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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참 내 맘대로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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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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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옥순 권사님, 지난 주간에는 용기와 다운이에게 편지를 한통 간절하게 썼습니다. 애비 마음을 몰라주는 섭섭함과 빨리 사회생활에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편지를 쓰게 된 것입니다.

큰 딸아이 다운이는 권사님도 아시다시피 나무랄 것이 없는 아이로 반듯하게 컸습니다. 미국에서 건너와서 사는 나일즈와 함께 꾸려가는 가정은 갈 때마다 훈훈하고, 하나님의 축복이 임하는 가정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부산에서 학교를 마치고 나름대로 연주인(player)의 길을 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혼자 부산에서 활동하던 용기는 서울로 올라와서 대학원에 가도록 설득을 해서 누나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유 권사님, 그러니까 이제 한 시간 거리에 식구들이 다 있는 셈입니다. 용기는 대학원에서 입학을 허락하고 오라고 하는데도 조금 더 실력을 쌓아야 한다며 또 한 학기를 미루고 매일 연습실에서 산다고 합니다.

용기가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부모 욕심은 빨리 졸업시켜서 짝 찾아주고 독립시키고 한숨 돌리고 싶은데 부모 맘대로 안 되어 속이 상한 요즘입니다. 그래도 부산에서 살던 원룸과 자동차도 이제 필요 없다며 아빠에게 반납하는 것을 보면 정신은 바로 박혔는데 누굴 닮아서 그런지 고집이 황소입니다.

하긴 드럼 팀파니 등 타악기를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했으니 생활도 박자에 안 맞으면 거부감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는 군대에서도 군악병으로 근무할 정도였잖습니까?

저는 아직 실력이 모자라서 조금 더 연습을 하고 대학원에 들어가겠다는 겁니다. 들어가서 학교 다니면서 모자라는 실력을 더 향상시키라는 애비와 주변의 말은 설득이 안 됩니다. 빨리 졸업시켜서 자기 자리에 앉게 하려는 시간에 대한 애비의 조바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원칙적이고 타협을 모르는 자식이 답답합니다. 이미 대학원에서는 입학 허가를 허락을 받았는데도 말입니다.

졸업하고 부산에서 살면서 방세만 내주고 나머지는 트럭으로 악기를 나르는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벌고, 주중에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 밴드 지도하고, 교회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 주자로 연주하면서“알바스천”으로 신앙생활을 하다가 서울로 다 털고 올라왔습니다. 4년을 설득해서 이제 완전히 부산생활을 정리한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부산에서 더 큰 세상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유 권사님, 제 누이가 내년에 미국에 들어가면 용기는 이제 외톨이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서로 의지하고 같은 집에 살고 있는데 걱정이어서 용기 집 마련하는 계획을 제 엄마와 의논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집 사줄 형편은 못되니까 영구임대주택을 마련해주면 공부하는 동안 거기서 살다가 나중에 용기 말 맞다나 좋은 연주가가 되면 수입도 생기고 스스로 집 마련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아니면 가족들의 꿈인 음악목사가 되면 교회가 목사에게 주는 집에서 살게 될 것이고 본인이 그토록 원하는 평생 음악하면서 사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교회 음악을 하는 목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사람 공부시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 만드는 일이 이리도 힘이든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에 가고 나서 지금까지 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교회가 등록금을 줘서 공부를 시킬 수가 있었습니다만 어디 학교에 다니면 학비만 드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방세, 생활비, 레슨비, 악기구입비, 용돈 등 등허리 휘는 생활을 한 것 아닙니까?

그래도 농촌 목회자 자녀에게는 레슨비를 받지 않는다는 교수님을 만나서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레슨비 없이 공부할 수 있어 감사했고,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는 텃세가 심하다는 부산청소년시향에서 활동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는 사설 연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고등학교 합주단을 맡아 지도했고 교회에서도 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를 치면서 계속 신앙 생활한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10년 뿌리내린 부산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에 온 것은 이제 맨땅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유권사님, 용기 서울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 교인들이 기도하고 학비를 지원하며 우리가 키운 자식 아닙니까?

지금까지 부산 개척지에서 뿌리내린 용기로 다시 서울에서 자리 잡고 큰 울림이 있는 팀파니 주자로, 교회의 오케스트라는 지휘하는 음악목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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