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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여백|우리 동네 앞산의 봄동산 풍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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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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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권사님, 엊그제의 일입니다. 주문 식당 장 집사님이 노루꼬리만큼 한가해지는 시간 오후 3시, 고사리 꺾으러 산에 가려고 보자기를 챙기고 제 아내를 찾습니다. 함께 나물 밭에 같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제 아내는 마침 출타중이어서 유권사님(재너미 할멈)을 찾았습니다만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요즘 낮에 집에서 사람 만나기는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부지깽이도 한 몫 한다는 계절이 시작된 것입니다. 결국 혼자서 나물을 하러 갔습니다. 요즈음은 나무가 울창해서 나물 밭이 다 삭았습니다만 옛날에는 나물이 반양식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나물 밭도 대물림 했습니다. 시어머니만 아는 나물 밭의 비밀이 나이 들어 힘들어지면 내 집식구인 며느리에게 전수했습니다. 강화의 마리산과 우리 동네 덕정산은 산나물 밭으로 유명했습니다. 제천에서 목회를 하다가 온 서문안교회 목사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산나물 밭에는 아무리 친해도 같이 안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겁니다. 심지어는 도시에 있는 아들집으로 살러 가서도 나물 철이 되면 살짝 내려와서 나물을 뜯는 권사님이 계셨다는 겁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 내년에는 못 내려올 것이라고 본인이 말 하면서도 사모님이 “권사님, 저도 같이 가요” 라고 말하자 정색을 하고 거절하더랍니다. 산이 험해서 사모님은 못 간다면서 말입니다. 아무리 농촌에서 단련이 되어 평생을 살았어도 산에 가는 것은 젊은 사모가 더 나을 텐데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유 권사님, 그런 점에서 보면 주문식당 장 집사님과 제천에 사는 권사님과는 그 후덕함이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사모를 뿌리치는 권사와 사모를 찾아 함께 가려는 집사의 차이입니다. 한편으로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어렵게 살았으면 잠재의식 속에서조차 산나물 밭의 비밀을 간직하려고 했을까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야생화와 산나물이 지천입니다.

내 식구들의 배를 덜 고프게 해야 한다는 가족애의 출발입니다. 유옥순 권사님, 요즘 산과 들에 나는 풀들은 다 먹어도 괜찮다고들 말합니다. 우리의 얼굴들이 다 다른 것처럼 나물들도 다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쌉쌀한 맛이 나는 가시두릅부터, 개두릅, 고사리, 고사리 사촌 고비나물, 구지나물, 오이순나물, 다래 순 , 홑잎, 구지나물, 취나물, 오가피순, 둥굴레 싹, 배차나물, 망초 순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나물들을 한데 섞어서 무치면 각기 가지고 있는 산나물 맛들이 상승작용을 해서 인공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신선-상큼-발랄-싱싱”한 맛이 오감을 자극합니다.
“나물은 많이 밥은 적게”해서 고추장 조금 넣고 양푼에 비비면 일 년에 고작 서너 번밖에 못 먹는 산채비빔밥입니다. 묵나물 말렸다 다시 불려서 일 년 내내 먹는 비빔밥과는 차원이 다를 것입니다.
전이해가 있어야 분별할 수 있는 산나물들이 산비탈에서 삭아 없어지는 것은 산나물보다 더 급성장하는 나물 주변의 나무들 때문입니다.

무들은 주변의 다른 나무보다 햇볕을 더 차지하려고 위로 큽니다. 그늘 진 나무 밑에는 나물들이 자라기 나쁜 환경이 됩니다. 거기다가 나무들은 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나무들은 못 자라게 하는 방법을 강구합니다. 잣나무 동산 밑에는 다른 풀이나 나무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는 모기조차 없습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서 대부분의 유명한 기도원의 기도동산에는 잣나무 숲에 둘러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유 권사님, 산나물과 함께 오솔길 양쪽 비탈에 활짝 핀 야생화들이 긴 겨울을 이긴 봄꽃훈장을 달고 바람에 한들거립니다. 유옥순 권사님, 봄철의 산에는 눈을 즐겁게 하는 야생화들과 코를 즐겁게 하는 봄바람, 그리고 입맛 돋우는 산나물까지 지천입니다.
이것이 우리 동네 앞산의 봄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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