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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여백|외롬병을 지독하게 앓는 영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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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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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권사님, 지난 충성속 속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처녀 성도가 봉사하는 방문요양서비스 가정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입니다.
70대 후반의 영애 할머니는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하는 김처녀 성도를 무척이나 반깁니다. 청소하고 혼자 사시는 이런 저런 일들을 돌보는 것은 뒷전이고 당신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주문이 대부분입니다. 아들 하나에 딸이 셋이지만 지난 추석에는 혼자 사는 아들만 달랑 어머니를 뵙고 딸들은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는 추석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가족들이 올 것을 생각하고 꾸러미를 가정 수만큼 꾸려놓았습니다. 추석에 차리는 음식들을 혼자 불편한 몸으로 다 장만했습니다. 그런데 50대 도시에서 혼자 사는 아들만 잠깐 내려왔습니다. 위암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어서 많이 잡수시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여러 번 잡수시는 여자 노인입니다.

천하에 몹쓸 병에 걸렸습니다.

유 권사님, 권사님보다 열 살 아래의 대한민국 건강한 젊은 여자 노인이 몹쓸 병에 걸린 것은 추석이 지나고 추석 음식이 상할 무렵입니다. 텔레비전을 늘 끼고 사는 노인입니다. 김처녀 성도가 가정방문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갔을 때입니다. 음식을 한상 잘 차려서 텔레비전 앞에 놓았습니다. 곧 저 애들이 나와서 먹을 거라는 겁니다. 저 프로가 끝나면 먹어야 하니까 국을 따뜻하게 데어 오라는 겁니다. 지난 추석음식인지라 시서늘하고 시드럭시드럭한 곰팡이가 피기 시작하는 시척지근한 큰일 날 음식들인데 난감했습니다. 한참을 설명하고 달래서 일단 음식을 버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염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유 권사님, 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농촌 목사로서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외로운 영애씨가 많습니다. 외롬병이 도져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해진 영애씨가 우리주변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유 권사님, 백산요양원의 조길자 원장은 환경을 바꿔주라고 주문했습니다. 혼자 있어서는 더 심각해지기 쉬우니 여럿이 함께 단체 생활하는 사람 많은 곳에서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하는 방문요양서비스나 약물치료로는 어려운 외롬병이라는 겁니다. 여럿이 함께 살면서 주변에서 자꾸 칭찬하고 인격을 고양시키고 말을 유도해서 우울증을 떼버리고 그러면 나을 수 있는 외롬병이라고 설명합니다.
유 권사님, 김처녀 성도의 이야기만 듣고 자세히 살펴보지 못해서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울증과 치매가 와서 그런 현상이 생긴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평소에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면 아들이라고 하고, 남편이라고 하고, 딸이라고 하면서 텔레비전을 박차고 들어가려고 한다고 합니다. 유 권사님, 외롬병은 이렇게 무서운 병입니다.
선두리의 영애씨가 앓고 있는 증상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 모두에게 잠복해 있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앙생활이 예방약입니다.

유 권사님, 우리 마을에도 자식들이 다 도시로 떠나고 혼자 사시는 노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정부가 마을마다 경로당을 잘 지어드리는 곳도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외롬병으로 인해서 생기는 조울증이나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회에 주간보호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자동차로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노인들을 교회로 모시고 와서. 아침예배를 드리고 친구들끼리 대화도 하고 한방치료도 하고 병원에도 다녀오면 점심시간입니다. 점심공동식사를 하고 설거지도 하고 노인들에게 맞는 체조도 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하면서 주간보호시설의 노인 유치원이 운영됩니다. 그리고 충분히 충전하고 충분히 잡수시고 자존감으로 무장한 노인들이 집으로 퇴근을 합니다.
밤새 안녕하지 않는 한 다음날 아침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모여서 노인유치원은 계속됩니다. 그러다가 혼자 생활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요양원에 입소해서 그 다음 요양서비스를 받으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 권사님, 선교 속에서는 이런 역할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역사회 속에서 우리 교회가 해야 할 일중에 하나가 주간 보호시설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선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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