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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목사의 토요일에 쓰는 편지/ 강단여백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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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정감 넘치는 여름 나눔 입니다
유 권사님,
참 덥습니다. 금년에는 가뭄이 길어서 옥수수가 변변치 못할 것이란 생각은 기우였습니다. 튼실하고 쫄깃한 찰옥수수는 어린 시절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나눴던 그 맛,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는 그 맛입니다.
유독 옥수수를 좋아하던 아내가 새삼스레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여름 한철, 밥보다 옥수수를 더 좋아하던 일들이 주마간산처럼 지나갑니다.
옥수수를 제 아내가 좋아한다는 증표가 이번 여름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춘천과 철원 함께 목회하던 교우들이 “여름 한철 밥보다 옥수수”를 더 좋아하던 생각이 났던지 한 주간을 앞서거니 두서거니 하면서 한 자루씩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강화 와서도 그 “여름한철 옥수수”에 대한 교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 때문에 제 집 앞에는 옥수수가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춘천 위진오 형님이 보낸 찰옥수수를 수요 예배 후에 나눠먹고 한주간이 지났는데 이번에는 철원 영광교회 이 권사님이 한보따리를 택배로 보내서 수요예배 후에 또 나눴습니다. 교인들끼리 서로 옥수수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몇 개씩 나눠가지고 가면서 씨를 할 옥수수로 점지되기도 하고 빠진 교우들을 부지런히 챙기는 속장들의 발 빠른 모습은 내색은 안했지만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아내 우산을 벗어나지 못하는 음식 타박

유 권사님, 거동이 불편해지신 이옥선 권사님이 옥수수 잘 잡수셨다고 전화를 주신 것을 보니 신속 정확하게 널리 배달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옥수수 나눔은 끝난 모양이구나 하고 있는데 엊그제 금요일 속회 보러 교회로 오시면서 장산홍 권사님이 보따리를 두개 들고 오셨습니다. 하나는 옥수수 보따리고 또 하나는 호박새끼(?)들을 담은 것입니다. 애호박을 장산홍 권사님은 호박새끼라고 부르십니다.
금요일 옥수수를 전해 받으면서 속으로 내일 청소하러 오는 사랑 속과 함께 나누면 되겠다 싶어 토요일 아침 김순임 권사와 이소자 성도, 그리고 김순옥 권사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김순임 권사에게 옥수수를 쪄서 나눠 잡수시자고 말씀드리고 저는 주일 숙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장산홍 권사의 목사 부인 생각하는 마음이 사랑 속 속도들과 옥수수를 나누는 여름 나눔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유 권사님, 이런 일련의 옥수수 나눔이 저보다는 세상 떠난 제 아내를 생각하는 교인들의 정감어린 행동의 표현이어서 애틋합니다. 그것도 이어서 몇 주 동안,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통해서 이뤄진 일이어서 맘이 쓰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는데 이번 경우는 “사람은 죽어서 옥수수를 남긴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 권사님,
먹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옥수수뿐만 아니라 토마토, 참외 수박 같은 여름과일, 그리고 애호박, 가지, 오이, 방가지, 상추 같은 채소를 좋아하고 고기는 사절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육류를 특히 좋아해서 늘 밥상공동체의 편 가르기 내지는 왜곡이 심하다고 생각하면서 ‘수십 년을 불이익을 당한다’고 불평하면서 살았는데 요즘 그 벌을 톡톡히 받고 있습니다.
음식 조절이 안 되는 환경에 십 개월 정도 노출되었는데 몸무게는 다시 100킬로그램을 육박하고, 당수치가 당뇨병 조심 수위로 올라갔을 뿐만 아니라 몸무게의 수자와 느림보 정도가 비례하고, 밤잠 못자는 불규칙 취침이 늘어나서 종일 피곤할 때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강요된 억지 채식주의자에서 자발적 채식주의자가 되는 길을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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