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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지 순례길에서 만난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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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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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6, 강단여백/ 정찬성 목사의 토요일에 쓰는 편지 ]

유 권사님, 지난 열흘 동안 종교개혁지 순례길은 하루에 수백리 길을 강행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러시아에 환승한 우리는 곧바로 영국으로 옮겨가서 종교개혁지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감리교회의 최초의 예배당인 뉴롬, 웨슬리 목사가 산상설교를 시작한 하남 마운틴 등을 방문하고 다음날도 웨슬리와 관련된 순례길을 이어갔습니다.
웨슬리 채플, 웨슬리가 회심한 장소인 올드스트리트를 내 발길로 체험한 후에 그냥 영국을 떠나기가 아쉬워서 박물관에 들렸습니다.
소위 대영박물관입니다. 국회의사당과 버킹검궁전이 멀지 않은 곳들입니다.
박물관은 영국의 것이라기보다는 세계의 것들입니다. 전 세계에 유일한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인 영국 아닙니까? 각 나라의 문화유산들을 빼앗기도 하고 수집하기도해서 전 세계의 것들을 억지로 강제로 빼앗아 모아 놓은 박물관입니다.
그곳에는 이집트 미이라도 있고 로마와 그리스의 유물들도 현지보다 더 많을 정도입니다. 신전채로 부숴서 들여온 것들도 있고 개인 귀족이 소장했던 것들을 기증한 것도 상당수입니다.
좌우간 힘의 논리로 남의 것들을 잔뜩 빼앗아 전시해서 먹고사는 나라란 나쁜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긴 강화도에서 빼앗아 간 우리 문화유산들이 프랑스에서 보관하다가 최근 돌려받은 것을 생각하면 영국이나 프랑스나 힘의 통치가 정당화된 모습입니다.

요한웨슬리, 칼빈, 루터 등등의 순례길들

유 권사님, 웨슬리 유적들을 돌아본 후에 기차를 타고 프랑스로 와서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등을 돌아보고 새로운 종교개혁지인 독일과 스위스로 행했습니다.
벌써 나흘이나 지난 시기입니다.
닷새째 되는 날 도착한 제네바에는 칼빈과 관련된 유적들이 남아있었습니다.
제네바 대학 종교개혁기념비, 설교했던 교회 등 하루 종일 칼빈이라는 말을 수백 번도 더 들어 잠꼬대 할 정도로 칼빈의 발자취를 따라서 살았습니다.
스위스에서 독일로 넘어가는 길에 융프라우에 들려서 만년설을 본 것이 관광이라면 유일한 하루 관광코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벌써 엿새가 흐르고 제 7일에는 독일입니다. 하이델베르그로 이동해서 성령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루터가 재판을 받던 자리, 대성당, 개혁가들의 동상 등을 보면서 종일 루터에 씨름하는 시간들을 갖습니다.
제 8일째 되는 날도 역시 루터입니다. 루터가 최초로 독일어 성경을 번역한 곳인 바르트 브르그 성을 비롯해서 루터가 안수를 받았던 오스티니 수도원, 루터가 벼락이 비켜가는 것을 보면서 회심한 장소를 돌아보다가 어두워졌습니다.
순례의 막바지입니다. 바이마르란 곳에서 자고 자동차로 200킬로를 달려서 비텐베르그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는 루터가 나는 이런 이유로 개혁할 수밖에 없다는 95개의 반박문을 붙였던 성교회 대문에 섰습니다.
대문은 후에 95개 반박문을 동판에 새겨서 새로운 대문을 만들고 성교회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종교개혁은 루터나 칼빈 요한 웨슬리에 의해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조력자와 사상가들의 토론과 논쟁, 정치가들의 지원과 핍박이 어우러져서 생긴 시대의 산물입니다. 하나님께서 노아의 방주로 만들어서 새로운 세기를 열었던 것처럼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선각자들의 몸부림에 하나님께서 응답하셔서 인간과 하나님께서 새로운 세대를 이뤄 가신 합작품이 종교개혁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정신이 종교개혁

하나님께서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는 신의 명령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 종교개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단 이틀을 남겨두고는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해져서 체코 프라하 바츌라프광장과 세계 최고의 고딕양식를 자랑하는 성 비트교회가 자랑스럽게 서 있었지만 시큰둥해졌습니다.
호텔에서의 마지막 밤은 모스크바에서 보냈습니다. 붉은 광장, 크레물린 궁전, 레닌언덕 등을 돌아보고 붉은 광장을 끼고 있는 쿰 백화점에서 러시아 상류 사회의 풍속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한식으로 마지막 이른 저녁을 먹고 저녁 9시 55분에 출발해서 인천공항에 아침 11시에 도착하는 러시아 국적의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밤새 떠있는 비행기속에서 푹 자는 동안 감기가 달려와서 콧물을 줄줄 흐르게 했습니다.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목소리도 변했습니다.
내일이 주일인데 강단에 설 수 있을까 할 정도입니다. 종교개혁지 순례길의 끝은 남궁병원에서 주사한대 맞는 것으로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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