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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친구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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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 강단여백/ 정찬성 목사의 브라질에서 쓰는 편지

뉴욕 친구의 전화

 

유권사님, 한 겨울 추위에 어떻게 지내십니까?

세상이 공평치도 못해서 전 열대의 한복판에서 땀을 찔찔 흘리며 지냅니다. 덥기는 하지만 더워서 주는 하나님의 선물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우선 사시사철 일 년 내내 가로수와 집 주변에 늘 꽃이 있습니다. 또한 일 년 내내 과일이 지천입니다.

더워 입맛 밥맛이 똑 떨어졌을 때는 과일로 한 끼 식사를 대용하게 되는데 괜찮습니다.

유권사님, 이럴 땐 감식초 묽게 타서 시원하게 한잔 하거나 백초 효소 한잔 쭉 들이키면 다시 밥맛이 돌아올 텐데 하면서 입맛을 다시게 됩니다.

더워서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

해외목회 두 달째입니다. 거기다가 아내마저 병원 진료 때문에 한국에 들어간 터라 혼자 조석을 해결합니다.

배려심이 많은 교우들이 그 상황을 잘 알고 있어 가급적 혼자 있게 만들지 않습니다. 항아리 식당의 한순례 집사나 다드림의 이영복/원희숙 집사, 그리고 신라의 한요덕/박금순 권사 내외의 식사 챙기기에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한국식 미용실을 하는 리디아의 김도영 성도의 장보기 돕기나 박기종/김은경집사 내외의 깜짝 방문, 전도사님 내외의 밀착 도움으로 하루하루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국만리에서의 삶에서는 관계의 중요성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유권사님, 시골에서는 아랫집 옆집 뒷집이 다 잘 알고 숟가락 숫자까지 알고 지내서 어떤 때는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아서 짜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도시에 살면 아파트 옆집에 사는 사람조차 누군지 모르는 개인주의가 판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롭다는 표현을 하고 삽니다.

해외 이민생활은 도시의 단절된 이웃관계의 열배는 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웃을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 종일 다녀도 한국사람을 만날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주일 수요일 금요일에 있는 교우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지는 것은 단절로 인한 외로움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권사님, 이렇게 지내고 있는데 뉴욕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은희곤 목사입니다. 이민목회 10년쯤 되는 뉴욕커 목사입니다.

너무 반가워서 삼십분쯤 통화를 했습니다. 이민목회 선배를 자처하는 조언이 쏟아졌습니다.

빨리 말을 익혀라, 취미를 정해서 시간을 투자해라, 작은 모임을 여럿 만들어 각 모임들을 챙겨봐라. 일대일 모임을 여럿 만들어서 운영하라 등등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장기레이스를 펼칠 수 없다면서 목사들 가운데도 조울증세로 목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상대방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3-6개월이 제일 견디기 힘든 때라면서 견디기 어려우면 미련스럽게 버티지 말고 언제든지 달려오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유권사님, 사람이 산다는 것은 다 혼자 사는 것 아닙니까?

남편 앞세우고 수십 년 혼자 사시는 권사님에게 더 살갑게 더 정성껏 살피지 못한 것을 회개하는 마음이 듭니다.

사람이 외로워 보아야 외로운 사람들의 심경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새삼 깨달아 지는 요즘입니다.

유권사님, 저는 이 나이가 되어서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그걸 깨닫는 늦깎이 목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죽기 전까지도 그런 기본적인 배려심을 깨닫지 못할까봐 은희곤 목사에게 전화하게 하고, 또한 새로운 현장에서 적응하게 하신 것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정찬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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