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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기쁨으로 제2의 사역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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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근표 기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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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기쁨으로 제2의 사역 합니다”

동행취재 / 원로목회자들 모임 ‘늘푸른교회’의 주일 하루

 

“개척 후 40여년 동안 하나님의 일꾼으로서 그동안의 목회활동은 정년을 맞아 은퇴하였지만 이곳에서의 은퇴한 목회자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내 인생의 사역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해 늘 기쁘고 감사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인천기독병원 7층에 자리 잡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 ‘늘푸른교회’에서는 원로 목회자와 사모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배를 드렸다.

머리에 하얀 서리가 올라앉은 원로 목사 부부는 주말이면 기쁜 마음으로 교회로 향한다. 교회 예배실 안에 들어와 서로 간에 인사를 나누고 그동안의 하루하루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지난주에는 무엇을 하며 보냈고 어떻게 지내왔는지, 건강은 좋아졌는지, 아들 부부와 함께 외식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은 이야기 등을 하며 서로 친목을 다진다. 그렇게 이야기는 한참 동안 이어지고 웃음이 연이어 흘러나온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원로 부부는 예배실로 들어가 실버합창단 단원들과 함께 찬송가 연습을 하며 호흡을 맞춘다. 이때에는 모든 복잡한 집안 문제나 자식 걱정을 내려놓고 행복해진다. 밝은 표정으로 부르는 찬송가는 청명한 하늘 아래 온 마을에 울려 퍼지며 지난날 푸른 보리밭에 둘러싸인 시골 교회의 종소리처럼 들려왔다.

오랫동안 담임목사로 활동해온 원로 목회자들은 은퇴 후 부부간에 사이가 더 좋아졌다고 말한다. 전에는 목회 사역에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었으며 다양한 문화 활동도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렇게 주말이면 부부가 손을 맞잡고 교회를 향해 함께 걷는 것이 유쾌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이곳 늘푸른교회를 ‘행복한 안식처’라고 말하는 원로 목회자들은 주말마다 교회를 일찍 찾아와 예배를 하기 전에 모두 모여 앉아 차를 마시며 떡도 나눠먹고 담소를 나눈다.

예배 인도를 진행한 박재근 목사는 “주말이면 부부가 함께 나들이 가듯 교회를 가고 있는데 정이 깊어지는 것 같아 즐겁다. 여유로운 목회에 행복하고 기쁘다. 그동안 사역에 바쁜 남편을 묵묵히 곁에서 보필해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기홍 목사의 기도에 이어 이날 백창현 목사는 설교를 통해 ‘신앙생활의 3단계’라는 주제를 통해 “감리교회의 부흥과 발전을 위해 한 평생 목회활동을 해온 원로 목사님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늘 천국 같은 행복을 누리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찬양 소리가 드높은 하늘에 성스럽게 울려 퍼지고 기쁨으로 가득한 복음의 목소리가 세상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늘푸른교회 창립자인 김일준 목사(중부감리교회)는 “저는 오랫동안 목회활동을 해온 교회에서 은퇴 후 지난 2006년 5월 7일 이춘직 감독(중앙감리교회)과 함께 논의하여 ‘늘푸른교회’를 세우고 원로 목사님들이 행복한 예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우리 원로 목사님들은 이곳에서 설교도 돌아가며 하고 목사님 부인들께서 직접 ‘실버합창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인천 소재 10여개 교회에서 교회 운영에 필요한 것 등을 후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로 목회자의 당면한 현실과 그들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개선해나가는 안식처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요즘 젊은 목사에게 검소한 삶을 통해 하나님의 고통을 가슴 깊이 새기고 목회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예배를 마친 후 참석자들은 인천기독병원 식당으로 내려가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교회 예배실을 찾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은퇴 후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일을 한다는 이송관 목사는 “나는 이 교회에서 서기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년 봄에는 봄나들이를 가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이곳저곳으로 가을나들이를 간다. 그래서 이 나이에도 목회활동이 즐겁다”고 말했다.

인천기독병원 원목을 지낸 올해 77세인 김효섭 목사는 “20여 년 동안 인천기독병원 직원들을 상대로 목회활동을 해왔다며 이곳에 오면 늘 깊은 감회에 젖는다”며 “원로 목회자의 소명과 목회활동은 육체적 나이로 인해 그 사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수많은 영혼들을 살리고 하나님의 품 안으로 인도하는 것”이라 했다.

아울러 장재웅 목사(임마누엘교회)는 “은퇴 후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수많은 성도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삶의 고민과 영적 문제를 상담해주는 일을 하고 있으며 참된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소외계층을 신앙의 길로 인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은 교회의 참된 미래를 위해 아주 귀중한 사역이라고 했다. 그러한 목회 속에서 축복과 진정한 복음이 우리들의 가슴속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일준 목사는 “우리 감리교회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교회는 원로 목회자들의 노력과 희생, 헌신적인 사랑으로 일궈낸 것이며 그로 인해 크게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원로 목회자들이 은퇴 후 삶의 대안을 찾지 못하고 고령화시대를 맞았으며 이로 인한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교회가 이러한 원로 목회자들을 위한 복지증진에 모두가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퇴 전 목회활동 때 상상하지 못했던 주일 하루를 의무감이 아닌 기쁘고 즐겁게 보낸 원로 부부가 예배를 마치고 서로 손을 맞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하늘나라를 소망하는 진정한 크리스천들의 모델을 보여주는 듯 했다.

문근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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