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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여백 | 금혼식에 설레시는 정헌채-박순희 부모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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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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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옥선 권사님, 저희 부모님들이 결혼하고 54년이 지났습니다.
얼마 전 인천의 부광교회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떤 교인의 추천으로 결혼 후 50년이 넘은 노부부들의 금혼식과 금혼여행을 하는 행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 부모님을 추천하고 자녀들이 부모님께 쓰는 편지숙제도 했는데, 오늘은 그 숙제의 일부를 정리했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님과 존경하는 아버님께

금혼식을 하신다는 말씀에 설레어 하시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으십니다. 허리 굽은 모습으로도 소녀처럼 미장원에 다녀오시는 어머니의 발걸음이 가벼운 것을 보니 새색시가 되신듯합니다. 남자 어른이시라서 내색 안하시는 아버님도 미루어 짐작컨대 어머니만큼은 아니지만 50년도 훨씬 전 어머니와 연애하시던 그때로 돌아간 듯합니다.

당신이 평생을 섬기시던 그 교회에서 두 분이 뜻을 같이 하셨습니다. 거기가 연애의 현장이었고, 거기가 주일학교 교사를 같이하는 사역의 현장이셨습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저와 찬웅이 그리고 찬숙이를 낳으시고, 그 교회에서 장로가 되시고, 회갑잔치를 하시고 평생을 그 교회를 섬기다가 은퇴 무렵에 내가 하나님께 드리는 마지막 헌신이라시며 온 교우들을 격려하며 새 성전 건축에 헌신 하셨던 두 분의 모습이 너무 너무나 보기 좋았던 기억이 남습니다. 내일 모래 팔십이신 긴 세월 한평생 수고 많으셨습니다.



건강하게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생들에게 부모님, 두 분의 금혼식에 대한 느낌을 물었습니다. 공통된 의견이 두 분이 의좋게 지금까지 살아계셔 주신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들 했습니다.

동생들은 부모님께서 매주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는 것에서 용기를 얻는다고 했습니다. 용기, 성기, 종민이 등 세 손자들과 진실이, 슬기, 맑은샘 등 세 손녀들을 위해서 장장 20년 가까이 매주 깨끗한 돈으로 바꿔서 헌금 드리시는 정성이 부모님들을 건강하게 한 것으로 믿어집니다.


진정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아버님, 평생 섬겨 오신 교회인지라 아직도 당신의 의견이 반영되길 원하시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이제 완전히 내려놓으시고 젊은 후배 장로들에게 맡기시고 뒷전에서 완전히 숨어서 하나님께 기도만 하시는 부모님이 되셨으면 합니다. 은퇴(隱退)라는 말은 “물러나서 숨는다”는 뜻 아닙니까? 교회는 하나님이 역사 하시는 현장이니 목사님이나 장로님이나 물러나서 숨어 지내셨으면 합니다.

35년을 장로로 봉직하셨으니 착각할 만도 합니다만 아버님은 물러나서 숨어 지내야 하는 은퇴 장로임을 잊지 말시길 바랍니다. 금혼식이 그런 것을 더 다짐하고 두 분만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어머님, 아직도 일주일에 최소한 한번은 김치를 담그셔서 자손들에게 보내야 직성이 풀리시는 어머니, 죄송합니다. “아범, 김치 담근 게 익어가니 시어지기 전에 빨리 가져가게나.”

허리 굽어 아이구 소리치며 담그시는 김치는 “보고 싶다 자식들아”라고 외치시는 그리움입니다. 금강혼의 그날까지, 아니면 예수님 오실 때까지 건강하세요. 우린 진작부터 그것을 알고 모르는척하면서 투정도 하고 바쁘다고 핑계도 대지만 김치 시어진 다음에 간적은 한 번도 없었음은 어머님이 더 잘 아십니다.

“박순희 표 김치” 덕에 며느리들이 김치 담그는 법을 잊었다면 믿어지십니까? 앞으로는 며느리와 딸들을 불러서 함께 김치를 담가야 솜씨가 전수되는 것임을 아셔야 합니다. 맛만 전수시키시면 안 됩니다. 가을 찬바람이 불면 벌써 홍삼 만드실 육 년근 인삼 수소문하시는 어머니는 아직도 청춘이십니다. 아무도 못 말릴 본능적인 어머니이십니다.

금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 다녀오실 때까지는 다 잊으시고 신혼만큼 마음 설레시는 금혼식만 생각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송곳 거꾸로 꽂을 자리로 없었던 신혼시절을 가끔 회상하시면서 “감사한다. 하나님의 은혜가 이렇게 감사할 줄이야”라고 범사에 감사를 생활로 사시는 어머니, 그리고 요즘도 저녁 잠수시고 두 시간씩 교회에 가셔서 저녁기도시간을 봉헌하시는 아버님, 금혼의 세월까지 두 분이 나란히 살아계심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계속 건강하셔서 금강혼까지 누리시며 손자 손녀들이 시집가고 장가가서 증손자 증손녀를 업고 올 때 교통비도 챙겨주시고 기름 값도 챙겨주시는 그런 부모님들이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부탁드립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금혼식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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