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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종이연(紙鳶) 날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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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목사 피라시카바 브라질 선교교회

유 권사님, 시골의 바람 불던 언덕에서 연날리기를 하면서 놀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우리가 연을 날리던 곳은 가급적이면 전봇대가 없는 곳, 전선줄이 지나가지 않는 곳, 나무가 적은 곳 등 연날리기에 방해요소가 없는 곳을 택해서 놀다보니 연 날리는 장소가 거의 동네 아이들이 함께 날리는 곳이 되었습니다.

연을 국어대사전에서 찾으니 “종이에 댓가지를 가로 세로 또는 모로 맞추어 붙이고 엇실로 매어서 공중에 날리는 아이들의 장난감, 꼭지연, 반달연 가오리연 따위가 있음. 지연(紙鳶) 풍연(風鳶) 풍쟁(風箏)” 등으로 쓰여 있네요. 주로 어릴 때 우리는 가오리연과 방패연으로 놀았고 ‘달뵈기’, ‘구레논’ 부근에서 연날리기를 했습니다.

 

연싸움의 추억들

 

가오리연, 방패연은 어린 시절 손쉽게 만들던 연입니다. 연실도 집에서 이불 꿰맬 때 쓰는 굵은 실을 사용했습니다. 연날리기의 백미는 연싸움입니다. 함께 연날리기를 하던 친구들의 응원가운데 공중전이 벌어집니다. 연을 높이 올리고 상대방 연줄을 끊는 싸움입니다. 너무 자주 연실을 끊어 먹으니까 어머니가 싫어하셨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 연줄은 끊어먹지 않고 상대방의 연줄을 끊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늘 연날리기의 고민입니다. 초를 줄에 발라 부드럽게 하기도 하고, 밥풀을 감아서 강도를 높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유리를 곱게 갈아서 풀에 섞고 그것을 연줄에 바르기도 했습니다. 생선 부레를 연줄에 바르기도 하고...., 그 비법이 참 많았습니다. 유리가루는 상대방 연줄로 교차시켜서 서로 당겨 연줄을 끊는 데는 좋은 무기인데 반드시 가죽 장갑을 끼고 연날리기를 해야 한다는 철칙이 작용합니다.

연날리기 연싸움으로 어린시절을 보내면서 균형감각을 몸으로 익혔습니다. 가오리연이나 방패연 등 모든 연은 균형이 틀어지면 공중에서 뱅글뱅글 돌다가 떨어집니다. 연실을 추어주면 하늘 높이 올라가야 하는데 공중에서 돌다가 곤두박질쳐서 연을 상하게 하기도 하고 중간에 튼튼하라고 설치한 댓가지와 창호지가 떨어져 나가기도 합니다. 속상한 일입니다.

그럴수록 균형감각의 중요성을 몸으로 배우고, 도는 쪽 무개를 줄여서 균형을 맞춰주고 엇실의 길이를 조정하기도 하면서 결국 ‘언제나 높이 날아오르는 풍쟁연’을 만듭니다.

누가 싸움을 걸어와도 끄떡없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연날리기를 통해서 좌우대칭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철 들어서 성경을 읽다가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말라”는 성서의 말씀을 읽으면서도 연날리기가 생각났습니다.

 

좌우 균형잡기, 줄 튼튼하게 하기

 

한쪽이 강하게 주장하는 소리가 들려도 연줄을 조정해서 균형을 잡아줘야 높이 똑바로 올라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균형 잡는 일에 힘을 기울입니다. 연싸움을 하려고 곱게 유리가루를 만들고 밥풀과 섞어서 연줄에 유리풀을 먹여 실패에 감아 둔 게 발견되면 가죽장갑을 준비해 줘서 손 다치지 않게 하는 일에 앞장섭니다.

유 권사님, 연날리기는 한국에서만 있는 장난감이 아니더군요. 제가 여러 나라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기념품 가게에는 반드시 그 나라 특유의 연들이 있습니다. 연은 아이들의 장난감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옛날 전쟁에서 무전기 대신 사용하기도 하고 성안에 있는 사람을 탈출시킬 때도 연이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인간들이 사는 사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좌우가 균형 잡힌 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다. 높이 비상할 수도 있구요. 연줄이 튼튼해야 바람을 이길 수 있습니다. 다른 이단이나 비판세력과의 다툼에서도 입장을 분명히 할 수 있구요.

하늘로 높이 올라야 하는 연이 비틀거리고 뱅뱅돌고 균형잡힌 의젓한 행동을 하지 못하면 엇실을 조절해서 중심 잡히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푸른 초장 잔잔한 물가처럼 연날리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그리고 인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 어릴 때 ‘달뵈기’나 전봇대가 지나지 않는 ‘구레논 벌판’ 같은 곳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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