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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교인들이 정든 교회를 떠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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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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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사님, 봄기운이 완연해졌습니다. 온몸으로 일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가 옵니다. 봄에 더 나른한 것은 겨우내 굳었던 몸을 풀 때가 되었다는 신호라고 합니다. 꽃샘추위와 유난히 잦은 봄바람은 나무에 수액이 올라와야 하는 나무 피부를 깨우는 바람이라고 합니다. 포도나무를 손질하는 농부의 모습을 보면서 포도는 햇가지에서 열리기 때문에 묵은 가지를 쳐내고 새순가지 날 눈만 몇 개 남기면 되는 것입니다.
성경말씀 가운데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는 말씀에 “열매를 맺어야 할” 이란 말이 생략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권사님, 저는 요즘 우리 농촌교회 못자리판에서 모를 키워서 도시 교회로 보낸 자녀들이 도시교회의 못된 가르침 때문에 잘못된 신앙으로 자란 모습을 보면서 입맛이 씁쓸합니다.
농촌 교인의 도시병원 입원과 죽음
유권사님, 목회자에게 제일 신경이 쓰이는 것이 관혼상제입니다.
농촌에서 평생을 교회를 섬기시던 장로님이 나이 들어 병을 얻고 자녀들이 사는 도시로 갔습니다. 병원생활을 하려면 도시가 농촌보다 수월한 것은 당연합니다. 두 장로 노부부는 그렇게 몇 개월을 지내다가 남편 장로님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상 떠나기 전 농촌에서 사는 정겨운 이웃들은 여러 번 병원을 찾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문제는 장례를 모시는 과정에서 생겼습니다.
장로님이 병원에서 세상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본 교회 목사를 중심으로 산역을 시작한 것은 당연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다 동원되다시피 했습니다. 도시에 살고 있던 자녀들이 농촌의 이웃들 장례나 큰일에 찾아오지 못한 것을 생각한다면 모두 손 놓고 포크레인 동원해서 파묻던지 화장해서 산에 뿌리던지 납골당에 모셔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농촌의 인심과 교회의 관심은 장로님의 마지막을 따뜻하게 맞았습니다.
물론 도시에 사는 아들이 그나마 신앙생활을 잘했는지 담임목사와 교인들이 농촌까지 왔습니다.
장지에서 조용히 도시 가족들과 농촌 장로님의 마을과 교우들과 함께 하관예배에 참석하고 위로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주관하는 목사에게 전도사가 전령처럼 왔습니다. “담임 목사님이 아래 계신데 내려오셔서 인사 하시죠.” 서울의 큰 목사님이 오셨으니 내려오셔서 인사를 하라는 충성의 메시지를 전하고 내려갔습니다.
시신이 영구차에 실려 마을에 들어섰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리고 교우들에 의해서 평생 섬기던 예배당으로 모셔지고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참석해서 예배를 드린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교회 마당에는 마을 분들이 준비한 상여가 대기합니다.
꽃상여로 배웅하는 것은 미신인가?
마을 사람들이 교회 장로이기도 하지만 평생지기 친구이고 이웃사촌들인지라 평생지기 보내는 의식으로 상여에 태워 장지로 갑니다. 교회장이면 교회장이지 상여는 또 뭐냐는 표정들입니다. 저게 목사야. 도시에서 내려온 교인들과 목사는 시골 목사를 아래위로 내려다보고 치보며 혀를 찹니다.
시새말로 개무시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시골문화, 마을 어른에 대한 공경심, 어른을 모시는 마지막 예의 등, 마을의 독특한 문화는 천박하거나 한수 아래의 저급문화로 치부합니다. 신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으니, 예식서에 없는 것은 다 미신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 분명합니다. 교인들이 밤새 접어 만든 종이꽃으로 장식한 촌스러운 꽃상여는 뭐냐는 표정입니다.
십자가 휘장을 둘린 관과 저승의 새벽을 깨운다는 닭 벼슬이 선명한 장식과 종이꽃 상여는 분명히 혼합주의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땀 흘리며 찬송을 인도하는 목사에게 “배운 것이 없으니까 저 모양이지” 하는 표정입니다.
한참을 가다가 다리를 건널 즈음에 장여 맨 마을 분들에게 “힘드신데 쉬었다 갑시다” 그랬더니 목사가 마을 사람들과 작당해서 돈 뜯으려고 장난친다고 항의하는 유족이 있습니다.
유권사님,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요즘 자본주의 논리와 황금만능주의가 도시 영혼들을 마비시킨 결과 농촌의 천천히 변하는 공동체 문화를 미신으로 치부하기 일쑤입니다. 못자리에서 열심히 길러줬더니 제 잘나서 그런 줄로 생각하는 도시의 거드름 피우기에 여념이 없는 추수꾼들의 모습이 새삼스럽습니다. 유권사님, 도시교회와 그 공동체에 농촌 문화에 대해 잘 모르시면 좀 잘 가르쳐드리세요.
하긴 당신들 가운데도 답답할 때가 많겠지요. 오죽하면 정든 교회들을 떠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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