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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풀(黃蜀葵)아 너 곧 썩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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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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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권사님, 지난 여름 한창 꽃을 피웠던 닥풀의 줄기들이 앙상한 가지를 남기고 시든지 오랩니다. 연못은 꽁꽁 얼었고 연못주변에 심어놓은 꽃들은 소나무를 제외하고는 땅속에서 모두 월동의 긴 잠을 자고 있습니다. 연못 속의 연꽃과 매화마름 그리고 붕어나 우렁이 등도 얼음 속에서 잘 견딜 것으로 기대합니다.
교회에 올라가는 길 양쪽에 심었던 닥풀(黃蜀葵) 대가 빳빳합니다. 씨방은 약간 말랐을 뿐 그 안의 씨가 대글대글하게 잠을 자고 있습니다. 필요한 씨가 땅에 떨어져서 봄에 스스로 싹이 틀 것으로 생각하고 내버려두었습니다. 그런데 권사님, 봄에는 우리가 이번에 구입할 땅을 포함해서 무엇을 심을까 궁리하면서 인터넷을 뒤지고 있는데 닥풀의 씨가 10알 들이 한 봉에 만원이라는군요. 하찮게 생각한 꽃씨가 그렇게 비싼 것을 보고 다시 나가보니 데글데글한 씨방이 약간 말랐을 뿐 까만 씨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었습니다.

알곡이 되면 추수해야 합니다.

유 권사님, 알곡이 되면 추수해야 하는데 게으른 주인을 만나서 그냥 묵은 대에 매달려 있는 것입니다. 알곡이 되면 추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썩어 없어집니다. 우리가 생산하는 벼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벼가 가을이 되면서 점점 겸손해지고 고개를 숙입니다. 그러면 추수 때가 온 것을 알고 농부들이 추수를 합니다. 너무 익으면 쌀알이 갈라져서 싸라기가 많습니다. 너무 안 익어도 싸라기가 많습니다.
추수할 때 추수하는 것이 좋은 일입니다. 천국 가는 것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 우리가 기도할 때도 하나님 떠날 때 떠나지 못해서 주책부리지 않게 하소서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때를 분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없습니다. 가을에는 부드럽던 대가 뻣뻣해져서 거의 무기 수준입니다. 왜 날 추수할 때 추수하지 않고 내버려두었느냐고 항의하는 것 같습니다.
교회에도 은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일반회사에서는 60세까지 남아 있으면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목사와 장로의 은퇴가 70세입니다. 70이면 천국 곳간에 들어갈 준비가 잘되어 있어야 할 나이입니다. 종교적으로는 숨어서 천국을 준비하라는 신명을 받은 나이입니다. 세상 사람들보다 최소한 10년은 더 활동하도록 규정된 나이입니다. 정신적인 성숙을 기대한 경험치입니다. 그런데 잘 익어서 추수 때가 되었는데 주책부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걱정입니다.
우리 집 닥풀처럼 영양분 다 빠지고 바람에도 요지부동인 빳빳하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서 까실까실하게 굽니다. 그러다가 봄이 오면 가지는 썩고 씨는 땅에 떨어져서 그 가지의 양분으로 자랄 것입니다.

권사님, 나이 들면 흙으로 돌아갑니다

아무리 빳빳하게 굴어도 결국 썩어 흙으로 갈 것입니다. 유 권사님, 그래서 우리는 기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때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요청하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떠날 때 떠나지 못하고 주책부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나이 들어서 주책부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한평생 봉사하고도 아직도 젊은 일꾼들을 못 미덥게 바라보는 원로 권사님들, 어떻게 해야 은퇴하고도 실권을 계속 장악할까를 연구하는 원로목사님들, 아무리 늙은 황촉규처럼 빳빳해도 봄이 되면 썩습니다.
나이 들어 남은 재산이 하늘길에 걸림돌이 될 것 같으면 영원히 썩지 않는 곳에 맡기세요. 요즘 주변에 대학교나 사회복지 재단이나 교회에 맡기는 어른들이 제법 많더군요. 우리가 알곡이 되면 하늘이 추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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