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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아빠 사랑, 카레라이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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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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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권사님, 가끔 카레라이스가 생각납니다. 카레라이스는 먹기 간편하고, 식사 후에도 치우기 쉽고 영양가도 있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생각하며 암 예방에 좋은 음식으로 적극 추천받는 음식입니다.
쉽게 생각하고 슈퍼에 갔으나 종류가 많아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좋을지 막연해졌습니다.

다운이의 아빠 보급품 교체하기

인스턴트식품은 싫고, 해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간 것입니다. 그런데 종류가 참 많습니다. 매운 것, 덜 매운 것, 안 매운 것 등부터 쉽게 선택하게 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카레 만드는 과정도 쉽지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부인에게 이렇게 주문했다고 합니다.
“여보 오늘 간단하게 김밥이나 해 먹지”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김밥 하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은 권사님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먹기만 간단한 것입니다.
카레라이스도 김밥 못지않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카레가루만 사다놓고 딸아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카레라이스를 만드는 과정이 만만치가 않다는 이야기를 같이 했습니다.
그리고 급한 김에 인스턴트로 만든 제품을 사다가 덥혀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인스턴트로 만든 카레라이스는 안 먹음만 못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 권사님, 그런데 토요일에 딸 다운이와 사위 나일즈가 왔습니다. 개 두 마리까지 네 식구가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온 겁니다.
물론 아빠를 위한 장바구니도 풍성합니다.
딸과 사위가 오는 날은 냉장고 내용물 교체하는 날, 보급품 조달받는 날입니다. 최소한 두 주간은 걱정 없습니다. 그리고 두 주간이 지난 것은 폐기처분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유 권사님, 저는 하늘나라로 간 어머니를 대신해서 아빠의 식탁을 챙기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카레라이스 사건은 아주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형마트에서 고기 야채 과일 심지어는 라면 끓여 먹기 편한 손잡이 냄비까지 사서 담은 봉지는 종이가 아니라 헝겊 장바구니입니다.
딸아이의 다른 지퍼 비닐봉지에는 딸아이가 직접 만든 카레라이스가 한번 먹을 분량만큼씩 담겨 있습니다.
저녁에 함께 먹을 만큼만 남기고 나머지 몇 끼 분량은 냉동실에 넣었습니다.
카레라이스가 든 비닐 팩을 더운물에 담가서 덥히거나, 밥솥에 넣거나, 전자레인지에 넣어서 덥혀 먹는 방법을 알려주고는 조심스럽게 “제 생각으로는 밥솥에 넣어서 덥혀 먹는 것이 제일 좋다”고 자기 의견까지 덧붙이는 지혜를 발휘합니다.

카레라이스에 얽힌 딸아이의 사랑 확인

제가 잔소리로 듣지 않을까, 잔소리하면 그만둬라 그럴까봐,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제 성격, 애비가 굶지 않고 잘 먹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 등등이 다 포함된 발언입니다.
카레라이스나 김밥이나 단순한 음식 같은데 거기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와 탄생과정은 장난이 아닙니다. 각종 재료가 다 각자의 과정을 거치고 모든 각각의 개체들이 한 장의 김 혹은 카레 속에 들어가서 함께 힘을 합해야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입니다.
밥 반찬이 식탁에 많지 않아도 되는 간단한 카레나 김밥에는 이런 애환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 권사님,
사실은 밖에서 밥 먹는 날이 우리 딸 다운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아서 두 주간 단위 보급품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찌개용 고기나 과일 등을 주일 공동식사 전에 식당 냉장고에 넣어서 교우들과 함께 나눌 때도 있습니다.
카레라이스 얘길 하다가 이야기가 옆으로 흘렀습니다. 다운이가 집에서 종일 만든 카레라이스를 지퍼 팩에 일인분씩 담아서 여러 끼 먹을 수 있게 가지고 온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냉동실에 넣어두고 다음에 올 때까지 다 잡수라고 엄명을 하고 갔습니다.
유 권사님 오늘 냉동실을 열어보니 딸아이 걱정 끼칠 일이 산더미입니다. 오늘 내일은 주방과 거실에서 카레라이스 냄새를 풍겨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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