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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당신 생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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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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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권사님,
음력 사월 열흘날이 천능숙 사모의 생일입니다.
아내가 세상 떠나고 첫 생일이어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산 사람은 그래도 살아죽은 사람 생일까지 챙기는 것을 생각하면서 미안하고 안타깝고 종일토록 옛날 생각에 사로잡혀 지냈습니다.
유 권사님, 제 아내의 생일이 음력으로 사월 초열흘날 아닙니까?
사월초파일이 지나면서 몇 사람이 전화를 해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아내의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섭니다.
아이들과 처갓집 처제들에게는 제가 연락을 했습니다만 그날을 기억하고 몸으로 달려와 준 것을 자식들뿐입니다.
부산에 사는 용기와 서울 사는 진실이 내외에게 미리 전화를 해서 그날을 비우도록 했습니다만 다 바쁩니다. 제 딸아이는 주일에 강화에 와서 함께 지내고 수요일에는 내려오지 못할 것이라며 미리 가족묘지에 꽃을 사들고 다녀왔습니다.
무덤 묻힌 첫 생일에 자식들만 다녀가고
아들 용기도 부산에서 제 어미 생일을 맞아 하루전날 미리 서울에 와서 하룻밤을 누나 다운이네 집에서 지내고 강화 가족 묘지의 제 어미 산소에 다녀갔습니다.
유권사님, 저는 음력 사월 구일에 먼저 꽃다발을 샀습니다. 그리고 사월 십일에는 꽃삽을 들고 아침 운동이 끝나자마자 선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잔디가 잘 살았습니다. 작년 가을에 잘 핀 국화 화분 네 개를 무덤 양쪽에 심어놓았는데 잘 크고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가족묘지에는 태어난 순서가 아니라 죽은 순서대로 묻히게 되어 있어 나이나 성별이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나 하동 정씨 집안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시제를 지내던 산의 조상들의 산소가 떡 벌어지게 야산 중턱까지 삼십여 기가 고총으로 나름대로 자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매년 두 번씩 벌초를 하고 가꿉니다만 떡갈나무 등걸이 쳐들어와서 매년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긴 일렬횡대의 무덤이 두 줄로 길게 늘어 서 있습니다.
가꾸는 정성에 따라서 두 평 무덤은 다양합니다.
비석 크기는 일정하지만 글씨체나 다짐의 내용은 각각입니다. 최근 언제부터인가 플라스틱 조화가 무덤가 돌 꽃병에 꽂히기 시작했습니다.
유권사님, 매년 제가 가족묘지와 조상들 고총 앞에서 ‘10월 보름 시제’를 ‘10월 보름 조상추모예배’로 바꿔 드린 지도 여러 해 되었습니다.

재림주를 맞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는가
산 사람은 살게 마련이고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는 말이나 자갈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은 무덤가에 서본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는 말은 틀린 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 하나님 나라에 갈 때를 기다리며 사는 것이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죽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구원의 확신이 있는가? 이렇게 묻는 것은 죽을 준비가 되어야 기쁨으로 감사함으로 심지어는 사모하는 마음으로 이 땅에서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권사님, 하나님이 오늘 밤에라도 부르시면 천국으로 가실 준비는 되어 있습니까? 난 오늘 주님이 재림주로 오신다면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무덤에 난 잡초들을 뽑고 들뜬 잔디에 흙을 뿌려 채우고, 무덤주변의 잔디 사이에 들어온 민들레를 뿌리 채 캐면서 사후첫생일 한나절을 무덤에서 보내고 왔습니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 낫 같은 숨결을 호흡기에 의존해서 내쉬며 어렵게 “믿음생활 잘 하고 천국에서 만나자”던 추상같은 마지막 말이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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