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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다 됐습니다, 식사하러 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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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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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다 됐습니다. 걱정 마시고 식사나 하러 가시자고요.”
서울 은평구 쪽의 성결교회를 섬기는 장로님의 전국적으로 유명한 별명입니다. 은평구는 서울입니다만 제가 대학에 다닐 때만해도 논밭이 있었습니다. 제가 응암교회 60년사를 쓸 때 자료를 뒤지다보니까 은평구의 가장 번화한 곳에 소나 돼지를 잡아 서울에 공급하는 도살장이 있었고, 지금은 벽제로 나간 화장시설이 무악제 고개 바로 밑에 있었습니다. 서울 쪽에서 보면 무악제 고개 넘기 전에는 서대문 형무소가 있었고 넘으면 화장터가 있었던게지요.
그리고 도시화되면서 혐오시설이라고 일컬어지는 도살장, 형무소, 화장장, 결핵 및 전염병전문병원 등이 더 밖으로 나가고 도시화되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성결교회 박 장로 이야기

은평구에 있는 대부분의 교회들은 그 역사가 길어야 5-60년에 불과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 지역은 미국 남 감리교의 선교지였던 곳이어서 고양감리교회가 100년을 넘어선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신흥개발과 관련 한 교회들입니다. 지금 고양시의 아파트 단지 숲인 곳이 논밭이었던 것처럼 그 과정을 한 번 혹은 두 번 먼저 거친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유 권사님, 서울이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역촌동의 어떤 성결교회 박 장로님에게 붙은 “다됐습니다. 목사님 식사하러 가시지요.”의 내력은 이렇습니다.
처음 교회를 개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울이 팽창되고 도시화되면서 교회를 새로 지어야 할 판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건축헌금은 참으로 조심스럽습니다. 교우들과 이런 저런 회의를 거쳐서 조심스럽게 건축헌금 작정을 하는 날이 되면 목사는 걱정이 되고 긴장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배가 끝난 후 재정부에서 나온 박 장로는 “목사님, 다됐습니다. 식사하러 가시지요.” 박장로는 늘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온 교우들이 목표액에 맞춰서 작정헌금을 하고 모자라는 것은 모두 박 장로가 자원해서 메꿔 넣고는 담임목사에게는 “다됐습니다. 식사하러 가시지요.”한다는 겁니다.
유옥순 권사님, 8월 둘째주일에 건축헌금을 하기로 임원회에서 결정하고 걱정이 되어 소화가 잘 되지 않습니다. 성도들의 형편과 사정을 너무 잘 아는 처지여서 더욱 그렇습니다. 한 교회에 10년 가까이 목회를 하다 보니 숟가락의 숫자까지 알정도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이 권사님에 대해서는 이런 걱정, 저 권사님에게는 저런 걱정거리가 있어서 가뜩이나 힘든데, 급살 맞게 교회 부지 마련을 위한 건축헌금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보니 박장로가 그리워지는 것입니다.
우리교회에도 이런 박장로 같은 성도가 여러 명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습니다. 박장로 같은 교인과 함께 목회하는 목사님은 얼마나 신이 나실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습니다.

좀 더 입을 크게 벌리고 기도합니다.

유 권사님, 우리교회는 작은 규모의 교회이긴 하지만 모두가 군유지 불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오랫동안 기도로 준비하며 여기까지 왔으니 너무 염려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금액이 크지 않은 것도 사실 한몫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교회부지 확장에 대해서 교인들이 입을 더 크게 벌리고 기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차장 그리고 군유지 점유한 교회 진입로, 교회마당과 접해있는 불하받을 밭을 정리하고 지금 소나무와 관상수를 심은 곳이 사실은 교회와 통하는 길 자리입니다.
이번 군유지 매입이 끝난 후에는 지금 관상수를 심은 길까지 정리해서 전체를 한 필지로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리고 나면 사택 앞 감나무 밭은 여전히 교회 마당과 접한 애물단지처럼 답답한 밭이 될 것입니다. 감나무가 자라면 교회를 가려서 교회의 존재감은 점점 작아질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사태를 알고 있는 우리는 이번에 더 크게 입을 벌려 기도하면서 군유지 위에 붙은 개인 땅까지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리 하나님께서는 어느날 갑자기 30년 이상 된 느티나무 그늘도 병들게 하셔서 거둬 가시고, 우뚝 솟은 전나무와 주목도 시들어 죽게 하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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