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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여백 | 묵은 수첩을 정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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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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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권사님, 해마다 연초가 되면 수첩을 바꿔서 기록합니다.

우선 혹시나 수첩을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해서 인적 사항을 적어 넣습니다. 그리고 작년 수첩을 토대로 전화번호를 옮겨 적습니다. 그러다보면 이제는 옮겨 적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지워야할 전화번호에는 늘 추억이 있게 마련입니다. 이 세상을 떠났거나 헤어져서 연락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해진, 그래서 다시는 연락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또한 계약된 관계가 끝났을 때도 마찬가집니다.

전화번호를 옮겨 적고는 교인들과 가족들의 생일들을 적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걸려서 새 수첩을 정리하면 익숙하게 하기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늘 손에 익어서 손때가 묻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사용하기란 처음에는 얼마나 어색한지 경험한 사람만 아는 것 아닙니까?


새 달력, 수첩에 묵은 자료 옮겨 적기

유 권사님, 수첩을 정리하고 나서는 달력을 바꿔 겁니다. 요즘 달력들은 한해가 지나서 바꾸지 않도록 12월부터 나온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다른 달력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저부터도 먼저 받은 달력을 걸면 다음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대로 일 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래서 벌써 11월 하순이면 새해달력들이 나돌고 있잖습니까? 교회들도 미리 준비했다가 늦어도 성탄절에는 나누는데 요즈음은 대강절에 새해 달력을 거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군요. 대림절이 교회력으로는 새해가 시작되는 것이기에 달력회사의 상술과 목사의 목회적 배려가 교회달력 대강절에 걸게 하는 일에 코드가 딱 맞아 돌아갑니다.

상술이라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권장해서 기독교의 독특한 문화트랜드가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확산되도록 장려하고 전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시민들은 연말과 연초에 정리하고 계획세우는 일에 편리하고 달력회사는 일반달력 보다 앞서 출시해서 지금 달력이 걸려있는 그 자리에 걸어도 불편하지 않게 하고 교회는 교회력에 따라서 신년을 맞는 기독교 정서를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이 좋고 매부도 좋고 그리고 처남도 좋은 그런 발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 권사님, 수첩과 달력이 점점 더 필요하다는 생각은 나이가 들수록 절실해지는 것 같습니다. 자꾸 약속을 잊어버리고 수첩에 적어두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치매수준은 아니고 건망증이 심해진다고나 할까요?

상대방과 약속을 하면서도 하루나 이틀 전에 다시 한 번 전화를 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합니다.

유 권사님, 요즘 노인들에게 자녀들이 손 전화를 선물합니다만 우리는 이동하면서 전화하는 기능하나만 겨우 익혀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는 소통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같은 손 전화라 하더라도 요즈음 세대는 달력과 시계와 수첩과 전화를 모두 묶어 손전화가 다 감당을 하고 있습니다. 약속한 날짜 혹은 미리 입력을 한 메모가 있다면 반드시 소리를 질러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소위 알람-알림기능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손 전화 한 대에는 사진도 찍고, 녹음도 하고, 라디오도 듣고 텔레비전도 보고, 개임도 하고, 저장된 음악도 들을 수 있습니다. 사진을 상대방에게 보내고 얼굴을 보면서 전화통화를 하는 일도 아주 일상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손 전화 한 대만 있으면 수첩도, 카메라도, 녹음기도, 라디오나 텔레비전 전축도 필요 없습니다. 호롱불에서 전기가 들어오고 나서 생활이 확 바뀐 것처럼 요즘 세상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유 권사님, 그러다보니까 성탄과 신년에 우편으로 주고받던 연하장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해마다 거실에 키보다 약간 높게 가는 줄을 치고 연하장과 성탄카드를 매달아 두었다가 신년이 지난 후에 분류해서 부활절 카드를 보내던 일도 금년에는 그만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손 전화 문자메시지로 뚝딱 성탄과 신년의 메시지를 보내면 그만입니다. 약간 공을 들이면 멋지게 그림도 넣을 수 있고 키를 누르는 순간 실시간으로 빠르고 신속하게 상대방 손전화로 날아갑니다.

이것도 손 전화 일세대인 구세대의 일입니다. 더 진화된 젊은 풍속도는 화상통화입니다. 서로 전화기를 얼굴에 비치면서 전화기에 성탄을 축하하고 신년 덕담을 하면서 연말과 연초를 보내고들 있습니다. 유 권사님, 이렇게 하건 저렇게 하건 한해가 다 지나고 새해가 왔습니다. 서로가 소통하고 자기 의견을 상대에게 전하느라고 바빴습니다.

달력이나 수첩이 고전적인 소통의 도구였다면 손 전화는 신세대의 소통도구입니다. 소통을 통해서 아름다운 동행이 있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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