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분류

특별기고 | 공교육과 사교육, 시각의 전환

작성자 정보

  • 류병태 장로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노자에 ‘善若水’ 라는 구절이 나온다. 직역하면 ‘최고의 선(上善)은 물과 같다(若水)’는 뜻이다. 다시 말해 순리에 따르면서도 부드럽고 조화로우며 만물을 이롭게 하는 등의 물의 특징은 그야말로 ‘최고의 선’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설명한다.

한국의 교육현실을 진단할 때 사교육의 문제는 최고의 선으로 귀결될 수 있는 물과 같은 정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공교육은 점점 더 황폐해져서 아이들은 입시경쟁에 내몰리고 있고, 공부의 무게에 짓눌려 여러 가지 일탈행동으로 나타나는 안타까운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교사는 교사대로 답답한 교육 현실을 토로하고, 학부모들은 날로 치솟는 사교육비에 휘청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교육 시장은 날로 번성해, 자녀를 세칭 일류대학이라는 곳을 보내려면 아빠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자신의 두뇌 3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이 사교육을 감당할 수 있다는 반증이다. 이 말은 개천에서 용나는 일은 이제 물 건너갔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국민들은 체험적으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사교육의 열풍과 비교되는 공교육 부실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공교육 정상화 정책목표의 교육정책들이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국가주의적 패러다임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제는 교육에 대한 이른 바 ‘관치교육’ 사고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공적 요구’ 측면과 ‘사적 요구’ 측면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교육을 재정립할 때이다.

단순하게 말해 ‘공적 요구’ 측면이란 공교육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교육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사적 요구’ 측면이란 공교육의 획일성을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독특하고 다양한 사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교육은 단순히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과외’이자 ‘학부모 부담의 추가 교육’으로서 내용을 다시 가르치는 교육 의미의 ‘사교육’이 아니다. 오히려 공교육의 획일성을 보완하는 입장에서 다양성을 보장해야 하는 또다른 의미의 교육체제이다. 이는 공교육이 정상적이어서 충분히 학생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고 있을지라도 ‘개인의 필요에 의해, 그리고 보다 앞서가는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에서 사교육을 받는다’ 말이 정당화되는 이유가 된다.

국가가 제공하는 공교육은 국민들의 전반적인 수준에서 교육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교육체제의 골간이다. 국민 모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평균의 향상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사교육은 다양성과 자율을 보장함으로써 공교육의 획일성을 보완하면서 수월성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실 지금까지 ‘사교육 뿌리 뽑기’, ‘사교육비 경감’, ‘사학의 공공성 주장’ 등으로 표현되어 왔으나, 이러한 시각은 현 교육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킬 뿐이다. 즉 사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평균적 성장과 형평성에 초점을 둔 공교육과 다양성과 수월성에 초점을 둔 사교육이 적절하게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틀을 모색하는 것이말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자 ‘善若水’를 지향하는 방안이 아닐까 한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