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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 전문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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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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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모 목사(해인교회) 오늘 아침에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한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역아동센터에 아이를 보냈었던 가정이었는데, 그만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를 받아 줄 수가 없다는 통지를 받았다며 화가 치밀어 항의성 전화를 한 터였다.

학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담당 선생님이 꽤나 문제가 있어 보였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어쨌든 학부모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좀 불안정하기는 한데, 그래도 선생님이 어떻게 아동센터에 나오지 말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아이가 정신과 진료를 받았을 때, 정서 불안 장애 판정이 난 것을 알고 있는 교사가 어떻게 자신들이 좀 불편하다고 그렇게 상처를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일단 아이의 학부모에게 죄송하다는 말로 사과를 하고, 선생님의 말과 아이 때문에 얼마나 속이 상했냐며 아이에게 촛점을 두고 대화를 시작했다. 학부모는 대화 도중에도 몇 번이고 분을 삭이지 못해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을 비난하면서도 여전히 아이로부터 고통을 받는 현실을 어쩔 줄 몰라 하는 듯 했다.

더군다나 어머니는 자식 셋이 있는데, 세 명 다 정서불안으로 정신과 판정을 받았다는 것을 말하면서 울컼했다. 어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에 공감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가정적으로 환경은 어떤 상황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는 일단 아이의 아픔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의 문제보다는 자신의 아이가 배제되었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있었고, 자신의 아이를 우선 사랑하는 마음에 다른 아이의 교육의 권리를 들여다 볼 수 없는 상태였다. 선생님의 행동이 다른 아이의 교육환경을 지켜주고자 했다는 생각은 해 볼 여지가 없었다.

아이는 수업시간에 다른 아이가 공부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을 향해 고함을 치거나 선생님의 화를 돋구며 자주 메롱하며 놀리기도 했다. 아이들도 그 아이 때문에 지역아동센터에 나오기를 꺼려하기도 한다. 선생님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아이 때문에 교사회의가 몇 차례 열리기도 하고, 학부모하고도 대화를 몇 번 시도하기도 했단다.

어머니는 직장 생활로 교사와 상담하기가 쉽지 않았고, 선생님들은 어머니가 오히려 대화를 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가 지역아동센터로 찾아와 선생님께 화를 내며 아이를 앞으로 더 이상 보내지 않겠다며 데리고 갔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과도 하고, 어머니가 왜 아이를 정신과 진료를 받게 했었는지, 그래서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함께 아이를 걱정하며 이런 저런 질문을 하는 내게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번뜻 드는 생각이 있었다. 미술치료과 학생들이 겨울방학 때 실습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가정에 독선생으로 미술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아직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버지 없이 어머니가 늦게 귀가하는 가정환경을 생각해서 실습 선생님을 보내 보는 것이 좋을 듯 싶어 제안해 보았다. 공부는 별로 취미가 없어 보이는 아이를 위한 배려였다. 어머니는 이내 승락을 하면서 좋아하는 눈치였다. 사실 센터는 아이의 학습 함양을 위해 자원봉사 대학생을 붙여 본 경험도 있었지만, 담당 대학생 자원봉사자도 결국 포기한 상태였다.

종종 지역아동센터나 어떤 시설에도 평범하지 않은 서비스 대상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경우는 다른 사람들 보다 몇 배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의 현실은 교사를 한 명 정도 둘 수밖에 없는 처지다.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방임되면서 나타나는 사회문제는 작지 않다. 예방이 경제적 측면에서도 더 효과적인데, 내년도 지역아동센터 예산은 오히려 줄어 들었단다. 한 명의 교사가 학년이 다른 다른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학습도 해 주어야 하고, 결식 아동들이 많기 때문에 급식도 지원해 주어야 한다.

때론 상처가 많은 학부모들도 있어 상담도 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이와같이 특별한 손님(?)이 있는 경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문 자원 봉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새해에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 자신의 전문 영역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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