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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사님, 저 장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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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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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여백 179

유권사님,
긴 혼자 사는 홀아비로 살다가 이제 장가갈 날을 잡아놓고 이것저것 준비하느라고 분주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모든 씨스템은 산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일 년 반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뭣 모르고 혼자 살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교우들이 혼자 쳐져있는 목사를 안쓰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티 안내고 살려고 하지만 교우들의 눈에는 그것을 들키지 않을 재간이 없었습니다.
사모에게 요구하는 다양한 의견들
장가를 간다는 일이 내일모래 60인 저로서는 엄두도 나지 않는 일이었지만 주변에서 잘 도와주고 무엇보다 교인들이 목회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뿐만 아니라 어떤 좋은 분을 소개하려고 들어온 권사님들의 결의에 찬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는 결단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몇 사람 만나도 보고 이리저리 목회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니라는 결론에 계속 이르렀습니다.
옛날 초창기 목회를 하던 때 알았던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하고, 소속 목회자로 있을때의 사람들이 연결되어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가족의 기대치, 교회의 기대치, 목회현장과 홀아비 된 제 기대치가 다 다르고 까다로워서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먼저 가독들의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전에 우리가 알던 분은 안 되겠다. 그것이 엄마에 대한 의리 아니냐는 자녀들의 의견을 고려해야 했고, 너무 나이가 어린 사모보다는 그래도 세상살이 경험이 풍부한 분을 사모로 모시면 좋겠다는 교인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 사는 그런 사람이 좋겠다는 부모님들의 주장이 강하십니다.
앞으로 목회현장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사람이 좋겠다는 젊은 목회자들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목사님이 자리를 비우면 설교할 수 있는 그런 사모가 좋겠다고 하는 교인들도 있습니다. 반주 잘하는 사모님이 부럽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산으로 갈 지경입니다. 평생 장가가긴 틀린 듯싶었습니다.
어쩌나 교회는 강력하게 사모를 요구하고, 처제들은 너무 빠른 것 아니냐고 항의하고, 목회는 혼자는 못하는 일이라며 동료들은 설득하고, 자녀들은 머리로는 아빠의 재혼을 이야기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정리를 못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모이기 전에 아내이며 어머니이고 며느리인 것을....
저는 이런 다양한 요구와 상황가운데서 우선순위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목회자 정찬성을 우선으로 하고, 아버지 정찬성을 두번째로, 아들 정찬성을 세 번째로 놓고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목사 정찬성을 잘 도울 수 있는 사모는 어떤 사람일까? 자녀들을 잘 돌보고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그런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줘야지. 그리고 부모님들에게 관심을 갖고 노년을 아름답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그런 며느리감은 없을까?
“사모 어머니 며느리” 그리고 먼저 간 아내가 전혀 모르는 그런 사람 정도로 기준을 정해놓고 보니 나늘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다시 정합니다. “아내 사모 어머니 며느리”를 우선순위에 놓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하나님, 이야기가 통하는 아내이면서 교우들의 아픔을 만져줄 수 있는 안목이 있는 사모 그리고 자녀들의 친구 같은 어머니 그리고 부모님들의 노년의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며느리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어느날 선배 목사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기도하면서 정한 기준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날을 잡았습니다.
유권사님, 2013년 2월 2일 오후1시 서울정동제일교회에서 그 교회 출신 김선영 권사와 결혼하고 새 출발합니다. 축하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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