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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증|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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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근 집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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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인 것처럼. 이웃이 없고 친구가 없이 나누어 주지도 못하고 혼자서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독불장군으로 이 세상 삶을 혼자 마음속에 가두어 놓아 마음속에서 썩어가기 마련이다. 썩어가기 전에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나누어 주고 세상을 살아가면 본인의 마음도 훈훈해질 수 있을 것인데 참으로 아쉽다.
물은 어디론가 흘러가야만 하는 이치처럼. 고여 있는 물은 썩어서 냄새가 나고 벌레가 모여 들고 아무도 옆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꼬를 터주어 물이 흘러가게 되면 자연적으로 정화가 되어서 깨끗하게 숨을 쉬는 물로 변한다. 변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물고기가 모여든다.

인생도 어딘가로 가고 있지만 그 종착역이 어디인지는 그 때가 언제인지는 알수 없다. 그래도 쉼없이 당신과 나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세상을 살기 힘든 이들도, 세상을 살기 좋은 이들도 마찬가지로 강물이 굽이 굽이쳐 때로는 바위에 부딪혀도, 산허리에 부딪혀 맴돌면서도 흐르고 있다.
어떠한 난관에 부딪혀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강물은 바다로 흐른다. 그러나 그 많은 강물이 흘러 바다로 향해도 바닷물이 넘치지 않게끔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기가 막힌 설계에 감탄할 뿐이다.

고비 고비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과의 싸움 속에서 견뎌내고 이겨냈기에 바다로 녹아드는 강물처럼, 잃어버린, 아니 잊어버려야 하는, 잊어야만 했었던, 지금도 잊으려고 애쓰는 내 고향. 고향 가는 길조차도 잊어야 할 수밖에 없는 내 운명이 되어버린 것은 오직 하나의 이유, 내가 지닌 병. 한센병으로 인해서다.
강물이 흘러 바다로 향하듯 명절이 되면 찾던 고향이었는데, 모두가 꺼리기에 잊을 수밖에 없다. 내 고향이었던 강원도에 가면 산란기가 되어 태어난 곳으로 오르는 연어떼를 볼 수 있다.
연어가 산란을 위하여 드넓은 바다에서 자신의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 표지판도 없고, 이정표가 없어도. 바다에서 죽을 고비도 넘기며,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다 자란 성어가 되어 그 앞에 어떤 난관이 부딪혀도 태어난 곳의 강물 상류를 향하여 죽을 힘을 다해 오른다.
물이 맑고 깨끗한 그곳으로 올라와 산란이 끝나면 자신의 몸을 그곳에 맡긴다. 마지막 생을 그곳에서 마치고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간다.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돌아가신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버리셨다. 자신의 죄도 아니요, 부모가 지은 죄 때문도 아니요, 오직 모든 인류를 대신해서다. 그 죽음으로 하나님께로 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지만, 그 죽음을 애통하고 슬퍼하는 사람이 모두가 아니라는 것. 자신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흘러왔고 그렇게 살고 있다고, 자신들은 예수님과 전혀 상관없다고 살아가고 있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만드시고 그렇게 흐르고 흘러 자신의 부모가 자신을 낳았지만 거기에는 하나님의 뜻과 이유가 있기 때문인데, 모두들 자신의 힘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며 오직 나 하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세상이 되어 버렸으니...
연어의 삶을, 예수님의 삶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바보 아냐? 라는 말만 내뱉고 지난다. 자기 일이 아니므로 어렵고 힘든 이들이 있다한들 돌아볼 마음조차 없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내 마음 먹은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모든 것은 공존하며 부대끼며 살아가고 부자와 가난한 자가 같이 살듯, 건강한 자가 있으면 병든 자도 있고, 보이는 자가 있으면 보이지 않는 자도 있다.
만약 세상에 건강한 자들만 살고 있다면, 우선 약을 만드는 공장이 없어지고 약국이 없어지고, 모든 병원도 필요가 없어진다. 의사도, 간호사도 필요가 없어진다. 그런다고 온 세상이 가난한 자나 병든 자만 있어도 살수 없는 것처럼. 항상 상반되는 관계가 성립되어야만 건강한 자도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한센복지 병원 102병동, 지금 내가 기거하고 있는 곳이며 치료받고 있는 곳이다. 벌써 1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멈춰주지 않는 시간이 야속할 때도 있지만, 세월이 가는 것은 아무도 막을 수 없듯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한센병을 가진 환우들이지만 하루하루 상처와 신경통으로 고통 속에서 보내는 이들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산 속에 숨겨진 듯 지어진 병원. 이따금씩 찾아오는 봉사자들 외에는 그림자조차도 없는 이곳에 찾아오신 단 한분.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매 주일 찾아와 예배하는 목사님이다. 모든 것을 놓아버린 이들이지만,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소망과 희망의 끈을 목사님을 통해 내려주셨다.
병마와 싸우며 흘러가버린 시간들이 새로운 샘물을 찾은 것처럼 하나님을 의지한다. 1년이 지나고 8년, 9년이 지나도 병에 진전이 있는 이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더 이상의 고통이 없기만 바라고, 더 이상 상처가 덧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이들이다. 잘려 나가 주걱같이 생겨버린 손, 갈고리 같이 굽어버린 손가락을 가진 이들. 발가락이 모두 잘려 나가 망치와 함마같이 변해버린 모습이지만, 무엇을 바라지 않는다. 새 것으로 교체되는 것도, 새순이 올라와 자라나기를 바라는 그런 꿈은 욕심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그저 병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기만을 바라는 이들이다.

세상에 어떤 이들은 수많은 돈을 들여서 예뻐지려고 성형수술을 한다지만 여기 있는 이들은 최소한의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수술을 한다. 잘 될지 알 수도 없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보호자가 옆에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의사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하나님께 기도할 뿐이다. 잘 되게 해달라고, 조금이나마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눈물을 그렇게도 많이 흘렸건만 또 다시 흐르고 흐른다. 마음속에서 흐르는 눈물은 강물을 이루어 흘러내린다. 닦을 수도 없는 눈물이다.

주여, 이길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시옵소서. 주님의 십자가를 의지하고 살아가렵니다. 이 기도는 여기 있는 한센인들의 피맺힌 절규이자 기도일지도 모른다. 살아야 하고 살아 있어야 하니까, 주님을 만날 그 날만 학수고대하며 기다린다. 이 힘든 모든 일들을 어디에 대놓고 이야기 할 데도 없지만 알아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건강에 대해 자부하고 자랑하지 말라는 말처럼, 밤새 안녕 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생명을 주신 이가 그 생명을 밤새 다시 가져가시면 우리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하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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