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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 안에서 남이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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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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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사님, 지난 주 속회는 참으로 풍성했습니다.
이옥선 권사님이 당신 집에서 속회를 드리는 날 작심하고 차린 점심상입니다.
속장의 속회 장소와 시간을 통보받고 대답을 하고 난 후 수첩을 보니 신경하 감독회장님과 점심 약속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 속회를 부지런히 드리고 점심약속 장소로 가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도 일정이 빡빡합니다.
11시 선교속 속회인도, 12시에 신경하 감독회장과 점심, 1시부터 5시까지 농업대학원 수업, le는 사람은 처가댁에 햇물 고춧가루 전달 등등이 금요일 오늘 일정입니다.
돌아와서 주보 정리, 설교원고 완성, 주일준비를 본격화하면서 토요일을 맞습니다. 이 주일에 봉독할 말씀 봉독자들이 공유하는 밴드에 올려놓기, 우리교회 반주자 이은지와 레슨해 주시는 인경화 사모님이 연습한 곡들 확인하기, 속회보고 받아 주보에 싣기, 하우스 대에 달린 여주, 조롱박, 작두콩, 수세미 돌보고 나눠줄 사람들의 이름을 나무막대로 껍질에 흠집내기 등등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합니다.
유권사님, 수세미나 조롱박 껍질에 나눠줄 사람 이름 흠집 만들기는 이런 것입니다. 얼마 전 강화읍에 있는 옥림교회 사모님이 우리 교회에 된장 살 사모님을 모시고 함께 와서 “목사님, 수세미 익으면 하나 주세요.”하는 것입니다.
“그러세요.” 대답을 시원하게 했는데, 사실 남들이 다 따 가면 어떻게 드릴 수 있겠습니까? 사람만 실없는 꼴이 되고 말 것입니다. 후배 목사님 사모님에게 실수 하면 안 되겠기에 그 사모님을 불러서 나무 막대기를 드렸습니다.
만약을 몰라서 그러니 수세미 껍질에 이름을 쓰고 가시라고 했습니다.
사모님은 “ㅇㄹ”이라고 쓰고 가셨습니다. 찜해놓은 셈입니다. 그것을 누가 흑심 먹고 가져가셔도 경찰이 잡아간다던지 구속 수사를 하는 일은 없겠지만 수세미에 흠집 있는 것을 보면 누군가 먼저 찜해놓았구나 하는 생각은 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누가 따 가면 그땐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이름 써 놓은 것을 가져갔으니 이건 절도에 해당되는데 누군지 모르니 다른 것으로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되는 일입니다. 이름으로 써놓는 순간 그 수세미에 대해서 공동책임이 되는 것입니다.

신경하 감독회장을 대접하게 된 이옥선 권사가정
속회를 마칠 시간쯤에 전화기가 흔들립니다. 예배 시간에 진동으로 해놓은 겁니다.
예배를 마치고 확인하니 감독님입니다. 자초지정을 설명드리는데 이옥선 권사님이 반찬은 없지만 우리집에서 대접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하십니다. 사실 저도 점심준비를 하신 것을 모르고 권사님 댁에 속회를 드리러 간 것이니 그냥 가기가 난감하긴 했습니다. 신 감독임을 모셔오기로 하니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거기다가 송정태 노인회장님과 인천고등학교 족보를 따지다보니 분위기가 화기애애합니다. 또한 신감독회장의 친형이신 신진하 장로님과 우리 송정태 회장의 친분이 더해져서 ‘우리 강화사람’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유권사님, 지역감정이 모든 정치현실에서 나타나면 끝 아닙니까? 이것을 극복하기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저도 강화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고향에서 목회하며 이웃과 관계 맺기가 참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을 늘 경험합니다.
‘내가’ 다른 그 어떤 것들과 교제하며 살 때 ‘그것’이 되기도 하고 ‘너’가 되기도 하며 ‘우리’가 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데 ‘우리 강화사람’이 되는 경험은 지역감정을 뛰어넘어 우리끼리 이곳에서 살 때 참으로 중요한 관계입니다.
좁은 지역일수록 이것이 더 강합니다. 어느 중고등학교, 몇 회 졸업생인가를 물어 나이를 가늠하고, 나와 동문인지 아닌지를 우선 확인하면 일이 일사천리가 되는지 원리원칙으로 처리하든지가 정해진다고 합니다.
미개한 사회의 텃세라고 하기에는 너무 메마른 사회의 방어기재라고 봐주고 싶습니다. 농촌에 이사 온 사람들이 처음에는 굽신굽신하면서 집도 짓고 울타리도 치고 마을에 협조도 하는 것 같은데 집짓고 어느 정도 적응했다하면 수준에 맞지않는다는 핑계로 이사온 사람들끼리 친목회도 묶고 끼리끼리 세력이 되어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기에 이르게 되는 것을 많이 보면서 시골 인심 각박하게 하는 주범이 되기에 이르렀다고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습니다.
유권사님, 이야기가 옆으로 흘렀습니다만 송정태 회장과 신경하 감독님이 금방 친해졌습니다. 강화초등학교, 강화중학교 인천고등학교, 신진하 장로, 은퇴 후 창리에 정착 이 정도면 “우리가 남이꺄!”가 되고 음식 준비한 이옥선 권사는 남편이 화기애애한 식탁의 주인이 되는 것이 신나서 더 환해지는 것이 역력합니다.
어찌 우리가 주 안에서 남입니까? 형제여 자매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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