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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파 속,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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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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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러온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가운데 십년 전 IMF 위기 때보다 더 큰 고통을 안겨 주고 있다. 대기업의 위축 경영과 임금동결, 정리해고에서부터 줄지 않는 실업자 수와 늘고 있는 개인부채 등에 서민들은 오히려 IMF 때보다 더한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한다.

특히 연말이 되면서 잔뜩 불어난 각종 세금과 껑충 뛰어오른 난방비 때문에 지갑은 더욱 얇아졌다. 당장 먹고 살 생활비를 걱정해야 되고 지갑의 푼돈도 아껴야 하는 서민들은 그저 내 가족의 경제생활을 걱정하기에도 급급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 먹고 살기도 바쁜데, 남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는 인식에, 기업과 각 기관 단체와 개인의 후원을 통해 생활이 유지되고 있는 복지시설들의 더욱 상황이 어려워졌다.

 

 

발길 끊긴 복지시설

인천광역시 부평구 부개동에 소재한 중증장애 시설 은광원(032-505-8105)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체장애인은 모두 72명. 원생 대부분이 부모가 없는 고아다. 그들 대부분이 중증장애인이다 보니 국가에서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국가보조금은 은광원 운영비의 70%선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나머지 30%정도는 후원금으로 겨우 충당하고 있지만 그동안 이조차도 쉽지 않았다. 정기적인 후원은 은광학교에 다니는 부모들을 제외하면 전무(全無)하고, 연말에 한번 기업들이 찾아와 내는 기부금이 후원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장기적안 경기침체에 따라 기업의 사정이 어려워지자 작년과 달리 어느 곳에서도 찾아와주지 않았다. 매년 줄고 있던 기업후원이 그나마도 뚝 끊긴 실정. 그래도 작년에는 전동휠체어 구입에 도움을 준 기업도 있었고, 미래에셋 등에서는 자원봉사자와 함께 물품을 지원해 주었는데 올해는 12월이 다가도록 후원은 고사하고 단체봉사활동 신청조차 한 건이 없다. 결국 빠듯한 살림살이에 은광원은 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들의 월급에서 CMS계좌 후원에 동참하고, 후원자 모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내년에는 생활관 터에 새로 건물을 지어 은광원 생활인 모두가 이사를 가야 하는데, 국가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는 건물 외부를 세우는 데도 빠듯한 형편이다. 시계도 붙박이장도, 그들이 생활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은광원 가족들은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

본격적인 겨울철이 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치솟는 난방비. 유류비 급등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수용하다보니 더욱 난방문제가 걱정이 크다.

오영미 보건부장은 “그동안도 빠듯한 살림살이에 장애인들에게 충분히 좋은 여건을 제공해 주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올해는 그나마도 기업들 후원이 끊겨 막막한 현실이다. 특별히 난방비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5월 문을 연 만수노인요양센터(032-473-5300)는 후원에 대한 길이 더욱 막막하다. 60여명의 어르신들이 머물고 있는 이 시설은 국가의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실시로 보조금 지급이 실시되면서 보조금이 필요 없을 거란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기부금이 전무한 상태이다. 신생 시설인 만큼 시설 장비도 부족하고, 생필품 및 이불, 가습기 등의 기본적인 물품이 부족하여 지원이 필요하지만, 후원을 부탁할 곳이 마땅치 않다.

만수교회 교인들 중심인 직원들은 섬기는 자세로 일하기 때문에 아직까진 초심으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지난 달 대비 3배가량 더 부가된 난방비 때문에 앞으로가 걱정이다. 게다가 신설이다 보니, 연말 공연행사 후원도 전혀 없어서 전적으로 만수교회에 의지하고 있다. 만수노인요양센터는 어르신들이 계신 곳인 만큼 물질적인 후원뿐만 아니라, 활력을 줄 수 있는 자원봉사의 도움도 절실하다.

성미라 사무국장은 “어느 복지관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계절로 따진다면 복지기관에서는 난방비가 들어가는 겨울이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다”며 “특히 노인이나 장애인이 있는 기관에서 난방비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며 교회나 지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기업후원 줄고 개인 후원 늘어

