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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화분 들고 함께 간 성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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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목사의 토요일에 쓰는 편지/ 강단여백 158


유권사님, 지난 화요일이 천능숙 사모 일주기였습니다.
질척질척한 아침, 산소에나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권사님도 알다시피 네 시와 네 시 십분 알람이 소리치면서 하루가 시작되지 않습니까? 전화에서 알려주는 알람과 새벽을 깨우는 핸드폰의 요란함 그리고 사발시계의 둔탁한 알람이 차례로 울리면 4시 20분까지 통과의례를 거쳐서 새벽기도회 나갈 준비가 완료됩니다.

일주기에 교우들과 함께 찾아 간 문산리 선영
이렇게 요란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새벽기도회에 다녀오면 여섯시 전반부입니다. 억지로 자려고 하면 두어 시간 잘 시간이 있습니다만 저는 잠깐 신문을 읽거나 메일을 확인하며 간식을 하고 운동하러 나갑니다.
운동장에 나가면 불꽃같은 눈으로 살피고, 지적 하고, 잔소리하며 코치하는 박 코치의 테니스레슨을 받은 지 6개월 정도 됩니다.
레슨 시간 20분은 너무 힘들고 땀범벅이 되어 옷을 짜면 땀 한 바가지는 짤 수 있을 만큼 혹독합니다.
그리고 아침 운동 나오는 이들과 한 게임하고 부지런히 돌아와서 9시 경에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날도 9시 반쯤 여러 권사님들이 교회에 몰려 오셔서 무슨 일이 있나 생각을 했습니다. 최정자 권사에게 일주기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권사님들 여럿에게 연락을 한 모양입니다.
작은 꽃 봉우리를 수도 없이 매단 소국 화분 두 개를 준비하고 천능숙 사모가 누워있는 문산리 선산에 올라갔습니다.
“목사님, 세월이 참 빠르네요”로부터 시작해서 의미 있는 날 의미 있는 시간을 권사님들의 절제된 말씀과 행동으로 목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날입니다. 성묘 다녀온 후 함께 점심을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아내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짧은 일 년이 지난 것입니다.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사모 자리가 비어서 우왕좌왕하는 일도 보이고, 지방에서는 감리사 사모가 사모회 회장이어서 교역자 회의 시간에 사모님들끼리 따로 모여 회의도 하고 친교도 하며 선한 연대를 이어가는 일에 구심점이 없어 하는 눈치입니다. 교회와 지방뿐만 아니라 가정사도 마찬가집니다.

종부 천능숙 사모, 당신 이야기를 곧 출판 할게요
종부 천능숙 사모가 빠진 가문이 현존하는 것입니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를 지근거리에서 봉양하는 큰 며느리로, 시누이를 챙기는 언니로, 시동생 부부와 늘 밀착해서 사는 형수로, 여동생 찬숙이네 아이들의 고모로, 정민이와 종서의 이모로, 성기 슬기의 큰 엄마로, 몸은 하나인데 각각의 입장에서 그 역할을 잘 감당하는 정씨 가문의 종부 같은 사모였습니다.
그 어렵다는 시어머니와 삼십년을 같이 살며 업고 안고 얼레며 살다보니 천하에 의지할 데는 큰며느리뿐인 것으로 착시하게 만드는 재주도 있었던 것을 늦게야 확인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귀신 쏟아지는 가문에서 매 맞으며 신앙생활을 시작해서 목사부인이 된 후 여자 형제들을 몽땅 신자로 만든 것은 지금 생각해도 하나님이 만지신 기적입니다.
일주기가 지나면서 아쉬움이 있다면 대학 졸업한 용기가 아직도 대학원 준비를 하는 것, 딸아이에게 손자 소식이 무척 뒤로 미뤄지고 있다는 심증, 그리고 천능숙 사모가 <사모님 사모님 까페>의 사모님들과 나눴던 이야기들 400여 편과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한 권으로 묶어내지 못한 것 등이 걸립니다.
유권사님, 금년이 가기 전에 원고들을 정리하고 출판해서 감리사 마치기 전에 출판기념회를 해서 천능숙 시대의 아쉬움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유옥순 권사님, 천능숙 사모는 이미 하늘 나라의 주인공이지만 여전히 우리 가운데 남아 있습니다. 출판을 통해서 천능숙 시대를 마감하는 굵은 획을 긋는 일에 기도로 지원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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