 준비하며 맞이했던 기억,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들의 수고가 얼마나 컸을지.. 그리고 없는 살림에 꼬치꼬치 챙겨놓은 세뱃돈의 가늠 역시 버거웠을텐데 아무런 내색없이 꾸역꾸역 일들을 감내한 어른들의 설은 기쁨과 힘듦의 부등호가 저절로 그려진다.

시대가 바뀌고 지금의 설은 가난과 살림의 때를 벗고 흥겨운 연휴분위기가 크다. 멀리 세배를 가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기위해 우선 달력을 보며 명절 연휴기간 카운트에 들어간다.

풍광 좋은 곳에 지어진 리조트가 인기다. 두어달 전에 예약해놓지 않으면 구하기가 힘드니 숙박시설에 대한 정보력이 우선이다. 그곳에 큰집 작은집 식구들이 모여 추석당일 차례지내고 나면 나머지 기간은 ‘아싸! 자유시간’, 온천과 리조트주변의 놀이시설, 스키장 같은 그럴듯한 여흥거리들이 기다린다. 물론 차례상은 주문 배달제로서 미리 금액만 정하면 당일 아침 완벽히 배달되어 절만하면 된다. 이렇게 편리할 수가!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즐겁고 어른들은 ‘릴렉스(Relax)’한 설이 될 수 있으니 삶의 질의 상승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웬걸? 모두 즐겁고 편안한 설이 아니었다. 설당일에 싸늘하게 시신으로 발견된 노인이 여러분.. 심지어 가족들이 집단으로 자살을 꾀한 소식도 듣는다. 복지사각지대라는 말이 들린다. 독거노인에 대한 공적 케어문제가 절실하다고 한다. 국가의 복지가 한계적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연 공공의 혜택만이 답일까? 가족의 해체(분리)상황은 나날이 심각수준이다. 청년기의 자녀들이 직장과 학교문제로 집을 떠나는 것은 당연시되었지만 심지어 청소년기의 아이들도 집을 떠나 사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데 유학과 진학을 이유로 너무 일찍 가족을 떠나는 일이 많아지면서 엄마 아빠 역할은 물주로서의 일이 전부가 되어가는 현상이라면 확대해석일까? 가족끼리의 정은 살을 부딪혀가며 살면서 더욱 끈끈해진다는 말은 너무 노후한 발상이라고 할 것인가?

노인문제는 한층 더 심각하다. 장기요양제도의 실시 이후 노인수발문제로 인한 가족해체현상이 훨씬 줄어들어야 정상이지만 독거노인세대가 더욱 늘어가는 추세이다. 혼자살기를 희망한다는 노인들, 모두 강한 독립심이 원인일까? 늙고 쇠약해진 노인들, 누군가의 수발을 필요로하나 장기요양 등급 외 판정으로 공적인 서비스밖에 있는 분들이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경우 갈 곳은 없다. 누군가가 돌봐야 하는 때에 가족이 아닌 다른 돌봄인을 구하는 것은 노인들에게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한동안 찾지 않는 적막한 노인세대, 외로운 죽음을 혼자인 거주지에서 맞이하는 사례는 점차 늘어날 것 같다.

가족중심의 부양과 돌봄의 시대가 가고 공적부조와 공공서비스의 기대는 날로 확대되는데 떠들법석한 설명절을 추억하면서 혼자 맞이하는 독거노인 설명절 풍속도가 날씨보다 춥고 쓸쓸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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