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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의 힘으로 손자·손녀 지키는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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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욱 기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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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잊은 채 방범봉을 든 ‘불로 월드 아파트 노인회’


늦은 밤 쌀쌀한 날씨도 뒤로하고,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들에게 불빛을 밝히고 따뜻한 이정표가 되어 주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있다.

인천 서구 불로동에 있는 월드아파트 노인회원들의 밤은 낮보다 더 분주하다. 서둘러 저녁식사를 마치고, 하나 둘 모여든 노인들의 모습에 긴장감마저 감돈다. 서둘러 파란색 노인회 조끼를 입고 방범봉을 들면 어느새 노인들은 밤거리를 지키는 수호천사로 변신한다.
“자, 오늘도 나가 봅시다.” 몸이 편찮은 한 명을 뺀 일곱 명의 멤버가 구성되자, 전병일 노인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어두운 불로동 길을 나선다. 불로 중학교, 불로 초등학교, 목향초등학교 등 학교가 밀집되어 있는 불로동길 주변을 밤 8시에서 11시까지 순찰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노인들. 작년 9월부터 자발적으로 시작된 노인회 야간 순찰활동이 어느새 7개월째로 접어들었다. 편히 쉬어야 할 저녁시간에 왜 노인들은 고생을 할까?

전병일 노인회장은 “보시다시피 이곳은 많이 어둡고 사람들의 왕래도 적어서 밤이면 우범지역이 될 수 있다. 우리 노인들은 힘없고 보잘 것 없지만 힘을 모아 거리를 지키면 밤늦게 귀가하는 우리 아이들이 무섭지 않게 무사히 귀가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거리를 지키게 됐다.”며, 방범을 돌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실제로 불로 중학교가 있는 후문 쪽 ‘차없는 거리’는 불빛이 거의 없어 칠흑같이 어두웠다. 학생들이 공부를 끝내는 시각에 맞춰 후문에 기다리고 있다가 안전하게 귀가를 돕는 노인회원들 덕분에 학생들의 귀가길이 안전해졌다.
불로동 월드아파트 주민은 “노인회 방범활동으로 매일 나가서 아이를 데려왔던 번거로움이 덜어졌다. 아이에게 항상 큰 길로 돌아서 오라고 했는데, 덕분에 지름길로 귀가할 수 있게 되어 시간도 많이 절약되었다.” 며 노인들의 수고에 감사함을 표시했다.

“작년 겨울이 무지 추웠잖여~, 그래서 우리가 며칠 안 나갔더니 막 난리가 난거야. 불로중학교에서 노인회로 공문까지 보내왔어. 아이들 수업 끝나고 집에 가는데, 너무 위험하니까 방범 좀 부탁한다고...... 그래서 추워도 우리 아기들 생각해서 또 나갔지, 뭐. 게다가 주민들도 우리가 없으니까 저녁운동도 못 나간다고 하기도 하고... 암튼, 우리가 동네 연예인이여~” 남씨 할머니는 마치 전쟁터에서 이기고 돌아온 후일담을 전하는 병사마냥, 노인회활동에 대한 자랑이 끝이 없다. 불로중학교는 ‘반딧불공부방’을 운영중인데 아마도 노인회의 비호가 없다면 늦게까지 운영되는 공부방도 운영이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이셨다.
“뭣들 하고 있어? 집에 빨리 돌아가야지.” 길거리를 배회하던 학생들의 훈육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몫이다. 마치 친손녀, 친손자마냥 머리를 쓰다듬는 할머니 손에서 아이들은 순한 양이 되었다. “알았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빨리 들어가셔서 쉬세요.” 학생들은 오히려 노인들을 걱정하며 귀가 길을 서둘렀다.

“보수? 그런거 없어!.” 혹시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는데 보수를 받는 건 아닌가 해서 물어본 질문이 무색해진다. “작년 겨울처럼 추운 날 몇 시간 돌다보면 사실 따뜻한 어묵 국물이나 뜨끈한 컵라면 생각이 간절했지. 하지만 노인네들이 돈이 있남? 그냥 집에 들어가 뜨끈하게 몸 녹이면 되지.” 씁쓸하게 웃으며 늦은 시각 귀가하는 노인회원들의 뒷모습에서 젊은 사람들도 잘못된 10대 행동을 나무라지 못하는 작금에, 그들을 꾸짖고 훈화시켜 집으로 돌려보내는 노인들이야말로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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