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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여백 | 진달래 지고 아카시아 피는 사이의 농촌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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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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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사님,
권사님 댁 뒤뜰은 담 하나두고 연이어 동산이니 참 좋으시겠습니다. 뒷산의 진달래 피고 질 때 이파리가 나면서 곧장 온통 아카시아 꽃으로 흐드러져 온천지가 향수를 뿌린듯합니다. 저녁에 조용히 밖에 나가면 진달래 꽃 향과 논 개구리소리로 요란합니다. 싫지 않은 요란함에 취하고 질리지 않는 향에 취해서 하늘의 별들은 시시해보입니다.

유권사님, 요즘 늦추위, 질척한 비로 인해서 감나무가 다 얼어 죽었습니다. 제가 영은교회 온 해 봄철에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단감나무와 장중감나무 묘목을 수백 주 가져다가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고 교회에 나오지 않는 분들도 필요한 만큼 나눠드렸는데 그래서 작년부터 감이 열리기 시작했는데 늦추위에 얼어 죽고 말았습니다. 유권사님, 감나무 얼어 죽은 가지를 베어내지 않고 거기다가 넝쿨꽃나무를 퍼 옮겼습니다. 금년에는 가지를 타고 올라간 능소화를 보게 될 것입니다.

유권사님, 얼마나 바쁘십니까?
고구마순 잘라 심고 물주기, 참깻모 붓기, 감자밭매고 가꾸기, 밭머리에 뺑둘러 옥수수 심기, 수수심기, 고추모 줄띠고 심기, 고추대 박아 고정하기, 거기다가 고라니 울타리하기, 까치 쫓는 허수아비 세우기까지 정말 일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풀 한포기 없이 깔끔하게 매 놓은 신작로 옆 밭을 보면서 저렇게 가꾸니 자꾸 병원에서 오라고 하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겨울 침도 맞고, 뜸도 뜨고, 약도 잡숫고 하면서 추슬러 놓으신 몸을 또 한해 농사지으면 힘들 터인데 하는 걱정도 앞섭니다. 일을 줄이고 쉬엄쉬엄 하면서 몸을 생각하는 세월이 되길 바랍니다.
도와드리지도 못하면서 잔소리만 많았습니다. 권사님.

자연도 보고 느끼며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일에 취하면 꽃향기가 아무리 향기로워도 코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권사님, 평생 일만 했으니 이제부터는 일터 옆에 핀 꽃도 보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권사님, 지난 번 선교속이 청소하는 날 유권사님을 비롯해서 장산홍 권사님, 정순현 권사님, 이순길 권사님, 허옥희 집사님 등 요단강 가에서 가까운 분들이 청소를 하고 꽃밭을 맸습니다.

붓꽃, 알프스 민들레, 넝쿨허브, 초롱꽃, 인동초, 상사화, 아기 달맞이, 참나물, 땅 미나리, 머우, 둥글레, 수국, 찔레나무, 쥐코리망초, 접시꽃, 취나물, 심지어는 박하와 쇠뜨기까지 꽃밭이 좁을 정돕니다. 경사를 이용해서 만든 4개의 작은 연못 속에는 부레옥잠, 물배추꽃, 각시연, 어리연, 물매화, 창포 그리고 개구리와 우렁이, 그리고 달치, 작은 붕어가 삽니다.

유옥순 권사님, 진달래가 지고 아카시아가 피는 사이에 이런 야생화들과 화초들이 4개의 애기연못과 그 주변을 꽃잔디와 함께 수놓았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란 새벽기도회가 끝나고 거기 꽃밭에 나가서 물주고 풀 뽑고, 가만히 앉아 연못에서 움직이는 것들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저녁에는 저녁 먹고 교회 마당에 앉아서 가로등 밑에 서서 아카시아 향기를 맡으면서 이맘때가 되면 부르시는 아버지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풍요롭고 향기로운 아카시아 꿀 따는 날에는 주변 친지들을 모두 부르십니다. 꿀벌의 첫 수확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또한 아카시아 진짜 꿀을 직접 따서 나눠가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연례행사가 되어서 산지사방에서 이맘때가 되면 꿀 따는 날을 확인하는 전화들을 합니다. 심지어는 주문까지 받아서 여러 병을 가져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우리 아버지 정헌채 장로의 팬들입니다.

와서 꿀 따는 것을 거들고 점심을 함께 먹고 하루를 즐깁니다. 처음 온 사람들은 공짜로 먹는 꿀을 연신 퍼먹고 꿀에 취해서 어지러워하기도 합니다. 유권사님, 진달래가 지고 아카시아 꽃이 피는 때는 성령강림절기가 끝나고 삼위일체 주간이 시작되는 절기가 됩니다.

겨울부터 초여름인 지금까지 성부하나님의 절기와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절기가 지나고 오순절부터는 성령 하나님의 절기였습니다. 그런 후에 삼위일체 주간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아카시아는 코도 즐겁게 하고 입도 즐겁게 하며 파란 이파리 사이에 흰색으로 핀 꽃은 눈을 즐겁게 합니다. “삼위가 일체”되는 꽃이 아카시아입니다.

유권사님, 아카시아 꿀 따는 날, 제 아버지의 호출이 있는 날 밭일을 얼추 정리하고 권사님도 그 아카시아 꿀 따는 곳으로 함께 가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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