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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여백|엄마 잘못 했어요,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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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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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옥순 권사님, 지난 주간에는 우리의 다정한 평생 친구, 김정자 권사가 세상을 떠나 하나님 품에 안겼습니다. 치매 증상이 오기 전에는 우리와 함께 신앙생활하면서 선교속에서 함께 속회며 젊은이들이 하는 온갖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간간이 잔소리도 하면서 사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체국 앞에 이동식 부식차가 올 때는 옆집에서 몇 푼 빌려 부식을 사시고는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불쾌하게 생각했는데 노인네에게 치매가 찾아왔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부엌에 올려놓은 국이 졸다 못해 타서 냄비가 벌겋게 달고, 불난 집처럼 연기가 밖으로 솟는 긴박한 순간을 몇 번 겪었습니다. 이러다가 큰일 낼 것 같아서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고 급기야 인천의 아들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자녀들 집으로 불편한 순례를 하면서 몇 년을 지냈습니다.
세상 떠나기 두어 달 전 둘째 따님과 통화를 하고 교회 친구 할머니들과의 역사적인 만남이 있었습니다. 따님은 살아생전 평생지기 할머니들과 마지막 만남이 될 수도 있을 것을 예견한 모양입니다. 진수성찬을 차려서 선교속 친구 할머니들을 대접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이생의 이별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 만찬자리에서 친구들은 생사화복을 주장하시는 하나님처럼 2-3년은 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뜻은 고작 2-3개월이었습니다. 치매로 인한 고생과 자녀들의 부담으로부터 해방시키신 것입니다.

장례는 천국 보내는 송별식, 상술에 놀아나지 말아야

유 권사님, 어머니가 믿으시던 기독교식으로 장례를 모시기로 결정한 것은 자녀들의 결단입니다. 자녀들이 다 교회에 나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강화 영은교회 교우들에게 장례를 맡겨서 인천과 강화를 오가며 장례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유 권사님, 우리와 함께 신앙 생활하던 성도를 우리가 우리 손으로 하나님 나라로 송별하는 송별식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장례식를 준비하면서 모든 흥정은 깎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제가 여러 번 장례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서 너무 막무가내로 바가지가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기독교적인 대안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염습을 하면서도 불필요한 절차가 너무 많습니다. 평소에 입으시던 옷 가운데 깨끗한 옷을 챙겨서 입혀드리고 창호지에 싼 짚으로 시신을 고정시키지 말고 차라리 고인의 옷들로 시신이 흔들리지 않도록 관을 채우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유 권사님, 이미 영혼은 하나님 나라에 갔습니다. 우리는 송별식을 하는 심정으로 장례를 모시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평소에 효도하지 못한 죄송함과 상주들의 슬픈 마음을 이용하는 상술에 놀아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기리고 받드는 일을 하면서 죽음을 맞자

유 권사님, 강화에 있는 선산으로 권사님을 모실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화장을 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이 문제로 자녀들끼리 의견충돌이 있겠다 싶어 자녀들을 불러서 어떤 경우에도 장례를 모시면서 형제들끼리 다퉈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부동산, 동산, 유가증권 등 재산 때문에 분쟁이 생깁니다. 자손들이 부모 돌아가신 후에 시신 미뤄두고 다툰다면 천국에서도 안타까울 것입니다. 그러니 미리미리 유산을 나눠주고 정리하시는 것이 귀합니다. 자녀들은 부모가 유산 나눠주지 않아도 다 잘삽니다. 차라리 귀한 곳에 유산을 사용함으로 자녀들이 자긍심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세상을 떠나고 안 계셔도 부모님이 기증하신 유산이 부모님의 이름으로 계속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유지를 잘 받들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 기념교회를 세우는 일, 사후에 장학금으로 기증하는 일, 부모의 이름으로 교회 운영을 위한 공동경작지를 만드는 일, 목사 후보생들을 양육하는 일, 아프리카에 우물파주는 일 등 생각해보면 얼마든지 뜻을 기리고 복되게 하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유권사님, 죽음도 내 정신일 때 하나님 앞에서 미리 준비하면 아름답습니다. 화장장 불구덩이 앞에 관이 놓였을 때 마지막으로 울부짖는 자녀들의 공통적인 절규가 “어머니 미안해요, 잘못했어요!”입니다.
미리 미리 후회 없도록 효도하고, 미리미리 하늘에서 후회 없도록 기부하고 사회에 환원하는 일이 우리 시대 부모-자식들의 과제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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