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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운’을 퍼주는 ‘나눔의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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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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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한 끼 단 돈 천원, 지역내 소외이웃에 사랑 전해
새로운 개념의 나눔 활동 ‘기운차림 식당’, 뜨거운 호응

요즘 세상에 천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드물다. 버스를 타더라도 편도만 가능한 금액이고, 식당에 가서는 공기밥 하나 밖에는 사 먹을 수 없는 돈이다. 게다가 대부분 공기밥은 다른 비싼 음식을 먹은 뒤 추가로만 주문할 수 있다. 이렇게 공기밥 한 그릇에 천원인 세상에 제대로 된 점심 한끼가 천원인 식당이 있다.

부평시장에는 점심 한끼에 단 돈 천원을 받는 ‘기운차림’ 식당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경영 비법이 있다고 해도 천원이면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텐데, 과연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기운차림 식당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식당이 아니라, 한 민간봉사단체에서 운영하는 새로운 개념의 나눔 활동이기 때문이다.

천원에 점심 한끼를 팔다 보면 모두가 생각하듯이 적자가 쌓여간다. 그래서 기운차림 식당에서는 하루에 점심 100인분 만을 한정 판매한다. 이는 주변 식당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세운 원칙이기도 하다. 팔면 팔수록 적자이지만 봉사자와 기부자들 덕분에 식당은 계속 운영되고 있다. 시장 상인들께서 쌀이며 채소며 갖가지 양념까지 기부해 주시기도 하고, 손님들 중에 밥값을 10배 20배로 내고 가시는 분들도 있다.

부평 기운차림 식당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오선숙 실장의 일과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다. 8시에 가게에 도착해 장을 보고, 9시에서 10시 사이에 자원 봉사자들이 도착하면 함께 음식을 준비한다. 값비싼 재료로 차리는 성대한 밥상은 아니어도 제철 음식으로 그날 먹을 음식을 그날 준비한다. 제철 재료와 우리 쌀로 갓 지은 정성 가득한 밥상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취재 날의 메뉴는 들깨감자미역국과 어묵무침, 짠지, 부추김치였다. 이날 국을 끓인 미역도 기부 받은 것이었다.

영업 시작은 11시 30분부터이다. 100그릇 한정이다 보니 1시에서 1시 30분 사이에 영업이 끝난다. 손님들은 대부분 시장 상인들과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다. 장사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인들은 식당에 와서 직접 밥을 가져 가기도 한다. 밥과 물은 손님이 직접 가져가는 시스템이지만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께는 봉사자들이 직접 갖다 드리기도 한다. 드시다 모자란 음식은 손님이 원하면 언제든지 더 드린다.

지난 4월 영업을 시작해 이제는 제법 단골이 늘었다. 최홍선 할머니(80세)께서는 오전에 운동 가셨다가 항상 들르신다고 하고, 이상숙 할머니(85세)께서는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병원이 근처라 치료 받으러 오시는 날마다 들르신다고 한다. 치료실에서 만나는 친구들에 소개해주고 고맙다는 소리도 많이 들으셨다고 한다.

봉사자들이 기억하는 단골 손님들도 있다. 노숙자로 보이는 분이 한동안 계속해서 돈이 없다며 공짜로 밥을 먹겠다고 찾아오셨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그 분께는 돈을 받지 않고 식사를 드렸는데, 일을 시작하셨는지 두 달 여 만에 돈을 내고 밥을 드시고 있다고 한다. 또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던 깡 마른 손님이 있었는데 몇 달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하시고서는 서서히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기운차림 식당에서 만나는 분들은 손님이든 봉사자든 모두 밝은 모습이다. 식당 이름처럼 기운을 차리는 손님들을 보는 즐거움에 봉사자들의 마음은 뿌듯해지고, 그런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차려주는 밥을 먹으면서 손님들은 고픈 배도 채우고 마음도 따뜻하게 채운다. 한 할아버지께서는 손주 며느리 같은 봉사자들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오실 때마다 사탕이며 간식거리를 챙겨오시기도 하고, 단골 기부자인 한 상인은 수고했으니 일 끝나고 먹으라고 아이스크림이며 과일을 사다 주시기도 한다. 물론 이런 후식도 손님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다.

식당의 한 벽면에는 칭찬 메시지로 가득했다. 그 중에서 특히 ‘행복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모가 눈에 띄었는데, 이 말처럼 이곳은 단순히 밥을 파는 식당이 아닌 ‘행복한 기운’을 퍼주는 ‘나눔의 창고’였다.
후원 문의 : 032-519-8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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