이처럼 복지시설에 대한 후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경제적 한파 속에서 개인보다는 기업들의 기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는 복지시설에는 직접적인 피해가 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문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이어서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2007년 포브스 선정 세계 갑부 1위, 2위를 다투는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는 자산과 더불어 기부 순위도 손에 꼽히는 이들의 기부 금액은 실로 엄청나다. 2004년부터 지난 5년간 이들의 기부금은 60조원에 달하며, 최근 빌 게이츠는 저소득 청년들을 위해 우리 돈 960억원 정도를 장학금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몇몇 미국 부유층들의 기부 일화는 엄청난 금액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대다수 미국인들이 개인 기부를 실천하고 있으며, 미국의 기부금의 25%만이 기업기부금이라는 통계가 미국인 1인당 개인 연간 기부금은 한국인의 1인당 연간 기부금의 1백배 이상이다. 기부문화가 보편화 되어있는 미국에서는 내가 벌어들인 소득의 일정부분을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당연하며, 이를 이용해 소득공제를 받는 것은 상식이다. 많은 부자들이 거액을 내놓는 사연도 많이 가진 사람은 가진 것만큼 더 낸다는 문화적 배경이 그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기업들이 어려운 형편으로 복지시설에 대한 후원이 줄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도 개인기부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08년 인천지역 기부자는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기부자 수는 14,553명, 작년 같은 기간 7,532명보다 2배정도 증가했다. 이 중 대부분은 개인기부자로 작년 5,308명이었던 개인기부자가 무려 두 배 이상 증가한 12,24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 11월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액은 총 43억4천2백만원 가량으로 작년 같은 기간 모금액 44억2천3백만원과 비교하면 조금 모자란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훨씬 나빠진 경기를 생각하면 크게 줄어든 금액이 아닌 듯 보이지만, 기부자 수가 작년 두 배 가량 늘었고, 우수리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1인당 기부금액은 줄어든 형편이다.

특히 기업의 거액기부 보다는 개인의 소액기부로 모금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말에 거액을 기부하던 기업의 기부 소식이 줄고 있어, 12월을 포함해 전체적 맥락에서 기부 금액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인천지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 기업의 후원이 줄고 있어 올해는 목표 달성이 다소 어렵게 보이지만, 이러한 가운데서도 개인들의 기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개인 기부를 호소했다.


개인 후원 이렇게 시작하자

이처럼 어려운 경제현실 속에서 일반 서민들은 자신들보다 더 어렵게 살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부를 하고 있어 훈훈함을 더해 주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에 살고 있는 대학생 정희명 씨는 복지관 CMS계좌 후원을 알게 되어 이 달 처음으로 신청을 했다. 정씨는 두 달 전 봉사활동을 통해 친해진 장애우 들을 자주 찾아가 돕고 싶었지만,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직접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에 3천원의 적은 금액으로나마 후원하기로 했다. 더 많은 금액을 하고 싶었지만, 학생 용돈으로는 만원도 어려울 것 같아 꾸준히 할 수 있는 제일 적은 금액으로 정했다.

인천시 남구 주안에 사는 30대 김지수 씨도 얼마 전 직장 동료들과 매달 점심 한 끼 값을 아껴서 결식아동을 돕는 단체에 후원을 하고 있다. 점심 한 끼 값이라고 하지만 친구들과 만나서 마시는 커피 한 잔 값이다. 그녀는 통장에서 자동이체 되어 나가는 돈을 매달 확인하지는 않지만, 자신도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 마음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후원금을 통해 작은 사랑실천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직접 시설에서 봉사를 함으로 사랑실천을 하는 이들도 있다. 부평구 부평동에 사는 40대 주부 신현정 씨는 매주 화요일이면 봉사활동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복지시설을 방문한다. 같이 점심 준비도 돕고, 세탁을 하기도 한다. 1년 전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어르신들을 상대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식사를 돕는 것도 휠체어를 밀어드리는 것도 힘들지 않다. 중증 장애가 있거나 치매가 있는 어르신들은 시설의 선생님들이 직접 상대하시기 때문에 옆에서 선생님 보조만 하면 된다. 현정 씨는 한 달에 한 번 있는 미용봉사 때 미용 도우미가 되고 싶어서 최근 미용에 대한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학원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선뜻 배우지는 못하지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도전해볼 생각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나누자’는 말이 있다. 내가 어려울 때일수록 다른 이의 고충을 더 이해할 수 있고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현재 경제위기를 통해 어려운 다른 이들을 돌아보는 계기를 맞게 되었는지 모른다. 아직 많은 사람들은 ‘내가 어려운데 누굴 도울 수 있겠냐,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도움을 주는 것은 큰 일이 아니다. 내가 즐겨마시던 커피 한 잔, 내가 좋아하는 점심 한 끼를 다른 이와 나누고자 하면 나눔의 실천이 되는 것이다. 혹은 내가 가진 물질이 아니어도 된다. 내가 가진 능력을 이용해 다른 이의 팔 다리가 되는 봉사는 꾸준히 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나누어지게 되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다. 진정으로 남을 돕거나 선한 일을 보기만 해도 신체의 면역기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마더 테레사’효과를 기대하는 따뜻한 연말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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