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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여백 | 육해공(陸海空)에서의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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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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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권사님, 마을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서 마을에 나가기도 힘이 드는 요즈음입니다. 바다를 바라보면 천안함 사건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하늘을 보면 중국발 황사가 날아온다는 경보와 유럽 화산폭발로 하늘이 심상치 않습니다.

우리가 두발 딛고 서 있는 곳에는 구제역으로 소독검문소가 뺑뺑 둘러쳐 있습니다. 강화 읍내에 가려면 최소한 세 군데는 거쳐야 갈 수 있습니다. 차량 소독하는 것을 염두에 둔 장치여서 저처럼 오토바이로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사람들은 정말 순간순간 소독약 세례에 혼쭐이 나고 있습니다.

읍내에 다녀오려면 최소한 온몸을 여섯 번 소독을 해야 합니다. 교회 현관과 사택에는 소독약이 비치되어서 들고나는 사람들의 신발을 소독하고 손세정제로 손을 소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처연한 봄을 지내고 있는 우리는 하늘과 바다와 땅에서 모두 시련의 봄을 맞고 있습니다. 앞산이 날마다 색감을 달리하는 모습에 이제 산불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 했는데 산불보다 훨씬 심각한 걱정거리가 우리를 어렵게 합니다.

고려산 진달래는 진붉게 피고

그런 가운데 여러 사람들의 안부전화를 받습니다. 목사를 위로합니다. 교회를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얼마나 힘드냐는 인사가 대부분입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다가 신종철 원로목사 가정에서 초청을 합니다. 차나 한잔 모임입니다. 강화에 사시는 원로목사님들 몇 가정이 모여 차를 마시는 날입니다. 목사님들이 우리교회 축산 농가들이 걱정되어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자세히 알고 기도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한평생 목회 일선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으면서 목회를 한 역전의 용사들이니 무슨 일은 없었겠습니까? 원로목사님들의 걱정에 우리교회 교우들을 소개했더니 오히려 위로를 받는 쪽은 목사님들이셨습니다.

“목사님 그동안 소를 키우느라고 기도원에 한 번 제대로 못 갔어요. 기도원에 가서 며칠씩 은혜 받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소를 키우다보면 아침저녁 제 시간에 밥을 주고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소장 비우고 어디 갈 엄두도 못 냈습니다. 이제 함께 기도원에도 가고 성도들끼리 자고 오는 수련회도 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저를 위로했습니다.

“어려움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

유 권사님, 3킬로미터 반경 밖이어서 유보된 소를 키우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사료회사는 예방적 차원에서 초지대교 밖에 사료를 풀어놓고 거기서부터 가져다가 먹여야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께 협력을 다하고 공동으로 분뇨를 치우면서 돕던 손길들도 함께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전염의 위험 때문입니다. 혼자 외롭게 소를 키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유 권사님, 우리 동네 어떤 분이 다른 동네 칠순 노인잔치에 참여를 했답니다. 반갑게 인사를 했더니 상대방이 정색을 하고 왜 왔느냐고, 다른 사람에게 균이 묻어서 전염시키려고 작정했느냐며 싫은 내색을 해서 상처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어떤 교회 교인은 목사가 걱정하는 모습이 생각나서 “우생(牛生)”이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소의 죽음 앞에 처연하게 죽은 주인도 있어 우리 모두를 가슴 아프게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원로목사님 모임에서 전하면서 함께 기도했습니다.

유 권사님, 우리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드렸던 박영준 목사님은 “정 목사, 어려움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입디다, 교인들 잘 위로하고 용기를 갖도록 목회하세요. 우리들도 계속 기도할 겁니다.”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박영준 목사의 말씀을 빌려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랑하는 교우여러분,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어려움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입디다. 용기를 갖고 믿음가운데 함께 사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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