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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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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찬성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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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유권사님, 얼마 전 저희 집에 손님들이 왔습니다.

 

함께 차를 마시고 피라시카바 유일의 짬뽕을 먹을 수 있는 곳에 가서 얼큰한 국물로 한국음식 생각을 끊어내고 머릿속까지 난 땀을 닦으며 흡족한 미소를 나눴습니다.

 

매운 음식, 짠 음식, 장아찌, 밑반찬이 되는 음식이 냉장고에 있으면 흡족하다고 합니다. 그런 음식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서 맛있게 매운 음식, 맛깔나게 짠 반찬, 건강한 느낌이 나는 신맛 음식이 우리 음식의 대세입니다.

 

고기를 굽고, 샐러드를 맛있게 만들고, 원두를 밤새 내린 더치커피로 정성껏 접대하는 것 보다 얼큰하고 맛있는 해물이 잔뜩 들어간 짬뽕은 브라질에서는 귀한 음식 대접을 받습니다.

 

그래서 한국 친구들이 저희 집에 오면 저는 짬뽕을 대접합니다. 지금까지는 백퍼센트 만족하면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나면 그때 나눴던 짬뽕 이야기를 합니다.

 

상파우르나 다른 곳에서 짬뽕을 먹어도 피라시카바 한국식당에서 먹었던 머릿속까지 땀이 나는 상큼한 매운 맛을 맛볼 수 없다는 투정까지 할 정도입니다.

 

만남과 헤어짐 사이의 법칙

 

유권사님, 제가 오늘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이렇게 잘 만나고 배웅할 때의 이야기를 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제일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자동차에 타고 작별한 후 바로 돌아서서 집안으로 들어가는 배웅입니다.

 

손님이 자동차에 타고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운운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는 시간이 불과 일이십초입니다. 그리고 자동차가 떠나서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불과 몇 초가 걸리지 않습니다.

 

송별하고 모퉁이를 돌기 전에 한번 뒤를 돌아보거나 자동차 백미러를 보면서 아직도 손을 흔들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본다면 마음이 어떨까요?

 

이것과 대비해서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자동차에 타고 출발하기도 전에 돌아서서 집안으로 들어가는 배웅을 받는 손님의 마음은 어떨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자동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작별하는 배웅이 우리에게 손님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유권사님,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덥다는 핑계로, 춥다는 이유로 만남과 송별에 대한 기본을 잘 지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너희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황금률이라고 했습니다. 복음시대의 황금같이 귀한 율법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모습은 상대방 입장에 서주기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 입장에 서서 생각해주기, 상대방 입장에서 말하기, 행동하기 등등입니다.

 

황금률이 결국 역지사지(易地思之)네

 

유권사님, 짬뽕을 만드는 사람은 상대방 입장에 서서 요리하고 그것을 잡수시는 손님은 요리사가 얼마나 연구노력해서 이런 맛을 냈을까를 생각하며 감탄으로 먹고, 손님을 배웅하는 이는 아쉬움을 손 흔들며 상대방이 안 보일 때까지 지켜봐주고, 집에 와서는 잘 왔다고 전화해주는 그런 작은 배려가 인생의 큰 디딤돌이 되고 삶의 지렛대가 된다는 것을 왜 잘 모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작은 정신이 결국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밑거름이 됩니다.

 

이런 작은 실천이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철저한 순종이고 기독교 전체의 정신입니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한다는 것이 죽고 사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 서주기의 연장선상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성서는 일관성 있게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작은 일에서부터, 한걸음부터, 상대방 입장에 서주는 정신으로부터, 네 몸에 대한 관심처럼, 내가 주릴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실 것을 주었느냐 하는 근본적인 마음바탕이 하늘나라를 차지하게 하고 사람의 마음을 사게 되고 위대한 일까지 도모하게 된다는 진리를 새삼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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