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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법석(惹端法席)을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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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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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사님,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는 요즈음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말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명들도 그렇습니다. 강화의 지명들이 특정시대에 이름을 지어서 전통적으로 이어오다 보니 오늘날에는 도무지 터무니없는 뜻을 지닌 말들이 많습니다. 또한 일제가 우리의 거룩함을 폄하해서 욕처럼 지은 지명들도 있어 후손으로서는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쓰고 있는 것이 여럿입니다.
우리가 사는 면 이름은 불은면(佛恩面)이요, 옆에 있는 면은 선원면(仙院面)이고 반대편에 있는 면은 길상면(吉祥面)입니다. 모두가 불교용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강화에서 제일 높은 산은 마니산(摩尼山)입니다.
강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마리산이라고 부르는데 행정지명은 마니산인 것입니다.

특정지역 이름들을 가치중립적인 이름으로 바꿔야
제 후배 중에 강화역사 해설사로 봉사하는 구본선 목사는 분개합니다.
고려사에는 마리산 9번 마니산 1번이 사용되었으며 조선왕조실록에는 반반씩 마니산과 마리산을 사용했다고 핏대를 세우며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마리는 높다는 순수 우리말로 머리와 같은 의미이고 신라왕을 마립간으로 불렀다는 것입니다. 마리산은 머리가 되는 산이라는 것입니다. 그 근거로 마리산에 마리지천이라는 도량을 지은 이유를 생각하면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서 마니산 이라는 말은 불교용어로 악을 없애고 흐린 물을 맑게 한다는 구술을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행정용어로 정착한 마니산은 민족정기를 드높이고 단군왕검이 하늘과 소통한 민족의 영산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리산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유권사님, 마리산은 단군 왕검이 부처님보다 더 높다는 뜻으로 자칫 잘못 해석할 수 있는 발칙한 이름은 안 된다. 특히 그런 악한 생각을 버리고 흐린 생각을 맑게 씻어 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마니산으로 이름을 고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혼자 해봅니다.
강화에서 제일 높은 머리산이고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의미를 지닌 산이며 마리산에서 불 지펴서 전국을 돌고 전국체전에 와서 불타는 성화 봉송이 시작되는 산입니다. 그래서 강화여고에서 칠선녀를 뽑아서 강화군수의 불 지피는 것을 돕는 것은 신화를 일상에서 생활화하는 모습입니다.
그런 산이기에 머리산 즉 마리산인 것인데 마니산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족의 영산, 전 세계에서 가장 기가 센 산이니 거기서 기를 받아야 한다며 기축제를 하기까지 하면서 이름은 그냥 마니산으로 놓아두는 일은 기를 씻어버리는 산이라는 뜻이기에 앞뒤가 잘 안 맞는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유권사님, 종교다원주의 사회에서 무지개처럼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잘 어우러지는 세상이 귀한 것을 깨닫고 사는 시대 아닙니까? 그런 사회에서는 가치중립적인 이름으로 행정명칭을 새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군민들 전체가 참여하는 새 지명들을 공모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이름으로 바꿔 가면 군 전체가 새로운 정신으로 새롭게 묶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적인 요청과 미래지향적인 이름을 찾자
종교단체나 시민단체 행정기관 등이 한데 머리를 맞대고 강화 전체의 지명 중에서 가치중립적인 이름이 필요한 것들을 조사하고 새 이름으로 고치는 작업을 하는 동안 강화 지역 주민들의 의식이 깨어나고 창조적인 생각들이 피어나서 지역을 더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 저처럼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부른면) 두운리 200-1로 주보나 명함 편지지 봉투 등을 고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유권사님, 가치중립적인 이름, 누구나 거부감이 없는 이름으로 전국의 지명을 바꾸는 운동이 전개되면 좋겠습니다. 이름을 바꾸면 생각이 바뀌고 정신이 새로워집니다. 성경에도 야곱을 이스라엘이라고 바꾸고 나서 역사의 새로운 단초를 놓았고, 사울을 바울로 이름을 개명하고 나서 세계를 섬기는 사도가 되었지 않습니까?
유옥순 권사님, 강을 막아 댐을 건설하고 섬을 연결하는 눈에 보이는 변화에만 역점을 두고 정신이 발현되는 맥을 틀어쥐고 있다면 세상이 새로워지지 않습니다.
유권사님, 지금이 어떤 때입니까?
야단법석(惹端法席)이 일어나고 새로운 세상, 손 안에 컴퓨터가 달린 전화기를 들고 전 세계와 소통하는 시대 아닙니까?
그런 시대에 발맞춰서 과거지향적인 지명이 미래지향적인 이름으로 변화되고 거기에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정기를 모은다면 참으로 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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