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을 할 때 별다른 의미를 두고 하는 건 아니에요. 의무적으로 봉사활동 시간이 필요해 되도록이면 시간을 많이 주는 봉사활동을 찾아다니는 편이에요.”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고등학생 정모군은 봉사활동을 왜 하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대답했다. 봉사활동을 단순히 학생부 기록을 위한 시간 단위로 생각하는 학생들은 우리 주변에 많고 많다.

“손자 같은 학생들이 와서 봉사활동을 해주면 참 고맙고 기특한데, 종종 증명서를 위해서 시간만 때우려는 학생들도 있어서 안타까워요. 우리 경로당에선 2시간을 봉사하면 딱 2시간을 주는데, 어떤 학생들은 2시간을 주니까 실망한 표정을 확 드러내더라고요.“
청소년의 봉사를 받는 한 아파트의 경로당 담당자의 이야기다. 그는 “봉사하는 건 두 팔 벌려 환영하지만, 마음 없이 시간만 채우기 위해서 하는 무늬만 봉사는 우리도 달갑지 않다”도 말했다.

대학가기 위해 봉사한다?
네이버 같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봉사활동 관련 내용을 문의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많다. 실제로 네이버 검색 게시판에 ‘봉사활동 시간’으로 검색하면 봉사활동을 문의하는 청소년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그런데 대부분 “대학갈 때 봉사활동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가요?” 또는 “봉사활동 시간을 다 못 채우면 학생부에 어떤 문제가 있나요?” 등 학생부 기록을 위한 봉사활동에 대한 질문들이다. 어떤 학생의 답글에는 명문대를 가려면 고등학교 3년 동안 총 100시간은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유언비어도 달려 있다.

시간만 따지는 봉사활동, 이젠 그만
이런 상황에서, 올해 인천 부평구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청소년 자원봉사 관리를 위한 ‘자원봉사의 이해와 실제’라는 교재를 발간했다.
부평구 자원봉사센터 담당자는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은 일반 자원봉사와 달리 봉사 학습으로서의 의미가 크다”며 “그런데 최근 청소년들이 봉사 자체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봉사점수를 따기에 급급해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나 봉사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봉사활동을 하고 나서 “제가 시간이 모자라서 그러는데, 조금만 더 주시면 안되나요?”라는 등 시간을 더 달라는 청소년도 꽤 많다. 봉사활동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한 시간이라도 더 받으려 애쓰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이다.
담당자는 “그래서 올바른 자원봉사 방향에 대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청소년 자원봉사의 올바른 방향에 대한 교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봉사의 의미를 이해하고 실천하세요
교재에선 청소년 봉사활동의 의미와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소년들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기에 앞서 봉사활동의 가치를 먼저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203페이지로 구성된 교재는 ▲1부 청소년 자원봉사의 이해 ▲2부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의 관리 ▲3부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의 실제 ▲4부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의 미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교사들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강조해야 하는지 정리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자원봉사활동을 4단계로 나눠서 ▲1단계 사전교육에서는 자원봉사활동의 의미와 필요성을 강조하고, ▲2단계에선 학생들에게 맞는 자원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구성하도록 조언했다. 또 3단계에선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해서 현장을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4단계에선 감상문 쓰기나 활동 소감 발표 등으로 자원봉사활동의 평가를 본인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라고 안내했다.

한 자원봉사 교육 강사는 “청소년들에게 봉사활동에 대해 어떤 것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은지 체계적인 교재가 없었는데 이리 나오니 교육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으니 좋다”며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어떤 식으로 교육해야 할지 교재에 다 들어있으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부평구 자원봉사센터 류호인 소장은 “이번 교재 발간이 청소년들의 자원봉사를 지도하는 관리자들의 가치관 확립과 관리에 대한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청소년 자원봉사 지도와 청소년 자원봉사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서 청소년 자원봉사가 원활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서는 자원봉사를 하는 청소년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일부 청소년들은 봉사활동보다는 봉사시간에 연연하고 있다. 봉사의 정신을 배우는 이들이 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