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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여백ㅣ정찬성 목사의 토요일에 쓰는 편지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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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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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사님, 영육강건(靈肉强健) 파이팅입니다.

 

유 권사님, 권사님이 예배에 빠진 것은 제가 교회 부임하고 거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얼마나 아프셨으면 주일성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으셨는지요?

유 권사님, 이 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우리교회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권사님이 육신의 고통 앞에 무릎을 꿇어 힘들어하시면 권사님을 좋아하는 성도들이 “차돌 같으신 유 권사님도 그러시는데” 하면서 도미노처럼 주저앉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머리가 다 쭈뼛하고 섰습니다.

좀처럼 자녀들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웬만한 일은 당신이 다 처리하시는 성품인지라 봄부터 뭐든지 잘라먹는 고라니, 씨앗 심어놓은 것은 귀신처럼 알고 쏙쏙 빼먹는 산비둘기와 싸우기 위해서 울타리치고 그물망 안에서 키워 익기 시작한 고추며 콩, 들깨와 참깨는 누가 소독하고 수확을 할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점점 후패하는 몸과 날로 새로워지는 영혼

 

“재 너머 치닫이 밭”이 온통 붉은 고추로 그득해질 터인데 누가 따서 모두 말린답니까?

사람사서 품값주고 나면 빈손일터인데 다리가 그리 아프시니 어쩐답니까?

논밭에 내 몸 짓 갈아 수확한 것 내다팔아 몇 푼 쥐는 것이 우리네 농촌 살림인데 무릎이 그리 아프시니 어쩐답니까?

“작년까지는 그래도 안 그랬시다. 그런데 금년에는 죽갔는걸요. 목사님, 병원 가서 무릎에서 물을 두 주사기나 빼고 왔더니 좀 나아졌시다.”

제가 영은교회 처음 왔던 해에 권사님 몇 분이 환갑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이제 칠순이 되었습니다. 10년 세월 중에 변고도 많아서 더러는 먼저 하나님이 부르셨고, 더러는 남편을 앞세웠고, 더러는 병들어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10년도 더 윗분이신 권사님은 늘 부러움이었는데 권사님마저 찔뚝거리며 아프시니 걱정은 걱정입니다.

유 권사님, 태어나는 순서는 질서가 있어도 불러 가시는 순서는 하나님 당신이 질서를 세우시니 우리 인간들은 도무지 알 길이 없어 준비하고 살아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제가 영은교회에서 10년을 살면서 세상을 떠난 분들이 새로 들어온 성도들보다 더 많습니다. 지금도 새로 들어오는 성도들보다 세상 떠날 나이가 되시는 성도들이 더 많은 형편입니다.

 

교회의 기형적 구조에서도 표상되시길

 

피라미드 형태의 교회, 남녀 성비로도 피라미드여야 하는데 남자들에 비해서 여자의 비율이 훨씬 많아서 한쪽으로 찌그러진 항아리 형태인데다가 젊은 사람들은 안보이고 칠십 살 전후가 교회 주력이 되는 그런 구조라서 머리가 크고 한쪽 몸은 작은 성비가 불균형인 역삼각형 불완전 구조입니다.

그러니 뭘 해도 뒤뚱거리고 남성들의 힘이 필요할 때도 몇 사람이 다 해야 하니 힘들고 금방지치고, 지치는 모습을 보고 일하려니 또 맥 빠지고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도 유 권사님, 몇 안 되는 성도들이 꿋꿋하게 장류사업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참으로 대단합니다.

유 권사님, 권사님을 보나, 우리교회 70안팎의 교회 주도적인 성도들을 보나 몸이 늙는다고 영혼까지 늙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게 합니다.

일반직장에서 우리교회 같이 성비와 노령화가 급속하다면 벌써 문 닫았을 직장들이 수두룩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 권사님, 교회들을 보면 “겉 사람은 후패하나 속사람은 점점 더 새롭다”는 말씀이 실감이 납니다.

유 권사님, 겉 사람이 점점 나이 들어 힘들수록 그만큼 더 영혼이 젊어지고 새로워져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으로 기쁘고 감사하게 사셨으면 합니다.

마치 독수리가 날개 치듯 활기가 도는 그런 모습으로 사셨으면 합니다.

한창 젊을 때는 종일 일해서 파김치같이 되어도 한잠 자고 일어나면 거뜬했다는 말씀이 옛이야기입니다. 이제 조금만 끔적거려도 몸은 천근만근 안 쑤시는데 없지만 우리 영혼은 날로 새로워지는 역사가 권사님에게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권사님을 보며 배우고 닮으려는 후배들이 예수 안에서 날로 새로워지는 역사까지도 배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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