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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목사의 강단여백 - 만년필과 쿼츠 시계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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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권사님, 저는 평생 만년필을 사용하며 지금까지 육십 다섯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손목시계를 사용하며 천천히 나이를 먹었습니다. 그렇다고 비싼 시계를 차고 번쩍거리며 으스대는 그런 취미는 없습니다. 핸드폰이 나오기 전, 학생시절에는 군인들이 많이 차는 밀리터리 워치였습니다. 일명 달러시계입니다. 그러다가 전자계산기가 붙어있는 그런 일본 시계를 찼고, 목사가 되고나서 비로소 양복에 어울리는 그런 그네 모양 로고의 스위스 드레스 시계를 착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목회자들끼리 배구 연습하다가 드레스워치를 잃어버리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최근에는 결혼식 기념으로 산 예물시계를 아르헨티나 지방회에 갔다가 호텔에 풀어 놓고 와서 못 찾기도 했습니다.

 

 세월 따라 변하는 시계에 대한 관심


 늘 손목이 허전했습니다. 패션 시계를 하나 구해 찼는데 심()에 안차서 다른 시계를 기웃기웃했지만 맘에 들면 너무 고가여서 만지작만지작 하다가 포기하길 일 년 가까이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200미터 방수가 되는, 청새치가 마스코트처럼 그려져 있는 그런 시계가 맘에 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격도 감당할 만한 정도이고 제 몸 덩치에 잘 어울릴 듯했습니다. 한번 장만하면 약 떨어질 때까지 10년은 사용해야하기에 매일 사이트에 들어가서 들여다보다가 드디어 결심을 했습니다. 내 두 달 용돈에 해당되는 금액을 마련하는 일이니 그리 큰 부담이 되는 금액은 아닙니다. 그즈음에 어떤 교우가 목사님 책 사보세요라며 봉투를 놓고 갔습니다. 종자돈이 생긴 셈입니다. ‘둘이 팔뚝에 힘을 준 것 같은 로고의 브라질에서는 유명한 인터넷마켓에 주문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상품번호를 치면 지금 내가 주문한 물건이 어디까지 왔는지 경로까지 보여주는, 브라질에서는 참 경험하기 힘든 희귀한 상술에 놀랐습니다. 주문한지 며칠 되지 않아 총알배송을 경험하며 손목에 차고 평생 동안 잃어버리지 말자고 다짐을 했습니다.


 가죽파우치 필통에 담긴 만년필 이야기


 이 물건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 나이에는 분명 어울리지도 않고 사회적인 통념으로 봐도 좀 주책없는 그런 액세서리임에 틀림없지만 내가 좋으면 그만 아닌가 싶었습니다. 누가 날 이 손목시계로 판단하는 것은 자유지만 깊이 사귀지 않아서 날 잘 모르는 것이니 더 친밀하게 지내기위해서 노력해야겠다고 까지 다짐을 했습니다. 왼쪽 손목이 묵직해져서 마음에 평정심을 찾아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세필, 중간 굵기 촉, 아주 굵은 펜촉의 만년필을 평생 사용하던 제게 중간 굵기와 세필 만년필을 잃어버렸습니다. 가죽 파우치 필통 자체가 사라진 것입니다. 이사하며 어디에 깊이 들었나보다 하며 찾다가 지쳐서 어디서 나오겠지 하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한국 출장 가는 짐을 싸기 위해서 노트북 가방을 정리하는 데 그 안에서 가죽파우치 필통이 나왔습니다. 이 가방 역시 작년 아르헨티나 출장 갈 때 가져갔던 가방입니다. 그 안에 만년필이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새로운 시계와 만년필을 찾아 든 제 모습이 마치 동전 한 닢을 잃어버리고 부지런히 찾아 신나는 여인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정찬성 목사(브라질 선교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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