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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음과 떠날 때를 아는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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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놓음과 떠날 때를 아는 지도자  - 음악과 인생   조 성 규 (sk Cho)

 

최근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을 바라보는 교내외계의 시각은 실망을 넘어 절망에 가까울 지경인가보다. 그 중 하나의 문제가 지도자가 떠날 때를 지키지 않아 일어나는 잡음이다.

떠날 때는 내려놓음과 같다. 내가 아직 일할 수 있고 더 발전시킬 수 있는데, 혹은 내가 평생 헌신과 봉사로 일구어낸 결과인데 하는 욕심과 지나친 열정 혹은 내려놓기 아까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을 위한 것이지 내 개인이 결과를 만들어 소유하려고 했던 것이 아님을 자각하며, 처음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를 시작하려 했을 때의 초심! 그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그런 문제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터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교회뿐 아니라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음악계도 마찬가지이다. 지휘자에겐 법적으로 정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들수록 오히려 원숙해지며 모든 연주자들을 품을 수 있는 여유와 아량이 더욱 넓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개인의 품성인 듯, 들리는 바로 아쉬움과 안타까워하며 물러나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정말 감동적인 사례도 있음에 우리의 마음을 안심시킨다.

마에스트로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그 주인공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을 걸쳐 1980년 당시 최고였던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맡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릴 때였다. –그는 당시 한국의 지휘자 정명훈을 부 지휘자로 세워 키운 장본이기도 하다- 1984년 음악감독이었던 그는 돌연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했다. 이유는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의 병간호 때문이었다.

가족이야말로 인생의 근본적인 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라는 진솔한 마음에서였다.

“지금까지는 아내가 나를 돌봐주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아내를 돌보아야 할 때입니다.

단원 여러분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이것이 그가 단원들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였다. 그 후 그는 고향 이탈리아로 돌아가 밀라노 근교에 거주하면서 1995년 그의 부인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부인을 간호하였다. 세계적인 자리를 내려놓은 마음 역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의 마음이다.

또 다른 예는 마에스트로 버나드 하이팅크이다. 줄리니가 암스테르담 콘서트게보우 오케스트라와 공연을 앞두고 몸이 아파 대신 지휘를 하면서 하이팅크는 그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가 되었다.

그의 헌신과 철저한 자기 관리는 단원들을 자기의 가족과 같이 대하며 존중하며 봉사한 그에 대한 평가가 이를 증명한다. 그는 카라얀 사후 베를린 필의 지휘자로 거론되었다. 전통적으로 단원들의 의견이 최고의 결정권이 있는 오케스트라였던 터라 여러 면에서 그가 적임자였다. 그러나 그의 답변을 보자

“나는 이미 나이가 많으니 더 젊고 의욕적이며 단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소” 지휘자라면 그 누구도 마다하지 않으며 최고의 영광으로 여길 수 있는 기회였다.

그의 인품과 음악의 신뢰성을 이 이상 어찌 말로 더 할 수 있으리라!

결국 베를린 필의 지휘자로 잘 알려진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선정되었다.

 

2014년 매스컴을 통하여 알려진 잔잔한 감동의 또 다른 이야기이다.

비록 음악계는 아니지만 다른 세계의 지도자의 이야기로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 리그 우승팀이었던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감독 아키야마 고지이다. 그는 일본 우승 후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그 이유는 투병 중인 아내의 병간호였다. 이 소식은 일본뿐 아니라 당시 한국사회에도 그를 칭송하며 격려하던 글들이 봇물을 이루었었다.

지도자의 마음은 자기를 내려놓고 떠날 때를 알기에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와 닿고 감동을 주고 위로를 준다. 그것은 초심이기도 하다. 한결 같이 굳게 지켜 그를 따르는 이들의 믿음이 되어 이어질 때 이를 지켜보며 무엇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마음으로 그 뜻이 전달되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것이 융합되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그것은 우리 인생을 더욱 살찌게 한다. 그것은 우리네로 하여금 하나님께만 시선을 집중케 하는 신앙의 축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단순한 진리인데 왜 이리도 마음에 새겨 내려놓고 떠날 때를 아는 지도자가 우리 주변에는 찾기가 어려운지 …

오클랜드챔버앙상블

오클랜드 레이디 싱어즈

뉴질랜드 한국남성합창단

코리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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