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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사람의 도시 문화 입문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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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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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옥순 권사님,
권사님은 고등학교 졸업할 나이에 우리 동네로 시집을 오셔서 지금까지 한자리에 살면서 70년 가까이를 지내오신 것을 축하합니다.
열 아홉 살에 시집오셔서 여든 셋이면 한자리에서 60년 이상을 사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아이들 셋을 낳아 키워 시집 장가를 보내고, 그 자리에서 영감님 일찍 보내드리고 그 집에서 예수를 믿기 시작했고, 엊그제는 그 집에서 자녀들과 함께 남편 되시는 송병포 어른의 추도예배를 목사와 함께 드리지 않았습니까? 남편과 함께 지은 집에서 60년 이상 산 당신은 미국에서 자식들 공부 때문에 귀국하지 않고 있는 큰 아들이 귀국해서 고향에 내려와 변전소 맞은 편 밭에 집을 짓고 살 기대를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루속히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유학과 취직 결혼은 영영 부모 집 떠나기
유권사님, 저도 일찍 부모를 떠나서 중학교 때부터 인천으로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인천 송도중학교와 대건고등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서울에 있는 신학대학으로 유학길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진로를 정해서 목회 길에 오른 지 곧 30년이 됩니다. 1976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81년에 대학을 나와서 지금까지 한눈팔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군대에 2년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목회길이 고달프지만, 사명 아니면 할 수 없는 길이지만 은퇴 후를 생각하면 마음에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살 집이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뜻입니다. 어린 시절 놀던 그 추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동네가 있고 그 동네 한가운데 우리 집이 있고 집 주변에는 오래전부터 함께 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곳에 은퇴하면 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놓입니다.
은퇴하면 고향에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은 집 떠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도 부모님들이 사시는 집에 가면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이집이 15년 후에 내가 살집이지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나무 한그루도 정겹습니다. 집 마당에서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주목을 심어 꽤 컸습니다. 다듬어 주지 않아서 모양은 없습니다만 문산리 본가의 상징목으로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본가에 가보니 나무가 이발한 것처럼 다듬어져 있어서 보기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마음이 얹잖아 지는 것이 아닙니까? 내 집을 주인과 상의도 없이 손본 것 같아서 불쾌하기까지 했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입니다, 논리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조상 때부터 지금까지 몇 대가 살아온 땅이고 20여 년 전에는 초가집을 부수고 그 자리에 양옥집을 지어서 부모님들이 살고 계신 집입니다. 그 집에 사는 부모님들이 주목을 다듬은 것이고 그래서 말끔해 진 것인데 왜 내가 불쾌한지 모르겠습니다. 집착은 아닐까!

은퇴 후 고향집으로 낙향하기
부모님들이 저에게 단 한 번도 “우리가 이 세상 떠나 하나님 나라에 가면 여기서 정목사가 와서 살아라” 하는 말씀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유권사님, 얼마 전에 선원면으로 낙향한 신경하 감독회장 댁에 간적이 있었습니다. 단아한 집 한 채와 적당한 잔디밭 그리고 혼자 농사하기 좋을 텃밭이 있었습니다.
그 집은 그의 형님이신 창리교회 신진하 장로가 은퇴를 앞두고 당신이 살집, 교회 사택, 그리고 평생 목회하고 낙향할 동생 목사의 집을 짓기로 결심을 하면서 지어진 집입니다. 창리교회 사택은 이미 방문한 적이 있어서 그 구조를 잘 알고 있었는데 신경하 전감독회장 댁을 방문하고 보니 같은 사람이 지은 건물이란 것을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신진하 장로 댁은 방문하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기본은 같고 농기계와 농산물 창고가 옆에 붙어있다든지 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유권사님, 자식들이 은퇴를 하고 낙향해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모습을 보면 참 보기 좋습니다.
권사님도 미국에 사는 아들이 자식들 공부 잘 마치게 돕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변전소 맞은 편 권사님이 여기에 지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는 그곳에 새집 짓고 자식들과 함께 살면서 효도 받으시다가 주님께로 가면 참 좋겠습니다.
그런 날을 당겨 달라고 기도하면 희망이 이뤄집니다. 제가 부모님들과 함께 살 것을 소망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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