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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이기는 곧 불편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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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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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사님,

지난 주간 고인이 되신 남편의 추도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자녀들이 왔었습니다.

기일을 잊지 않고 와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콧등이 찡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안부전화를 드리면 전화가 잘안되어 불안하다는 자녀들의 생각이 드디어 손전화를 개통해왔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작년 이맘때 벼락맞아 동네의 전기와 전화 유선방송까지 불통되었던 생각이 났습니다.



문명의 이기는 곧 불편의 도구

태풍과 장맛비 소식이 오락가락합니다. 비 피해는 없으신지요?

작년 장마 때는 벼락이 쳐서 마을에 전기와 전화선 유선텔레비젼까지 모두 불통된 적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전기가 안 들어오니 암흑천지인데다가 전화마저 불통입니다.

하는 수 없이 손전화로 전기와 전화 고장신고를 했습니다. 손전화가 있는 성도들과는 연락을 했습니다만 유권사님은 손전화가 없어서 빗속을 뚫고 제가 집으로 찾아 갔습니다. 전기가 없어 냉장고가 녹아서 김치는 옛날에 사용하던 우물에 넣어 시지 않게 하는 등 긴급조치를 취했습니다만 불편하기가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유권사님, 전기 없이 산다는 것은 이제 상상하기조차 어렵게 되었습니다.

전화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금년 여름 장마통에 제 컴퓨터가 벼락을 맞아서 컴퓨터의 기억장치가 나갔다고 합니다. 드러이버에 저장된 정보가 다 없어졌습니다.

소망교회 박종철 목사가 빗속을 뚫고 와서 점검하면서 겨우 한글을 쓸 수 있도록 임시조치를 하긴 했지만 온전치가 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 주보가 온전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컴퓨터가 괭장히 느려졌습니다.

유권사님, 그 천둥 벼락 파동때 권사님댁 전화가 또 불통이 된 것입니다.

목사인 제가 답답한데 자녀들은 얼마나 불안했겠습니까?

유권사님의 행동반경은 참으로 넓습니다. 80대 노인답지 않습니다. 집과 밭에만 오가는 것이 아닙니다.

노인회 일, 교회 여선교회 일, 속회 일, 거기다가 장류사업팀의 일까지 참으로 바쁜데 손전화가 없어서 아침 일찍 아니면 저녁때나 통화가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벼락맞아서 아침 저녁의 핫라인이 던절되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자녀들이 보기에 노인유치원생인 우리 엄마 유옥순 권사와 통화가 안되면 극단적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급기야는 서울에 사는 딸과 인천에 사는 아들이 전화를 맞대고 최선책을 찾은 것이 엄마의 손전화 개통인 것입니다. 며칠 후 있을 아버지 추도예배때 전화를 개통해서 가져다드리기로 한것입니다. 손전화가 없어도 하나도 안 불편한 엄마입니다. 지금까지 안 불편하게 살았습니다. 집에 있는 유선전화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자녀 입장에서보면 밤새안녕인 나이의 어머가 시골에 혼자 사신다는 것은 여간 걱정이 아닙니다. 아프지는 않으신지? 식사는 잘 하시는지? 당신들을 위해서 기도해주고 계신지 등 염려와 걱정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함께 살 수 없는 여건도 문제입니다. 자녀들이 시골에 내려와서 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인정하는 바입니다만 어머니가 자녀들이 사는 곳으로 가서 살기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어머니는 도시가 답답해서 생병이 날 지경이니까요! 결국 자녀와 부모가 평생 함께 살 수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야 합니다. 경제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사실은 정신적인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 못하고 지내야 한다는 호소입니다.

없던 병도 생길 병명은 외로움 병입니다. 외롬병은 안 외롭게 하면 걸리지 않습니다. 농촌의 노령화와 독거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요즘 노인정책입니다.

노인정이 훌륭한 대안입니다. 또한 노인대학 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것도 외롬병 치유차원에서 참 귀한 것입니다. 거기다가 노인대학을 여는 주체가 교회라면 교회와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이며 복음수용이 수월합니다.

매 주 평일에 수시로 만나다 보면 교회 마당도 밟게 되고 시설도 이용하게 되고 점점 내집같아져서 결국 그 교회에 등록하게 될 것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노인들이 모일 시설을 마련하면서 노인복지 문제의 열쇠를 풀어가듯, 교회도 노인들을 위한 노인대학이나 노인 속회, 노인대상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대처합니다.

자녀들은 노인 유치원같은 노인대학이나 마을 경노당을 거쳐서 요양원, 혹은 요양병원 등의 순서로 노인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권사님, 노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물질적인 관심보다는 마음으로부터의 관심과 사랑, 가족들과 함께 나누는 경험이 더 절실하지 않습니까?

그런면에서 이번 아버님 기일에 자녀들이 선물한 손전화기는 참으로 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화요금이 걱정되어서 받기만 한다면 안될말입니다.

사랑으로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가만히 계시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것으로 아이들이 착각합니다. 맛있는 것이 잡수시고 싶으면 전화해서 말씀하세요! 잘하는 사례가 있으면 설명해주세요! 제가 가끔 부모님들이 사시는 문산리의 경노당에 일회용커피를 사들고 가서 인사하고 오는 이유도 우리 어머니 박순희 권사가 다른집 자식들의 사례를 설명해주셔서 알기 때문아닙니까?

유권사님, 저는 지금 우리교회 노인들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주간보호시설을 운영했으면 합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오인 유치원입니다. 이것이 오늘 농촌의 선교적인 대안이고, 현실이 반영된 선교정책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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