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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시집보내는 아버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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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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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권사님, 입춘이 지나고부터 결혼식과 장례식 소식이 여기저기서 동시에 난리입니다. 환절기라서 나이 드신 어른들이 겨울에 지친 육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영원한 쉼을 얻는 자리가 환절기의 잦은 장례식이라면 입춘대길을 맞아서 젊은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는 의식이 있는 것도 역시 봄입니다.
유 권사님, 저는 어제 결혼식에서 생경한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찡했습니다.
베다니교회에서 목회 하시다가 금촌제일교회로 가신 유인섭 목사님이 딸 류미이를 시집보내는 날입니다. 인천복지교회의 청년 김태규와 결혼을 하는 날입니다.
복지교회의 안규진 목사가 친구 목사의 딸을 당신 교회 청년과 결혼하는 주례를 맡아서 혼인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신부의 아버지인 류인섭 목사가 사위와 딸 앞에서 축혼가를 부른 것입니다.

완전한 사랑 하나님의 사랑 다함이 없는 사랑에 겨워 둘 한 몸 되어 보람 있게 살라 손 모아 주님 앞에 빕니다.
온전한 사랑하게 하옵소서 믿음과 소망과 사랑 가지고 아픔과 죽음 겁을 내지 않고 주님만 의지하게 하소서
슬픔을 이길 기쁨 주시옵고 다툼을 없앨 평화 내리사 사랑의 아침 환히 동터 오는 행복한 나날 되게 하소서 아멘

이 찬송을 듣는 동안 온몸에 전율이 밀려왔습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옆에 함께 참석한 아내만 없었어도 펑펑 울었을 것입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살짝 닦고 아내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보았다면 속으로 생각하길 남자가 이렇게 눈물이 많아서야 무슨 큰일을 하겠냐고 실망할까봐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고 감동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유 권사님, 아버지의 축가가 그렇데 감동적이고 멋진 줄 몰랐습니다. 자식들이 진정으로 잘 살아주길 바라는 것이 부모마음일진데, 과년한 딸을 시집보내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길 바라는 것이 모든 아버지 마음이지만, 목사이며 아버지가 점잖은 체면에도 불구하고 특별찬송을 부르면서 자식 사랑을 직접 표현하는 모습은 정말 멋졌습니다.
권사님도 아시다시피 제 큰딸 다운이가 나일즈와 결혼한다고 할 때 결혼을 허락하고 주례자를 누구로 할까를 걱정하다가 급기야는 제가 주례목사가 되지 않았습니까?
정말 잘 살아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래서 제가 직접 축복의 잔치자리에 여러 이웃들을 초대해서 직접 주례목사가 되었었는데 그런 마음이 아마 유 목사님에게도 간절하셨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엄마먼저 천국 보내고 딸 시집보내는 마음이라니

유 권사님, 류인섭 목사님이 베다니교회에서 목회할 때 사모님이 암 투병 하시다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시잖았습니까? 그때 류 목사님과 아들딸이 몸부림치며 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저로서는 아버지의 축가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는 말씀입니다.
특별찬송을 부를 때는 주례자가 신랑과 신부가 노래 부르는 사람을 바라보도록 하지 않습니까?
신랑과 신부, 딸과 사위가 아버지를 바라보는 가운데 찬송가 604장 “완전한 사랑”이 감동적으로 잔잔하게 들렸습니다. 참석한 이들이 모두 그런 저런 저간의 사정을 알고 있으므로 더 진한 감동이 몰려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눈시울이 젖었던 것입니다.
유 권사님, 토요일에는 제가 결혼예배의 인도를 하지 않는 한, 토요일은 꼬박 서재에서 보내던 오랜 고집도 유인섭 목사가 딸을 시집보낸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몸부림치면서 아내를 먼저 보낸 그 모습이 눈에 선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사랑과 새 엄마가 들어오셔서 아이들을 가슴으로 낳고 품어 결혼을 시키는 그런 모습이 사람 사는 데서는 늘 불가피하게 있는 일입니다.
결혼예배에서 저는 속으로 이런 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 오늘 새로 탄생하는 이 가정을 축복해주셔서 서로가 진실하게 사랑하게 하시고 특히 류미이가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아름다운 아내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아버지의 눈물어린 축복송이 그들의 삶에 염원이 되게 하시고 열매가 되게 해주십사 하고 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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