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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목사의 토요일에 쓰는 편지/ 강단여백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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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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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없는 교회, 통찰력으로 거듭나라
유권사님, 이맘때면 새해 달력을 주문해달라는 달력회사들의 샘플 북이 배달됩니다. 작년과 달라진 것이 없나를 살핍니다. 그리고 우리교회 달력은 어떤 것으로 할까 하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교회는 교회 이름이 박힌 달력을 하려고 하면 할 수 없는 처지는 아니지만 달력이 교회의 결속력과 일치감을 주는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고 생각되어서 몇 년째 안하고 넘어갑니다. 우리교회 달력 대신에 기독교방송 달력을 교인 가정 수만큼 기증받아서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여분을 남겨두었다가 새 신자가 오면 심방 가서 걸어주는 것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유권사님, 그런데 해마다 이맘때면 편지 겉봉 발신자 란에 “배영선 드림”이라고 쓴 편지가 옵니다. 이 편지를 뜯어보면 달력주문을 부탁하는 글과 함께 주문계약서 취급자 란에 배영선이라고 박힌 계약서 한 장이 들어 있습니다.
배영선 사모는 화성동지방 화리현교회에서 목회하다가 세상을 떠난 김의권 목사의 아내입니다.
배영선 사모는 주문서를 보내면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별세 목회자 가족으로 남편 없이 두 남매와 생활하며 공부시키기 위해 목사님께 큰 용기를 내어 편지를 드릴 때 저희 가정의 형편과 마음을 헤아려주시고 달력주문의 손길로 용기와 위로와 주님의 사랑을 보내주심을 마음속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배영선 사모는 이어서 “목사님의 사랑을 받고 자란 두 남매는 믿음 안에서 잘 자라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대학생이 되었습니다”라고 그간의 경과를 말씀하시고 나서 다시 한 번 부탁하는 달력주문이 “저희 자녀에게 달력장학금을 주시는 것”이며 “두 남매를 가르치는데 큰 힘과 도움이 되겠다”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줄 발신인 란에 “고 김의권 목사 아내 배영선 올림”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어차피 달력을 어디서 주문하던지 주문하는 것이니까 이왕이면 배영자 사모에게 주문해서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사님의 소천으로 남겨진 자녀들과 함께 사는 사모님의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내가 죽어도 저렇겠구나!
유권사님, 최근에 부산지방에서 목회하는 목사님 가운데 한 분이 군산 대우상용차 공장 지붕공사를 하다가 실족사한 일이 있습니다.
우리 지방의 친구 목사님이 그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달려갔더니 소속 교단에서 화환하나 보내지 않은 것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는 겁니다.
개척교회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가난해서 이혼당하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고 합니다. 목회하다가 가정이 깨져서 결손가정이 된 것입니다.
개척교회 운영과 생계가 막막해서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마다하지 않다가 당한 변입니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친한 친구목사에게 연락이 닿았고 달려갔더니 쓸쓸한 빈소, 소속교단에서 교단 소속 목사 빈소에 화환하나 보내지 못한 상황을 목격한 것입니다.
화환하나 안 보내는 교단에 죽도록 충성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내가 죽어도 저렇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없이 서글펐다는 고백을 들었습니다.
개척교회 하다가 이혼당하고 가정이 해체되고 아는 사람이 비교적 없는 군산까지 가서 노동판에서 개죽음당한 목사이야기는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합니다.
유권사님, 남편 목사의 소천 후 아이들과 굳세게 사는 사모의 이야기도 가슴이 저리게 아프지만, 개척교회 섬기다가 가정이 깨지고 그토록 모질게 세상을 떠난 홍목사의 이야기는 더욱 가슴이 아립니다. 그리고 “죽도록 충성하다가 내가 죽어도 저렇겠구나” 라고 씁쓸해하는 친구 목사의 고백은 우리가 속한 교회의 현주소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최근 감독회장 선거 불발과 가처분 몸살로 혼수상태에 빠진 교회에 “목사와 장로 자녀의 교회세습은 절대로 안 된다”는 법을 통과시켜 신선한 가능성을 보게 된 판국에 또다시 자괴감을 갖게 하는 희망 없는 교회에 깊은 통찰의 시간이 절실하지 않나 싶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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