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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보시는 줄 알고 예배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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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강단여백/ 정찬성 목사의 토요일에 쓰는 편지

 

하나님이 보시는 줄 알고 예배드렸습니다

 

유 권사님, 권사님이 아파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이 참 안쓰럽습니다. 정순현 권사님이 기진맥진하셔서 겨우 주간보호센터의 신세를 지시고, 백세인 이순길 권사님이 자리보존 하신지가 꽤 여러 날이 되었습니다.

일 세대 교인들이 열 명이 훨씬 넘을 때 선교속 속회로 모이면 “목사님 우리들 다 묻고 가시겨, 그전에는 절대로 못 떠납니다. 약속하시겨.” 손가락까지 걸며 다짐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무량천국 유한인명(無量天國,有限人命)

 

10년 동안 매주 금요일 우리끼리 모여서 “참새 짹짹, 오리 꽥꽥”하는 마음으로 노인유치원을 운영했습니다. 우리교회 일 세대 교인들이 하나씩 둘씩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우리 곁을 떠나실 때마다 우리는 천국에 가시는 당사자에게는 기쁨이지만 우리에게는 아쉬움과 섭섭한 눈물의 환송을 계속하곤 합니다.

유 권사님, 지난번에 한동안 교회에 못 나오시며 100살 연세의 무게를 이기시고 다시 교회에 나오시던 이순길 권사님이 또 자리에 누우셨습니다. 목 넘김이 부드러운 게 없을까 해서 제철 물렁한 백도를 좀 들고 아내와 함께 찾아뵈었습니다.

100세인을 모시는 따님과 며느님 그리고 손자내외의 지극함이 눈에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힘드실 것 같다”는 따님의 안타까운 말씀과 손등을 쓰다듬는 며느님의 정감이 천국 가시는 길을 곱게 닦는 것 같았습니다.

젊은 시절 쌀 한가마니를 머리에 이고 이십 리 장을 오가셨다는 신화적인 건강과 아직도 장단지가 젊은 사람 같으신 권사님이 ‘하나님이 천천히 오라고 하신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천국 가시는 숨고르기’를 하고 계십니다.

이미 정해진 갈 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조석으로 자손들이 문안하며, 늘 곁을 지키는 자손들이 있어 마냥 부럽고 행복해보였습니다.

유 권사님, 이제 권사님이 이어받으신 선교속의 구호 “하나님이 보시는 줄 알고 예배 드렸습니다.” 어떤 날은 “하나님이 들으시는 줄 알고 예배 드렸습니다”라고 회중들이 둘러 앉아 손에 손을 잡고 제일 영자님이신 100세인 이순길 권사님이 우렁차게 외침으로 금요 노인유치원 속회를 마쳤잖습니까? 그 우렁찬 구호는 다시 들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원로 목사이셨던 아들 앞세워 천국 길을 닦으시고 이제 당신이 그 길을 가시려고 합니다. 함께 사시는 따님에게 임종을 앞두시면 바로 전화 주셔서 예배를 드리자고 했습니다.

유 권사님, 10년을 한 속회에서 우리와 함께 지내는 백세인(百世人) 이순길 권사님의 환송예배를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고 찬송하며

 

우리교회 강단을 바라보고 오른쪽 벽에 걸린 “무량천국 유한인명”이라고 쓰인 글씨가 생각납니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고 하나님 나라는 무량하다는 뜻으로 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엄정한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벽 왼쪽에 걸린 같은 크기의 액자인 “우리 집은 늘 찬송하고 늘 기도하는 집”이란 뜻의 한시를 보고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것이 목사의 마음입니다.

유 권사님, 한사람 두 사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마다 우리의 믿음이 더욱 정성스러워져서 내 일로 생각하고 예복을 준비하는 성도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하나님이 내려다보신다는 믿음의 삶이 당신의 가치관이셨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산다는 신전의식(神前意識)이 늘 당신 삶의 기준이셨던 것을 입신하셔서 천국에 가셨던 간증에서 우리는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아직 네가 올 때가 아니니 나가라고 하셔서 깨어났다는 말씀을 늘 우리에게 들려주셨는데 이제 그때가 가까이 오는 듯합니다.

유 권사님, 아직 정신이 남아 있을 때 한번 찾아뵙고 천국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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