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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팔’, 브라질 이름은 ‘신부의 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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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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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목사

 

한국에서 한동안 유행하던 꽃 중에 ‘천사의 나팔(Angel’s Trumpet)’이란 꽃이 있습니다. 엊그제 이따뻬바(Itapeva) 유영신 선교사가 사역하는 생명수교회 구역에서 꽃자루가 긴 나팔꽃 같은 모양인 천사의 나팔, 탐스럽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도 키웠는데 너무 잘 자라고 꽃도 잘 피는데 겨울을 노지에서 나지 못하는 게 흠이라면 흠이었습니다.

 

 

천사의 나팔에 대한 한국의 기억

그래서 지하실 얼지 않는 곳에 두었더니 겨울에 죽지 않고 건져냈던 기억들, 가지를 잘라서 아무렇게 묻어도 잘 착근이 되어 여러 대를 만들어 나눠주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서리 내릴 때쯤부터 집안에 들여놓고 얼리지 않기 위해서 애썼던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미는 노지에서 사철 얼지 않는 기후인지라 내 키보다 더 크고, 종아리보다 굵은 나무에 수천 송이 꽃 대궐입니다. 그리고 사시사철 장관입니다. 향이 있어 낮에는 잘 모르지만 달밤에 꽃과 향은 모두에게 감격입니다.

브라질 원주민에게 물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이 꽃 이름이 뭐냐구요? ‘신부의 치마’(Saia da noiva)라고 했습니다. 새신랑과 신부의 금실을 생각하면서 밤에 향이 있고 그리고 사시사철 늘 천사의 나팔처럼 핀 꽃 무더기는 신부의 치마로 보였을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요즘은 천사가 나팔을 불어도 끔쩍 하지 않는 이들이 많습니다. 신부가 치마를 올리며 신랑을 바라봐도 대꾸도 없는 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요즘 교단 정치를 하는 이들을 보면 귓구멍이 막혀 들을 수 없는 이들, 뭔가 꼬이고 잘못되어 서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천사의 트럼펫소리에도 잠깨지 못하는 신랑도 있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10여 년 전 하필 선교지로 택하고 찾아간 곳이 구릉지역 쓰레기 매립장이 있는 파벨라 지역이었고 조금만 비가와도 장화를 신고 다닐 수밖에 없는 그곳이 이제는 헌다해졌습니다. 지금도 주민들은 우리 지역에 그나마 대학생이 생긴 것이 선교사들 때문이고, 우리 지역에 컴퓨터 교실이 생긴 것도 선교사님들 덕이라고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 지역을 아는 사람들은 우경호 선교사와 유영신 선교사 두 사람이 쓰레기 매립장 마약소굴 파벨라를 옥토로 바꿔놓은 장본인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부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인데 이곳에서 사역하는 두 선교사는 그 마을의 어디에서도 어떤 곳에서도 자유합니다.

 

 

파벨라(Favela)에 핀 천사의 나팔소리

오히려 두 선교사들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이 주민들입니다. 선교사 집을 도둑질한 주민이 동네 마피아들의 질책을 받고 마을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하는데 걸린 시간이 10년 세월입니다. 여기에 교회가 필요하다는 것을 먼저 알고 350석 교회를 짓기 시작한 이들이 브라질 원주민 지식인들이었습니다.

“교회는 우리가 지을 터이니 선교사님은 여기에 계셔주시기만 해도 감사합니다.” 그들이 초창기에 장화신고 들어갔던 곳이 이제는 잘 정돈되고 아스팔트도 깔리고 제법 마을 같아졌습니다.

우경호 선교사는 이제 이만하면 됐다 싶어 원주민 목사에게 교회를 맡기고 또 다른 파벨라(Favela) 사역지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유영신 선교사는 선교이양에 문제가 없도록 그 안에서 벌써 목사가 나오고 교사가 나오고 원주민 지도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감사했습니다. 금년 선교지 희망심방은 그래서 더 감사합니다.

천사의 나팔은 파벨라를 밝히고 그 향이 멀리 내가 사역하는 피라시카바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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