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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희 권사댁 아보카도 심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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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강단여백/ 정찬성 목사의 브라질에서 쓰는 편지

 

홍인희 권사댁 아보카도 심방이야기

 

유 권사님, 지난 주간에는 우리 도시에서 자동차로 30-40분 거리에 있는 도시 성베드로에 갔었습니다. 그곳에 사는 집사님의 초청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은퇴하셔서 그 곳에 자리 잡은 90대 노인 부부의 농장주택심방과 골동품 상점 둘러보기, 그리고 브라질 무게 뷔페점심으로 일정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 조그마한 도시는 유황온천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내린 커피 한 병을 정성껏 담아서 아내와 함께 출발했습니다. 전에 그곳에 심방 갈 때는 전도사님이 동행해 주셔서 길 찾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전도사님이 함께 안 계시니 스스로 찾아가야 합니다.

옛 기억을 동원하고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서 근처까지 같습니다만 정작 집사님 댁을 찾는 데는 약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해시계 공원 앞에서 방황하고

 

성공회 성당을 끼고 오른편으로 올라가서 두 번째 골목인데 그 골목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한참을 돌다돌다 해시계공원을 만났습니다.

땅이 넓으니 참 동네 공원에 별걸 다 설치하는구나 하면서 내려서 가까이 가서 살피니 여기저기 시멘트 바닥이 균열이 되고 주변에는 풀이 무성했지만 그래도 태양이 뜨는 한 그 시계는 기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손목시계와 해 시계의 그림자 시각을 맞춰보니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작 약속한 이은희 집사님 댁은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지 난감해서 전화를 드렸더니 금방 해시계 공원 앞으로 찾아왔습니다. 바로 골목 두어 개를 아래에 두고 방황하는 인생이 된 것입니다.

유권사님, 권사님보다는 어리지만 그래도 우리교회에서는 나이든 축에 속하는 이 집사님과 함께 90이 되신 홍인희이경용 노 권사님 부부를 심방하는 것이 오늘 일정입니다.

자식들은 도시에 살고 있는 성공적인 이민 일세대시고 노년에 시골에 농장까지 사서 전원을 즐기는 그런 가정입니다.

대문에 들어서면 우선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구석구석 각종 과일나무가 ‘수두록 빵빵’입니다. 야자, 망고, 아세로라, 감, 아보카도, 고야바, 심지어는 매실까지 없는 것이 없습니다. 한쪽에는 닭장이 있어서 토종닭과 오리를 놓아 먹이고, 잘생긴 집지키는 진돗개도 한 마리 있습니다.

거기에 두 노부부가 살기에는 넘치는 소박한 집이 중앙에 떡 버티고 서 있습니다. 지난번 전도사님이 앞장서시고 젊은 부부들 몇 가정과 주일학생들이 아세로라를 따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눈이 어두워서 책을 볼 수 없으니 필요한 것을 가져가라고 하셔서 교회 책장에 더러 필요하다 싶은 것을 갖다 놓고 저도 <웨스트민트 신앙고백> <장로직분론> <일본어 성서> <성구대사전> 등을 제 서재에 갖다 놓았었습니다. 몸이 전과 같지 않아서 교회에 가실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분들의 뿌리가 있는 상파울로도 어렵고 우리교회에 오시는 것도 오래 앉아 있기가 힘이 들어서 사실 장비를 갖춰 입으시고 연중행사로 큰 맘 잡수셔야 한두 번 가능한 일입니다.

 

농장은 넓고 나이 들어 건강은 안 따르고

 

이런 경우 천상 가정방문해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준비해간 말씀을 함께 나눴습니다. 참으로 오랜 만에 목사와 함께 드리는 예배여서 그 자체가 좋으셨던 모양입니다. 홍권사님이 당신 집에서 수확하셔서 당신이 수고해서 만든 아세로라 고야바 주스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남편 이 권사님의 안내로 아보카도 나무로 갔습니다. 난 사실 평생 처음 보는 나무입니다. 주렁주렁 가지가 휘도록 달린 아보카도를 맘껏 따 주셔서 가지고 간 천가방을 그득 채웠습니다.

그런데 아보카도 나무 밑에 여기저기 조그마한 구덩이가 파져 있는 것입니다. 거름을 주시려고 파 놨나 싶어서 “일꾼들이 거름 주려고 파놓은 구덩이 인가요?”하고 물었습니다. 웬걸요, 그 집에서 키우는 파수꾼 백구가 어느날 풀려서 스무 마리도 넘는 닭과 오리를 대학살했다는 것입니다. 짐승들은 본능적으로 죽여서 땅에 살짝 묻어 놨다 야금야금 꺼내 먹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 구덩이가 즐비한 것입니다.

몸도 예전 같지 않은데 매일 닭장 문열어주고 닫는 수고를 덜수 있어 차라리 잘되었다고 말씀하시며 학살현장을 빠져나와서 아세로라를 수확하고 온 여성들과 상봉해서 뒷정리를 하고 두주에 한 번씩 가정예배를 드리러 와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약속하며 돌아왔습니다.

유 권사님! 생활골동품 상점이야기와 브라질식 저울 뷔페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주어지면 하겠습니다. 추위에 몸조심하시고 봄에 뵙겠습니다.

 

정찬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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