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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 효도, 네 식 효도, 우리 식 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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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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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권사님, 며칠 전 새벽 기도회를 마친 후 잠깐 쉬는 동안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이 시간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은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촌각을 다툴 급한 일이 아니면 전화할 사람이 없는 시간입니다. 목사가 새벽예배 마치고 잠깐 쉬는 시간인 것을 천하가 다 아는 일인데 누가 전화를 하겠습니까?

새벽 전화 벨소리에 가슴 철렁 내려앉고

달려가 급히 받았더니 어머니 왈 “오늘 우리 집 모 내는 날이니까 와서 모판을 못자리에서 떼어내서 길옆으로 나르는 일, 차에 모판을 싣고 내리고 그리고 우리 논에서 모내는 기계, 이양기에 모판을 실어주는 일을 도와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당부가 “정목사, 모내는 집에서 그날 일꾼들의 점심을 사야하는데 아들이 좀 사지?”하시는 것입니다.
물론 천하에 둘도 없는 효자인 저는“물론입니다. 당장 달려가겠습니다. 구레논이에요 경주알인가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구레논에서 모판을 가져다가 경주알에 있는 논에 심는다는 겁니다.
우리 동네 논들은 나름대로 이름으로 갖고 있습니다. 경주알, 구레논, 배논, 가랑포, 배산논 등등이 그것입니다. 가랑포는 고려시대의 왕릉인 가릉을 관리하는 벼슬아치에게 준 가릉포란 농토이름일 것이란 거의 확실한 추측인데 나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배논이나 배산논은 간척사업으로 옛날에는 바다였고 배가 들어와서 대는 자리쯤에 생긴 논일 거라고 추측합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선수 쪽 바다와 선두리 쪽 큰 갯벌을 막아서 생긴 어마어마한 농토 이름이 배논 혹은 배산논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강화가 여러 개의 섬이었는데 대대적인 간척사업으로 섬이 하나가 되었다고 하잖습니까? 그래서 마리산과 진강산을 두고 화도와 양도라고 부르는 것도 섬이엇던 곳이 이어진 후 생긴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유 권사님, 모내는 이야기로 시작한 것이 지리공부가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부르시면 무조건 달려가서 이야기를 들어 드리고, 그 뜻을 따라 드리고 순종하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유 권사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양기가 고장이 나서 엔지니어가 출장을 오기로 했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수리가 되었습니다. 함께 일 년 내내 형제처럼 품앗이하는 한 팀을 모시고 점심을 대접하고 돌아왔습니다. 난 참 일복이 없어서 금년에는 논 근처까지만 갔다가 왔습니다.

몸으로 마음으로 돈으로 다양하게 효도해

기계가 고장 나서 부모님들이 사는 문산리 본가에 갔더니 마침 여동생이 쉬는 날이어서 집안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방청소, 세탁기 돌리기, 냉장고 정리, 옷 정리 등등 여동생 찬숙이는 오늘도 모범생입니다.
남편도 쉬는 날이면 처갓집 말뚝에 절을 하는 타입입니다. 어머니가 척추수술 후유증으로 허리가 많이 구부러져서 활동반경이 매우 좁습니다. 그래서 박순희 권사의 딸이며 동시에 제 여동생이 여러 가지로 돕고 있는 것입니다
통배추 여러 망을 사와서 김치 담글 부산을 떨고 있습니다. 쉬는 날이면 집안 청소부터 시작해서 냉장고 정리까지 하는 정찬숙식 효도가 깊습니다.
그런가하면 남동생 부부는 봉투를 가져와서 일 년 내내 양식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모내는데 보태시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워낙 친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자주 뵙지 못하는 것이 그들 부부의 안타까움입니다. 여동생식 효도인 집안청소건, 남동생부부의 효도방법인 봉투건, 저처럼 몸으로 때우는 것이건 각자 각자가 엄마 아버지를 사랑하는 표현 아닙니까?
또한 당신들이 생산한 유기농 벼를 현미 쌀로 만들어 자식들에게 기쁨으로 나눠주시는 것 감사하게 열심히 먹는 것이“우리식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양기가 고장이 나서 모 내는 것도 못 도와드리고 밥 한 끼 대접하고 왔습니다만 콤바인이 필요한 가을에는 농사마무리 하는데 한몫 거들며 몸으로 때우는 “정찬성식 효도”를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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