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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음도를 지키며 사시는 두 분 집사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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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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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사님,
사람이 한번 인연을 맺고 끝까지 관계를 유지하며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은 참 귀하고 또 귀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삽니다.
얼마 전 강화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님 내외분들이 야외에 나가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유권사님과 교우들이 함께 볼음도 박집사님 내외분 가정으로 야외 속회를 다녀온 풍광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소개를 했습니다. 아침 9시경에 외포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서 오후 3시쯤 나오는 배가 막배다. 그 배를 못 타면 다음날 아침에 나가는 배를 타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강화도에 살면서 우리 가운데는 거기에 가보지 못한 목사님들도 있었습니다.

보름도 나들이가 결정되었고 점심식사는 해산물과 조개구이로 하기로 하고 박집사와 그 부인인 문집사와 상의하기로 했습니다.
유권산님, 문집사는 오래전 유권사님 댁에서 머물면서 요양보호사 과정을 이수한 그 집사님이십니다.
우리 지역 목사님들의 요구에 충실하기 위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목사님, 우리가 바다에 설치한 그물이 지난 폭풍 때 찢겨나가서 수리하느라고 철수를 해서 고기 구경하기가 힘들다는 대답입니다. 그러나 냉동실에 저장된 고기가 있으니 해물매운탕에 한 끼 식사는 문제 없다”며 숨 돌릴 시간도 없이 적극초청입니다. 사람의 정이란 이렇습니다. 조개 철이어서 간단한 연장만 있으면 먹을만큼은 언제든지 잡을 수 있다는 희소식을 함께 전했습니다. 모래사장에 조개구이를 위한 불판도 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넉넉지는 않지만 내외가 교회생활 열심히 하는 것이 늘 마음에 있던 권사님 댁에서 두 달간 묵으면서 유학을 한 문집사님이 벌써 보고 싶어졌습니다.

드디어 지난 월요일이 그날입니다만 저는 제 아내의 화급한 병원일정으로 도저히 참석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에 맞춰서 외포리 여객선 터미널 포구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책 <강단아래서 쓴 편지> 책갈피에 진짜 편지를 써서 넣어서 인편에 보냈습니다.

유권사님, 병상에 누워있는 제 아내가 좋아지면 제2차 볼음도 야외속회를 한 번 더 가야 하겠습니다. 아래에 쓴 것은 그 편지의 일부입니다.

볼음도에 두 분이 계신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건강하시지요?
강화 동지방의 목사님들 열댓 명이 볼음도 나들이를 하자고 한 것은 저인데 제가 참석할 수 없게 되어서 참으로 아쉽습니다.
제 개인사정이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고생하신 문 집사님에게 용돈을 좀 챙겨드려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목사가 챙겨주는 용돈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흔하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 아무 말씀마시고 주머니에 넣어두셨다가 바깥 집사님과 읍에 나올 기회에 맛있는 것 사 잡수시겨(세요).
그렇게 알갔시다(알겠습니다).
오늘 가시는 목사님 내외분들은 강화동지방에 속한 목사님들이고 특히 감리교회에서 실력이 출중한 목사님들이니 저에게 늘 따뜻하게 대해주신 것 그 이상도 이하도 하지 마시고 평상시처럼 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를 대하는 것 이상으로 하시면 제가 속상해지니까 말입니다.
아무튼 하루 좋은 나들이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한 곳에 제가 참석을 못해서 아쉽습니다. 이것 여기 담은 것은 그 벌금입니다.
편안할 때 제 아내와 함께 볼음도에 가서 하룻밤 자면서 밀린 얘기를 나눌 때가 올 것입니다.
여기 집사님 이야기가 담긴 책 한권 보냅니다. 혹시 갖고 계시면 이웃과 나누세요.
2011년 8월 29일 강화 본섬에서 정찬성 목사가

유권사님, 다녀오신 목사님들에게서 지난 번 우리가 갔을 때처럼 칭송을 들을 것은 물론이고 볼음도에 아무 때나 휭하니 다녀올 수 있는 연고가 생겼다며 좋아라들 하십니다. 바닷가에서 조개 박박 씻어 솥단지까지 차게 한 무더기 넣고 푹 삶아 조갯살 실컷 건져 먹고 그 국물에 라면 끊여 먹는 상상은 참으로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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