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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여백 | 산 짐승들 겨울나기 점점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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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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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권사님, 권사님이 쑤시는 묵사발은 참 맛있습니다.
묵 맛은 양념 맛이라는 통념을 깨게 만든 것은 순전히 권사님의 묵 맛 때문입니다.


두부와 묵에 대한 추억

저희 어머니도 손님이 오신다고 하면 종일 반찬 걱정하다가 콩을 담그는 것으로 손님맞이를 시작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손 두부를 만들기 시작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 편에서는 묵을 쑤시는 겁니다. 두부와 묵이 있으면 식탁이 풍성해지지 않습니까?

저희들이 객지생활을 하다가 집에라도 가는 날이면 두부와 묵은 반드시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때 모두부와 새우젓두부찌개 그리고 묵무침이 없는 식탁을 대하면 은근히 불안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학기 성적이 나빠져서 음식 벌을 주시나, 몸이 불편하셔서 두부를 못 하셨나,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식탁을 대하며 어머니의 속생각을 알아차리려고 눈치를 보던 생각이 납니다.


산짐승 겨울 양식 강탈은 안 된다.

유 권사님, 요즘 새벽 산행을 하다보면 도토리가 지천입니다. 어느 날 제 아내의 부탁으로 산행하면서 주운 것이 넘치는 한 되가 됐습니다. 새벽기도회가 끝나고 오토바이로 마리산 입구까지 새벽공기를 가르며 달려갑니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힘차게 걷는 “마리산 산행”이 버릇길이 들었습니다.

흥천교회의 채한수 목사, 소망교회의 박종철 목사 등이 동참합니다. 우리보다 훨씬 고수이신 화도시온교회의 이상수 목사는 마리산 왕복을 1시간대에 주파하는 실력파인데 시간대가 다른지 코스가 달라서인지 뵙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유 권사님, 산 도토리 줍는 아침 산행의 인구가 늘어나서 등산길에 떨어진 것을 줍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골짜기를 누비면서 자루를 들고 큰 배낭을 채워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경기가 나쁘니까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고추 널어놓은 것, 마늘 걸어놓은 것, 수수 익어 고개 숙인 것들을 밤새 잘라가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도토리와 산밤은 하나님이 짐승들에게 주신 먹이 아닙니까? 우리가 사는 집 주변에는 야생동물들이 적으니까 사람들이 주워다가 녹말로 만들어서 묵을 쑤는 것이지만 산에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러면서 산짐승들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청솔모하며 다람쥐 등 마리산의 야생동물들의 먹이를 사람들이 빼앗아 가면 이 겨울 무엇을 먹고 살까 하는 걱정입니다.

짐승 입장에 서보세요. 인간들은 다 도둑 아니겠습니까? 힘이 세다고 마구잡이로 채취하는 것은 수렵시대의 원시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씨 뿌리고 가꾸지 않은 것을 산 주인에게 허락받지 않고 수확하는 것은 강도라고 생각합니다.


등산로의 나무들의 신음소리도 듣자

등산로는 사람들이 이곳이 정상을 향한 길이라고 리본을 묶어서 서로 이 길로 다니는 것이 편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길이다. 그런데 한 곳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다 보니까 길의 흙이 패이고 돌들이 드러나고 흙과 돌 사이의 나무뿌리들이 흉물스럽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드러난 나무뿌리를 수많은 등산화의 울뚱불통한 고무 홈이 꽉 잡았다고 놓는 것처럼 아프게 밟고 있습니다. 이 신음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등산로를 단순화하고 안식년제를 도입해서 등산로를 폐쇄하기도 하면서 같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 권사님, 이 지구는 하나입니다. 우리가 보호하고 가꾸고 이름으로 붙여서 창조의 질서가 회복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이 시대의 기독교인들에게 부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거짓말하고 강도질하는 것이 범죄인 것처럼 산에서 동물의 밥을 훔치고 내 건강을 위한다고 나무을 마구잡이로 훼손하는 것도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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