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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빌라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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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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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사님,
성경에 나오는 빌라도는 분명히 진리가 무엇인지 잘잘못이 어디 있는지 알면서도 로마제국이 준 총독직(總督職)을 유지하기 위해서 진리를 구부러지게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수천 년 동안 고백하는 사도신경 그리고 초기 교회의 고백들에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라고 써서 그를 나쁜 사람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손을 씻으며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상징적인 퍼포먼스까지 연출하는 고도의 정치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빌라도는 책임을 회피해서 당신이 갖고 있는 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비겁한 지도자, 앞과 뒤가 다른 지도자를 말할 때도 빌라도를 거론합니다.

교회에도 빌라도 같은 인물이 있습니다.
어떤 집단이나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게 마련 아닙니까? 그런데 그것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주의 일을 잘하려는 모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떻게 결정이 되어도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는 경우들입니다.
그런 경우 당사자들에게 빌라도 같은 몹쓸 인물이라고 지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당장 자신의 이익이나 자신의 지지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옥 저승사자라고 해도 타협하고 편을 만들었다가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이익이나 조직을 위해서 필요가 없다고 생각될 때 나는 이 사람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손을 씻는 사람을 빌라도 같은 사람이라고 규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이 눈에 보이면 “당신이 빌라도냐”라고 항의를 하고 때로는 항의를 받게 됩니다.
현재 관계가 좋거나 한 배를 탄 경우에도 속으로는 “저 사람은 빌라도 같은 사람이니 조심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 열지 못하게 된다는 겁니다.
우리 속담에 “등치면 배 만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등판을 한 대 때렸으면 등이 아프다고 굴러야 하는데 배를 잡고 배가 아프다고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겁니다. 솔직하지 못하고 음모적이고 프로그램적인 사람을 말합니다.
빌라도를 말할 때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것입니다.
유권사님, 교회 일을 할 때 빌라도 같은 사람을 만나면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교회 장로 권사 집사 등 직분자를 선출할 때나 지방회 임원을 선출할 때도 똑같이 느끼는 것은 “당신이 빌라도냐?”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믿거니 하면서 말한 내용이 살이 보태지면서 뺑뺑 돌아서 당사자에게 다시 왔을 때의 당혹감, 이런 당혹감이 여러 번 학습되면 빌라도처럼 변하게 됩니다.
학습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습관이 되고 그런 학습이 대를 이어 쌓이면 기질이 됩니다. 가풍으로 나타납니다. 지방색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으로 결과지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유권사님의 고향인 강화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외침을 당하고 침탈과 노략질을 당하면서 살아오다 보니 성격이 변하고 습관이 변하고 기질이 특이해졌습니다.
우리가 사는 인천 사람을 가리켜서 말하는 용어가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살다보니 짜졌는지 충청도 강화도 등 외지인들이 모여 살아야 하니 짜졌는지 융숭하고 넉넉하고 후덕한 기질보다는 따지기 좋아하고 인색하고 그런 쪽으로 시민성이 변한 것을 알게 됩니다.
강화 사람에게는 수백 번의 외침과 양반 관료들의 유배지로 개발되다보니 유배지에 귀양 온 양반들과 주민들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지역사회의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빌라도냐 하는 소리는 듣고 살지 말아야겠습니다. 당신의 태도 때문에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하게 된 것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보기에도 좋지가 않습니다.
등을 치면 배를 만지는 태도는 절대로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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