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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맞선 볼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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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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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사님,
지난 주간에는 맞선을 봐야한다는 독촉을 받았습니다. 몇 번 그런 이야기를 흘려들었더니 정색을 하고 맞선을 주선하겠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때가 있고 모든 여건이 성숙해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는 소신을 말씀드리며 완곡하게 거절했습니다.
주변에서 사람을 그냥 놔두지 않습니다. 단호하지 않게 어물어물 조그마한 빌미만 제공하면 엮어서 주선할 기세입니다.
공연히 서글퍼져서 집에 왔습니다. 사람소리가 그리워서 집에 오면 늘 습관적으로 텔레비전 리모컨에 먼저 손이 갑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져서 이제 동복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장롱을 열었더니 겨울 양복은 하나도 없습니다.
환절기에 제 아내는 철 지난 옷들을 한보따리 챙겨서 세탁소에 갔다주고 세탁소에 맡겼던 제철 옷을 찾아오는 것을 늘 보았습니다.

세탁소에서 겨울옷들을 찾아왔습니다
겨울옷을 꺼내놓고 철지난 옷은 세탁을 하거나 세탁소의 도움으로 손질을 해서 보관해야 하는 철입니다.
유옥순 권사님,
아내가 단골로 다니던 세탁소에 갔습니다. 그랬더니 손질을 해서 따로 보관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주까지 연락이 없으면 챙겨서 교회로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주인의 자상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아내는 이 세상에 없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어디에도 항상 있습니다. 제 아내가 자주 가던 중앙세탁소에서 동복 한보따리를 찾아 차에 싣고 돌아왔습니다.
옷들마다 다 사연이 들어있습니다. 양복 안쪽에 있는 영문 이니셜은 그 양복을 마련하게 된 동기가 들어 있습니다. 와이셔츠와 넥타이는 그 느낌과 함께 사연이 있습니다. 백화점 세일 품목부터 결혼식을 위해 장만한 것 등등입니다. 구두도 마찬가집니다. 제 몸 전체를 감싸는 생각과 현실들이 다 연결고리로 이어져서 옴짝달싹 할 수 없습니다.
세탁소부터 짠한 마음은 집에 들어오면서 정면에 붙어있는 사진을 보며 폭발했습니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극복하는 것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 엮으려고 하고 독촉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권사님,
맞선 보라는 주변의 권유에 맞선(make head against) 의리를 지키는 것이 지금은 더 나은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고집 출판으로 일주기를 맞이하려고요
유권사님, 인디언들이나 아프리카 사람들이 믿은 신앙에는 모든 것에 정령이 있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원시신앙 가운데도 자리걷이를 한다든지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된다든지 하는 말은 아프리카나 원시인들의 신앙잔재가 내려오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추억이 신앙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생각이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이 귀신이 된다는 말입니다. 너무 극단적이고 비 신앙적인 발언입니다. 그래서 용납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안타까운 마음은 조금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억과 그리움을 신앙의 경지까지 끌고 올라가는 그들의 순수함은 배워야 할 것 같았습니다.
유권사님, 환갑 전 젊은 시절에 혼자되셔서 20년도 더 넘게 혼자사시며 삼남매를 출가시키고 명랑발랄하게 신앙생활하시는 권사님 앞에서 눈물 왈칵 쏟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죄송스럽습니다만 그래도 그게 현실인 것을 어떡합니까?
저는 글 쓰고 책을 묶어내는 목사니까 제 아내 일주기에 제 아내가 써 논 일기와 “사모님사모님”이란 사모님들이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 보냈던 200여 편의 이야기들을 묶어 유고집을 묶어내야 될 것 같습니다.
해가 바뀌면 주변 사람들과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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