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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이 넘어 시작해 여든에 꿈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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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욱 기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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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최고령 문인화가 김상임 할머니


우리는 흔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너무나도 이상적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시작에 앞서 가장 먼저 핑계를 대는 것이 바로 나이일 것이다. 그래서 신체적 나이를 극복한 고령의 도전자에게는 자연스레 존경하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내년이면 팔순이 되는 인천 최고령 문인화가 김상임 할머니 역시 도전의 참 뜻을 몸소 실천해 귀감이 된 인물이다. 김상임 할머니는 13년 전 66세의 나이로 서예를 시작했고 3년 전부터 문인화에 입문해 현재는 한국문인화협회 회원이자 환경미술협회 회원이 되었다. 전국 공모전에서 입상을 해 회원 자격을 얻었고, 회원이 된 후에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정기전에 작품을 출품하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다.

김상임 할머니는 남편과 사별하기 전까지 영종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인천에 기반을 잡고 살아가는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셨다. 시골에서 농사 일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할머니가 오랜 세월 함께한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도시로 나와 자식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 것이 13년 전이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손자가 학교에 가고 나면 낯선 도시에서 왠지 모를 허전함과 외로움이 찾아들었다고 한다.
효자 자식들과 귀염둥이 손자들이 곁에 있었지만 할머니는 낯선 환경에서 오롯이 혼자가 되는 시간을 함께 할 친구로 ‘취미생활’을 선택했다. 그동안 배워본 적도, 제대로 구경해 본 적도 없던 하지만 어린 시절 마냥 동경했던 서예를 시작한 것이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의 결정을 하고 나니 길을 갈 때도 서예학원 간판만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66세의 나이에 시작한 취미는 이제 특기가 되었고, 실력은 물론 성실한 태도까지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10여 년이 넘게 제자를 가르치고 있는 한국미술협회 인천지회 김미숙 이사에게 김상임 할머니는 애제자이다. “제가 가르치는 분들 중에서 최고령이세요. 근데 중요한 건 연세가 많으시다는 것뿐이 아니라 지금 이 연세에도 너무나 성실하고 열의가 넘치신다는 겁니다. 40, 50대 나이의 동기들과 비교해도 작품 편수가 오히려 더 많은 편이세요. 가끔 ‘제 나이가 벌써 쉰인데 지금 시작해도 될까요?’라는 분들에게 항상 김상임 할머니 얘기를 해 드립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들르는 학원에서 김상임 할머니는 그림도 그리고 젊은 사람들 사는 이야기도 들으며 활력을 얻는다. 취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또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은 가족과 지인들과 나눈다. 2남 2녀에 8명의 손자, 손녀 그리고 2명의 증손녀까지 모두 할머니 작품 애호가다. 자식들 모두에게 천자문을 한자 한자 직접 써서 책을 만들어 주었고, 손자, 손녀 결혼 선물로 병풍도 만들어 두셨다. 지난여름에는 노인정 친구들에게 직접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 부채를 선물하기도 하셨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도전이었던 취미생활은 김상임 할머니의 전부가 되었다. 가족과 친구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외로운 시간을 달래주는 친구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인 것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한다. 김상임 할머니처럼 최후의 승리자인 ‘즐기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 앞에서 먼저 나이를 잊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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